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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백혈병의 진단 및 치료

惟石정순삼 2015. 9. 2. 11:06

급성백혈병의 진단 및 치료

 

 

윤성수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Ⅰ. 서론
백혈병은 혈액세포들을 생산하는 골수 내 혈액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악성세포가 무한 증식함으로써 정상적인 혈액 세포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아 이로 인한 면역력 감소로 인한 감염 또는 혈소판 생산 감소 및 그 기능 부전에 의한 출혈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위암이나 간암 등의 고형장기에 생기는 종양과 달리, 백혈병은 발병 초기에 이미 혈액을 타고 전신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므로 종양의 진행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고형장기 종양에서 쓰는 병기를 쓰지 않고 염색체 변이 등, 다른 인자로 예후를 판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정상 세포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고형종양세포와는 달리, 백혈병세포는 조혈계의 정상적인 어미세포인 모세포와 현미경으로 볼 때는 전혀 구분을 할 수가 없어 현미경으로 골수내에서 발견되는 여러 종류의 세포 중, 모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5%보다 늘어나면 정상이 아니며 20%를 넘으면 백혈병 진단을 내린다. 가끔, 발병시나 질병 경과시에 골수나 혈액에서 세포가 있는 것과 별개로 골수 외 조직인 피부나 다른 장기에 백혈병 세포들이 뭉쳐서 덩어리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녹색종(chloroma)이라고 부른다.


백혈병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들은 질병의 진행 속도 및 질환의 성격이 달라 급성은 매우 빠르게 암세포가 증식하므로 속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아주 짧은 기간 내에서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만성은 급성과는 다르게 길게는 수년까지도 별다른 치료 없이 지낼 수도 있다.


급성백혈병은 진행은 빠른 질환이나 많은 경우에서 적절한 치료로 완치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신속한 진단 후에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바로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급성백혈병 등을 포함한 혈액암의 치료는 골수이식 혹은 조혈모세포이식이나 항암화학요법 및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표적치료제 (글리벡이 대표적인 약제임) 등의 도입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일부 환자에서의 급성백혈병의 치료성적은 상대적으로 매우 불만족스럽다. 즉, 고령이나 다른 병발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의 치료법은 수십년간 큰 발전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급성골수백혈병은 여러 다양한 발병기전이 혼재하는 이질적인 질환군으로 단일 표적을 목표로 하는 표적치료제를 적용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한 성인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치료 성적은 소아와 비교하여 매우 불만족스러워 같은 이름의 질환이어도 매우 다른 경과를 보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몇 가지 특징적인 유전자 변이 (FLT3, IDH 등)를 대상으로 한 약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매우 이질적이고도 복잡 다단한 유전자 변이를 종합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국제적인 consortium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예: ICGC: International Cancer Genome Consortium, https://icgc.org).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 되면 급성백혈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대해 개별화된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미국 Obama 대통령이 2015.1 연설 (President Obama’s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급성백혈병을 포함하여 고령화와 함께 갈수록 증가하는 암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본 란에서는 기존의 진단 및 치료법에 추가하여 최근 이뤄지거나 개발 중인 진전에 대해 소개한다.

 

II. 급성백혈병의 진단
통상 증상과 피검사 등에서 급성백혈병이 의심될 경우 곧바로 혈관에서 혈액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세포 모양을 검사하는 말초혈액바른표본을 시행하고 이어서 골반뼈의 후장골능(PSIS: posterior superior iliac spine)이라고 하는 부위에서 골수에 대한 흡입 및 생검을 시행하고 여기서 얻어진 세포를 이용하여 여러 검사를 시행한다 (예: 유세포검사, 면역조직화학염색 검사, 염색체검사, 형광제자리부합법 검사, 중합효소연쇄반응법 검사, 유전자 변이형 검사 등). 급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염색체 검사 결과에 따라 환자들을 크게 3가지 또는 4가지 예후군으로 분류한다. 다만 서구에서도 유럽과 미국, 혹은 유럽 내에서도 영국과 이를 제외한 유럽 국가 간에 각 예후군을 구성하는 여러 염색체 이상 소견들의 세부 구성이 조금씩 달라 같은 급성백혈병이라도 인종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론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골수검사로 얻은 여러 세포들 중, 모세포가 20% 이상일 경우를 급성백혈병으로 진단하며 골수성과 림프모구성 중 어느 것에 속하는지를 먼저 감별한다. 소수에서는 두 군이 구별이 되지 않거나 둘 다 있는 혼합형의 양상을 보인다. 세포 형태에 주로 근거한 FAB (French-American-British) 분류법으로 급성골수백혈병을 M0에서 M7까지 나누고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L1, L2, L3로 나눈다.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까지 고려한 WHO 분류법이 더 흔히 사용된다.


다양한 진단 방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환자의 경과를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며 이는 환자 개개인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는 여러 인자들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각 환자들의 전 유전체를 깊이 분석하여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러 나라가 참여한 대규모의 다기관 임상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서 언급한 ICGC (International Cancer Genome Consortium, https://icgc.org)나 TCGA (The Cancer Genome Atlas) 등이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며 필자를 포함한 국내연구진도 수년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들 방법이 비용이나 자료 분석 등의 문제로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거나 이미 알려진 유전자 변이이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잘 발견되지 않고 숨어있는 것들을 더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하여 예후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표적치료제가 작용하는 부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수 차례 재발한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 특정 유전자를 찾아 여기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써서 다시 관해를 얻은 유명한 예가 있다 (http://nyti.ms/McWr1U).


