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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힘-토착화, 청렴성, 개방성-10명중 9명 김추기경 존경

惟石정순삼 2009. 2. 23. 14:55

 

가톨릭의 힘

토착화, 시조 읊듯 부르는 위령기도
청렴성, 신부는 주일헌금에 손 못대
개방성, 제사 허용…他 종교에 관대

지난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20일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원에 묻혔지만 한국 가톨릭교회는 새 부흥의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 천주교는 마지막 순간까지 각막 기증으로 사회에 공헌한 김 추기경을 통해 '국민 종교'로서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경환 인천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최근 천주교회의 교세가 확장되는 것은 타 종교인들조차도 가톨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천주교회의 결속력과 청렴성, 정의와 인권활동, 전통문화와 타 종교에 대해 열린 태도 등이 이유로 꼽힌다"고 전했다.

◆ 토착화의 힘 =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간한 '2008 한국의 종교 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천주교 신도 수는 487만3447명으로 1995년(295만1000명)보다 무려 65%나 증가했다. 최근 가톨릭 강세는 한국 천주교가 토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김 추기경의 장례의식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16일 이후 진행된 조문 기간과 20일 장례미사 이후 추기경의 운구차량을 떠나보내면서 명동성당 안팎에서 들려온 노랫소리, 즉 '연도'가 토착화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연도'는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바치는 위령기도를 할머니가 책을 읽어주듯 시조에 가까운 음률로 부르는 것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통이다. 연도는 시편 129편과 50편, 성인 호칭 기도 및 찬미기도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초대 천주교 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지상의 삶을 마친 영혼이 하느님 품에서 영복을 누리도록 해 달라고 바치는 것.

◆ 청렴성의 힘 =

천주교회는 김 추기경의 삶에서 알 수 있듯 신부나 수도자들의 청렴성을 으뜸으로 친다.

주일헌금의 경우 신부가 일절 손을 댈 수 없으며 여러 신자들이 공동으로 세어 장부에 기록된다. 모든 수입과 지출은 매월 해당 교구청에 보고되고 매주 주보에도 공지되기 때문에 투명성이 확보된다. 신자들의 헌금액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헌금 경쟁'이 없다는 점도 현대인들의 마음을 끌고 있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저서 '그들은 왜 가톨릭 교회로 갔는가'에서 "천주교는 상대적으로 사생활을 존중한다. 또 의미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최근 강세를 띠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신부나 수도자들은 교구 또는 수도회가 주거, 노후생활, 질병치료 등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주택을 소유하거나 재산을 모으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이는 김수환 추기경이 '무소유'로 떠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인이다.

◆ 개방성의 힘 =

1742년 교황 베네딕토 14세가 발표한 '조상제사 금지령'은 한국 천주교회에도 영향을 미쳐 이후 100년간 1만여 명이 순교했을 정도다. 이후 조상 제사 금지령은 1939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철회된다.

시신과 죽은 이의 사진 앞에서 존경을 표하는 의식이 허용되면서 천주교는 한국 사회에서 지지를 받기 시작한다. 이후 모든 성당에는 염습, 입관, 장례미사, 장지수행 등을 담당하는 연령회가 조직돼 유가족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962년 로마에서 전 세계 주교들이 모여 정책을 토론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천주교가 개방적 종교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미래사목연구소장 차동엽 신부는 "천주교회가 이전의 배타성을 버리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함으로써 한국 가톨릭 발전의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공의회 이후 가톨릭은 다른 종교에도 옳고 성스러운 것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1895년 교황 레오 13세 이후에는 개신교를 믿어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김수환 추기경은 1997년 불교 조계종 길상사 개원법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가 하면 명동성당 특강 강사로 법정 스님을 초청하기도 했다. 허영엽 서울대교구 신부는 "김 추기경의 생전 목표였던 종교 간 화해 운동은 앞으로도 천주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