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호가스(1697~1764)는 주체할 수 없는 끼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18세기 영국 사회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세련되게 풍자했다.
호가스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을 묘사하면서 대중들에게 도덕적으로 교훈을 주고자 했다. 그는 연극처럼 한 장면마다 줄거리의 변화를 줘 당대의 도덕적 관념을 상기시켰다.
호가스의 도덕관이 녹아 있는 작품들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인기가 많아 대부분 판화로 제작돼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그의 판화 시리즈는 호가스에게 명성을 안겨 줬으며 팔려 나간 판화작품들로 인해 부유층의 후원을 받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호가스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유혹의 희생물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 ‘탕아의 편력’ 시리즈다. ‘탕아의 편력’은 8점의 시리즈로 방탕한 남자의 몰락을 다루고 있다. 방탕한 남자는 유산을 탕진해 가난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톰 레이크웰이 모델이다.
이 작품은 세 번째 작품으로 술집에서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호가스는 난잡한 술집의 풍경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화면 오른쪽에 단정치 못한 옷차림으로 발을 탁자에 올려놓고 있는 남자가 이 작품의 주인공 톰 레이크웰이다. 그는 구두쇠 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을 유산으로 받아 사치품을 사는 것은 물론 런던의 유명한 사창가를 전전했다.
톰은 런던의 유명한 선술집 로즈 테번에 있다. 톰의 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고 있는 여인은 런던의 유명한 사창가 드루니 가에서 데리고 온 매춘부다. 시계를 훔치기 위해 소녀는 톰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고 시계의 시간은 새벽 3시를 가리킨다. 화면 왼쪽 스트리퍼가 쇼를 준비하기 위해 스타킹을 벗고 있다.
문 입구에 서 있는 남자는 스트리퍼가 탁자에 올라가 옷을 벗고 춤을 출 수 있도록 초와 쟁반을 들고 있다. 그의 곁에는 임신한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방 위의 초상화 중에서 로마의 황제 네로의 초상화만 손상되지 않았다. 초상화 옆에 세계지도가 걸려 있고 거울 앞 촛대에 꽂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던 소녀가 실수로 세계지도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 술집에서 마음껏 즐기던 톰은 도박장으로 들어서게 되고 그 이후 도박 빚으로 파산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호가스는 영국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왕실 중심의 초상화가 주류를 이뤘던 18세기 영국 미술계에 호가스는 새로운 주제를 들고 혜성같이 등장한다. 그는 귀족들은 물론 노동자·군인 등 어느 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게으른 생활을 그림으로 비판했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