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14 03:00
인천 영종대교를 뒤덮은 짙은 해무(海霧)가 차들을 집어삼켰던 작년 2월 11일 오전의 일이다. 106중 추돌 사고 현장은 뒤엉킨 차량 행렬로 끝이 어딘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은 원반 모양의 장비를 꺼냈다. 작게는 피자 한 판, 크게는 책상만 한 장비를 원격조종기로 조작해 하늘로 띄웠다. 자욱한 안개에 강풍까지 부는 날씨. 대부분 실종되고 두어대가 살아 돌아왔다. 장비에 부착된 카메라가 거대한 아수라장으로 돌변한 연쇄 추돌 사고의 전모를 담아왔다. 지상의 카메라가 부서진 차체와 타이어 같은 '부분'을 찍을 때 하늘의 카메라는 관광버스·승용차 등이 지그재그로 물리고 박살난 현장 '전체'를 찍었다. 2차원 평면과 3차원 입체의 차이였다. 무인 항공기 드론(Drone)과 카메라가 결합한 '하늘을 나는 카메라'가 TV 뉴스 화면을 질적으로 바꿔놓은 순간이었다.
카메라는 늘 '새의 눈'을 탐냈다. 현장 전체를 조감(鳥瞰)하는 결정적 한 컷을 원했다. 드론이 없던 시절 기자들은 현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건물 옥상 아니면 산이었다. 건물주 허락을 즉석에서 구하기도 어려웠고, 15㎏짜리 카메라 장비를 짊어진 등산도 고역이었다. 그러고도 옆건물이나 나무에 시야가 가려 촬영에 낭패를 겪기 일쑤였다. 수십억원짜리 헬기나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 촬영도 있었지만, 돈 많은 방송사조차 명절이나 대형 사고 때만 아껴 썼다. 카메라가 하늘에 닿는 길은 사람 발품 파는 원시적 방법 아니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 두 가지뿐이었다. 드론이 상용화되기 전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그랬다.
카메라가 하늘로만 올라간 게 아니다. 액션캠(Actioncam)이라는 고화질 소형 카메라의 등장은 시청자 시야를 횡적으로 넓혀주었다. 작년 11월 14일 서울 도심 폭력 집회 때, 한 20대 청년이 이걸 몸에 부착하고 시위대 속에 들어갔다. 청년이 목격한 그대로가 액션캠에 담겼다. 그가 제보한 영상 덕에 시청자들은 눈앞에서 경찰버스가 흔들리고 과격 분자의 욕설을 귓전에서 듣는 경험을 했다. 현장 한복판에 있는 듯한 가상 체험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뉴스 영상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전에 없던 각도의 영상, 현장성 넘치는 화면이 시청자의 '볼거리'를 풍부하게 하고 '볼 권리'를 더욱 충족시켰다. 단순한 영상미(美) 얘기가 아니다. 영종대교 하늘에서 찍은 장면은 차 106대를 집어삼킨 자연의 위력을 일깨웠고, 12가지 교량 안전 대책으로 이어졌다. 갈라진 논바 닥과 메마른 댐 위를 날아다닌 드론은 가뭄 무서운 걸 알려주었다. 액션캠의 접사(接寫)는 폭력 시위의 심각성을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고, 보도 이후 시위대 단골 무기였던 쇠파이프와 죽창을 시위 현장에서 몰아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카메라의 눈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김지하 시인의 말이다. 시인의 통찰을 현실에서 확인하는 시대가 왔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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