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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회원제 지고 퍼블릭 뜬다

惟石정순삼 2009. 4. 23. 13:35

골프장 회원제 지고 퍼블릭 뜬다

이용객증가ㆍ영업이익 앞서고 M&A도 활발…전환사례도 잇따라

'회원제 골프장은 빛 좋은 개살구.'

작년 18홀 회원제를 아예 퍼블릭으로 바꿔 버린 전남 영암 아크로CC. 1년 새 영업이익률이 두 배 이상 급증하면서 경영 여건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대한전선이 소유한 선운레이크밸리CC(18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퍼블릭으로 바꾸고 난 뒤 영업에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골프장에도 퍼블릭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인 회원제와 달리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아가면서 소리 없이 은밀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선 매출액 면에선 퍼블릭이 단연 강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2008년 골프장 매출액 상위 30개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카이72골프장 매출액이 7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18홀 코스 4개와 6홀짜리 코스를 포함해 79홀을 운영하는 스카이72골프장은 3년 연속 매출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경기도 용인 소재 레이크사이드골프장(54홀ㆍ553억원), 군산골프장(81홀ㆍ358억원) 순이었다. 전체 매출액을 홀수로 나눈 홀당 매출액은 김포씨사이드(회원제 18홀)가 11억6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그랜드(퍼블릭 18홀)가 11억37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에서도 퍼블릭이 훨씬 짭짤하다. 작년 한 해 동안 퍼블릭 골프장(39곳 기준) 영업이익률은 무려 43.0%에 달해 회원제 골프장 18.7%보다 24.3%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563개 상장 제조업체 매출액 영업이익률 6.12%보다는 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퍼블릭 골프장은 이미 2002년부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41.8%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05년 49.1%로 4년 새 7.3%포인트나 급등했고 이후 내리막길을 걷긴 했지만 꾸준히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퍼블릭 골프장에 대해 정부가 일반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입장료가 회원제보다 4만~5만원 이상 싸졌고 여기에 신규 골퍼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지방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제 형태로 분양을 받았다가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면서 줄줄이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퍼블릭 골프장 영업이익률을 홀별로 보면 '규모의 경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9홀이 41.0%, 18홀이 37.8%에 그친 반면 27홀은 53.1%에 달했고 36홀 이상 퍼블릭 골프장 역시 43.0%에 이르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퍼블릭 골프장은 중원CC(27홀ㆍ충북 충주)로 무려 73.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제 골프장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썬힐CC(65.6%)와 비교해도 7.9%포인트나 높다.

한탄강CC(18홀ㆍ강원 철원)가 64.5%로 뒤를 이었고 명문 퍼블릭으로 꼽히는 베어크리크CC(36홀ㆍ경기 포천)가 59.2%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충청권이 54.8%로 가장 높았고 호남권 49.0%, 수도권 41.2% 순이었다.

퍼블릭 골프장이 알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도 퍼블릭 골프장 인기가 높다.

최고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중원CC는 지난해 CJ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인수했고 보광휘닉스파크가 운영하던 경기도 이천 더반은 지난달 멀미약 키미테로 유명한 명문제약이 인수했다.

퍼블릭 골프장 증가세를 선진국형 골프 문화 정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퍼블릭과 회원제 골프장 비중이 7대3 정도로 퍼블릭이 압도적으로 높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정부가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한시적으로 중과세율을 인하함에 따라 그린피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영업에 애를 먹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퍼블릭 골프장으로 옮겨 왔다"고 말했다.

 

 

올해 개장 57개중 퍼블릭이 33개

퍼블릭의 인기는 개장 골프장 숫자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올해 신규 오픈 예정인 골프장 57개 중 퍼블릭은 33개로 회원제보다 9개 많다.

작년에도 개장한 골프장 39개 가운데 퍼블릭은 31개로 회원제보다 23개나 많았다.

회원제 전성시대인 2000년대 초반과는 180도 바뀐 것이다. 당시만 해도 18홀 회원제 골프장을 지을 때 6홀 퍼블릭을 반 강제로 짓도록 유도했는가 하면 홀당 5억원씩 대중골프장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윤대일 레이크사이드CC 대표는 "퍼블릭 선호 현상은 선진국형 골프 문화인데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며 "회원제 골프장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는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그래도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는 올해 90홀 규모의 퍼블릭 공간이 생긴다. 18홀 규모로는 여주그랜드와 파주 퍼블릭 골프장이 새로 선을 보이고, 남양주 리더스클럽 링크나인 등이 정식 개장한다.

가장 많은 퍼블릭이 들어서는 곳은 호남권으로 모두 131홀이 생긴다. 동화 퍼블릭이 27홀 규모로 오픈하고 베어리버 시티파크 클린밸리 등이 18홀 규모로 첫선을 보인다.

골프장 이용객 증가율도 퍼블릭이 회원제를 앞선다. 레저산업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2007년 전체 골프장 이용객(연인원) 중 33.2%에 달했던 퍼블릭 골프장 비중이 2009년 35.3%, 2011년엔 35.5%로 늘어난다. 반면 이 기간 회원제 비중은 66.3%에서 64.2%, 64.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매일경제  신익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