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은 대중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에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과학 실험이 유행이었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과학실험을 묘사한 작품이 조셉 라이트 더비(1734~1797)의 ‘공기 펌프 속의 새 실험’이다.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으로 진공 상태를 설명하는 떠돌이 과학자와 다양하게 관심을 표하고 있는 사람들을 묘사했다. 당시는 산소의 정체가 정확하게 알려지기 전으로 산소가 없으면 생물이 죽는다는 개념이 대중들에게 매우 생소했다.붉은색 실험 가운을 입은 과학자는 앵무새가 들어 있는 유리로 만든 플라스크를 들고 당당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다.
꼭대기의 공기 밸브를 잠그고 탁자 위에 놓인 공기 펌프를 이용해 산소를 빼내면 플라스크 안은 진공 상태가 된다. 진공 상태가 되면 앵무새는 죽는다. 라이트는 과학자의 왼손을 플라스크 위 밸브에 놓았는데 이는 실험이 성공할 것인가 아닌가는 상상에 맡긴다는 뜻이다.
화면 중앙에 아버지가 두 딸에게 플라스크를 가리키며 실험을 설명하고 있지만 언니는 새가 죽을까봐 두려움에 눈을 가리고 있고, 언니의 허리를 꼭 잡은 동생은 두려움에 울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앵무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소녀의 앞에 마그데부르크 반구가 놓여 있다. 이 반구는 앵무새 실험과 비슷한 목적을 가진 도구다.
두 개의 반구를 꼭 맞춰 그 사이 공기를 빼내면 두 개의 반구를 뗄 수 없다. 화면 왼쪽에 있는 남자는 실험시간을 재고 있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소년은 실험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소년 뒤에 있는 연인들은 실험에 참가했지만 정작 실험에는 관심이 없고 서로를 바라보는 데 여념이 없다. 남자는 토마스 톨트맨이고 여자는 후에 그의 아내가 된 메리다. 라이트는 그들 부부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그들은 이 작품이 완성된 다음해에 결혼했다. 화면 오른쪽 중년의 남자는 실험탁자 중앙에 놓인 유리 비커를 바라보고 있고 유리 비커 안에는 해골이 들어 있다. 이 작품에서 해골은 죽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 작품에서 중년의 남자는 인생무상을 상징하고 그와 대칭을 이루고 있는 젊은 연인들은 미래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중년의 남자 뒤로 소년이 새장을 끌어내리고 있는데 새장은 실험의 실패를 암시한다. 라이트는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영국의 더비 출신으로 산업의 선구자들과 교류가 많아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이 작품은 실험의 성공과 실패를 사람들의 행동으로 표현해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후에 판화로 제작됐다.
<박희숙 서양화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