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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미리내, 광주 천진암 - '순교의 땅'으로

惟石정순삼 2009. 2. 27. 09:47

김(金)추기경 키워낸 '순교의 땅'으로…

경기도 '천주교 공원 묘지' 순례, 안성 미리내, 한국인 최초 신부 김대건 신부 묘소
                광주 천진암, 이벽·정약용 등 교리 배우던 발상지
                                                                                                                 수원=권상은 기자
김수환 추기경이 잠든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에는 여전히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참에 경기도 내 천주교 성지(聖地)를 들러보자. 특히 안성 미리내와 광주 천진암에서는 신자가 아니어도 저절로 숙연해진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고, 등산이나 걷기 코스로도 그만이다. 다만 과거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 살았던 오지였던 만큼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쉽지 않아 미리 인터넷 등을 통해 가는 길을 확인해야 한다.

안성 미리내 성지

한국인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1822~1846) 신부 묘소가 있는 곳으로 천주교에서 손꼽는 성지다. 서울 용산 새남터에서 처형당해 백사장에 묻혀 있던 김대건 신부 시신은 40여일 만에 몰래 옮겨져 5일 만에 안장됐다고 전해진다. 이 일대는 천주교 초기 잇단 박해에도 불구하고 신앙 공동체가 두루 자리 잡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리내'라는 이름도 흩어져 살던 집에서 흘러나온 호롱불빛이 한밤에는 은하수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성당에 있는 유물들은 많은 사연을 갖고 있다. 1991년에 들어선 대형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의 전시실은 천주교 수난사도 보여준다.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 묘소, 김 신부의 시신을 거둬 안장했던 신도 이민식의 묘소는 물론, 무명 순교자와 성직자 묘지에다 성요셉 성당 등이 있어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

미리내는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 잡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덕분에 가족 나들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있다. 미리내 성지 입구에서 대성당, 김대건 신부상을 돌아 3㎞ 정도 차분하게 걸어볼 만하다. 코스를 늘려 계곡 입구 미산저수지부터 성지 입구까지 2.4㎞ 남짓한 거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
www.mirinai.or.kr

▲ 안성 미리내 성지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 미리내는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성지다. /조선일보DB
천주교 발상지 천진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 앵자봉 기슭에 있는 천진암(天眞菴)에는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라는 말이 붙는다. 권철신·권일신·이승훈·정약전·정약종·정약용 등 유학자들이 1779년 조선 정조 3년 당시 퇴락한 사찰이던 이곳에서 서적으로 천주교 교리를 탐구하는 강학회를 열었다. 이어 이벽이 참여하면서 초기 가톨릭의 요람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한다.

천진암은 1970년대부터 성지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1975년 당시 한국 천주교의 뿌리를 찾아 천진암 터를 답사하고 확인하기 시작, 30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 변기영 신부의 노력이 컸다. 이벽·정약종·이승훈·권철신·권일신의 묘소가 이곳으로 이장되면서 1980년대에는 본격적인 성지의 모습을 갖췄다. 성모경당·광암성당 등이 들어섰으며 최근에 천주교박물관 건물이 완공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대에 이곳을 10여차례 다녀갔다고 한다.

그러나 99만㎡(30만평)에 이르는 천진암 일대는 아직 썰렁한 느낌도 든다. 100년 걸려 완성할 계획인 대성당은 기초공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1985년 첫 삽을 떴지만 부지하세월로 진행되고 있어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로·세로 150m, 높이 85m의 초대형 건물로 3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어질 예정이다. 천진암이 있는 앵자봉은 서울에서 가까워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다. 인근 광주 퇴촌 일대에는 맛집이나 카페가 많아 가족·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각광을 받는다. 홈페이지
www.chonjina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