Ⅲ.급성백혈병의 치료
급성백혈병의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치료의 목표를 정하여야 한다.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는 항암제 단독 혹은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하여 이뤄지는데, 고령이거나 다른 병발 질환을 가진 환자는 이러한 방법을 적절하게 쓸 수 없어 이때는 완치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생명 연장이나 증세 완화 등이 적절한 목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나이가 60세 혹은 65세를 넘거나, 나이가 이보다 어려도 전신상태가 병발 질환으로 나쁠 경우의 치료 목표는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이의 결정은 의료진과 환자 및 가족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치료 목표를 완치에 두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몇 가지 약제를 조합한 복합항암화학요법을 시행 받게 되는데 이는 완전관해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으로 관해유도요법이라고 부른다. 완전관해는 골수기능이 정상 혹은 정상 가까이 회복된 상황에서 골수 모세포가 5% 미만이고 골수 외 녹색종 등의 질병이 발견되지 않는 상태로 정의된다. 완전관해를 얻는 것은 완치를 위해 꼭 필요한 중간 단계이다. 완전관해를 얻지 않으면 완치를 기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관해유도요법은 골수백혈병과 림프모구백혈병이 서로 다르며 골수백혈병 중에서도 FAB 분류로 M3 (promyelocytic leukemia, 전골수백혈병)의 경우에는 베사노이드(vesanoid, tretinoin, ATRA-all transretinoic acid), 또는 삼산화비소(arsenic trioxide)가 사용되고, 림프모구백혈병 중에서도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인 경우에는 글리벡(Glivec, imatinib)과 같은 신호전달억제제(signal transduction inhibitor)가 항암제와 함께 사용된다.


관해를 얻으면 진단시 종양의 양이 백분의 일로 줄어들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양의 암세포가 체내에 있다. 따라서 일단 완전관해가 이뤄졌어도 추가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백혈병이 거의 재발한다. 관해 후 추가 치료는 공고요법, 유지요법,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중추신경계 재발방지치료 등이 있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의 시행 여부는 이식에 따른 심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 및 이식편대숙주반응 등과 같은 후유증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주로 백혈병의 악성도 및 재발 위험도, 환자의 연령, 전신상태, 병발 질환, 관해유도항암치료시의 질병의 경과 등이 결정요인이며 적절한 공여자가 가족이나 타인 중에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즉, 항암화학요법 만으로는 나쁜 예후가 예상되는 환자이면서 적절한 연령대에 있으며, 전신상태가 양호하고 심한 동반 질환이 없으면 적절한 공여자가 있을 때, 우선적으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반일치이식이나 태반에 포함되어 있는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제대혈이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적절한 공여자를 찾기가 점점 쉬워지는 편이다. 이와는 반대로 예후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지 않고 항암화학요법만으로 구성된 추가 치료를 받거나 일부에서는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추가로 시행받게 된다. 다만 이런 환자라도 항암화학요법 후에 재발하는 경우에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생각해야 한다. 1-2년의 장기 유지요법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나 M3 급성골수백혈병 환자에서 시행하며 중추신경계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고령이거나 병발 질환 등의 이유로 인하여 급성백혈병의 치료 목표를 완치에 둘 수 없는 경우에는 보다 약한 치료를 하거나 수혈, 항생제 등의 지지요법만 시행하게 된다. 저강도 치료에는 저용량 씨타라빈(cytarabine), 데시타빈(decitabine) 등이 있다. 아자씨티딘(azacitidine)도 곧 고령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제로 정부의 승인이 날 전망이다. 이러한 저강도 치료법은 일부 환자에서 완전관해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관해가 유도되어도 그 기간이 짧고 대부분의 경우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쓰인다. 저강도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을 보였다가도 다시 진행한 경우에는 수혈 등의 고식적인 치료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기전을 목표로 한 임상시험이 많이 시도되고 있어 가능하면 이와 같은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주로 재발한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대상으로 ‘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T)’ 치료라는 면역세포치료법이 구미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어 국내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IV. 맺음말
급성백혈병은 질병의 경과가 얘기하듯이 갑자기 시작하게 되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청천병력과 같은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많은 경우에서 완치가 가능하므로 담당 의료진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한국혈액암협회 (www.bloodcancer.or.kr) home page의 의료정보란과 Q/A section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권하며 영어 해독이 가능하면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제공하는 NCCN 지침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해외 공신력이 있는 site도 추천하는 편이다. 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잘못된 정보에 의지하여 질병의 치유에 해가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국내외 guideline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과 현재 의료 상황에 따라 매우 복잡하고도 심사숙고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최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환자 및 가족과 의료진간의 상호신뢰와 의사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시중의 각종 잡다한 정보 내지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자가 치료(주로 건강보조식품이나 민간요법 등)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이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하여 정말 필요한 항암화학요법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이러한 자가 치료를 추가하고 싶다면 담당의료진과 꼭 상의하는 것이 좋다.


향후에는 새로운 유전체 분석에 기인한 최신 진단 기법의 도입과 함께 표적치료제 및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이를 이용한 치료법의 광범위한 도입이 치료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2016년 희망지 2월호 의학정보에서

- (사)한국혈액암협회 혈액암자료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