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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이야기

정글에 움막 짓고 곤충 찍는 팔순 할머니

惟石정순삼 2014. 11. 7. 12:21

입력 : 2015.11.05 03:00

-사진작가 40년 청주 조유성씨
동남아 밀림서만 6년동안 작업
마흔살 때 허무함 느껴 촬영 몰입… 애벌레 가져와 직접 키워 찍기도

어제부터 서울서 90점 사진전

40년간 사진을 찍다 보니 80세 할머니가 된 조유성씨. 그가 4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곤충 사진 전시회를 시작했다. '할머니'가 된 것도 잊고 지난 6년간 모기가 들끓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정글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이번 전시회 '숲속의 작은 천사들'이 그 결산물이다.

전시회에는 곤충 사진 90점이 등장한다. 정글이 반,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찍은 것이 반이다. 정글에 간 이유는 "한국은 물론 백두산과 일본도 다녀봤지만 특이한 것이 드물어서"라고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작업할 때는 아예 밀림 속에 10평 움막을 지어 사용했다. 페낭에서 2시간 가야 나오는 '방링 정글'에 그곳 나무와 진흙을 사용해 움막을 직접 지었고, 한국에서 가져간 온수보일러까지 설치했다.

80세 할머니 사진작가 조유성씨가 4일 서울 인사동에서 연 곤충사진전에서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80세 할머니 사진작가 조유성씨가 4일 서울 인사동에서 연 곤충사진전에서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동남아 정글에서 움막 짓고 지내며 촬영한 것이다. /이혁재 기자

 

너무나 적극적인 조유성 할머니는 그러나 40세까지 사진과 관련이 없었다. 의사인 남편 덕에 돈을 '긁어모으며' 살았다. 어느 날 저녁 충북 청주의 병원 옥상에서 마을의 불빛을 바라보는데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언가 원통했다. 그럴 때, 지금은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가 카메라를 주며 사진을 권했고, 사진에 빠지면서 분함이 사라져갔다. 이제는 완전히 사진장이가 됐다. 10년 전엔 칠순 잔치를 해준다는 세 아들 제안을 뿌리치고 백두산으로 촬영 여행을 다녀왔다.

시작은 미약했다. 40년 전 처음 사진을 가르쳐 준 사람은 '해가 있을 때, 구름이 있을 때, 해가 없을 때'의 3가지 상황에서 찍는다고 했다. 그런데 비 오는 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었다.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꽤 잘 나왔다. 나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충북 사진작가협회에 들어갔다.

조유성은 입문 2년 만인 1978년 충북 전국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후로도 한국사진작가협회 전국회원전 10걸상, 충북 미술대전 특선, 문광부장관 표창,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받았다. 또 대한민국 사진대전 운영위원, 충북 예총 위원,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한국사진작가협회 충북지회장 등을 맡았다.

카메라는 라이카가 가장 마음에 들지만 주로 캐논 디지털 카메라를 쓴다. "생태계 촬영은 수백 번 셔터를 눌러야 하는데 디지털 아니면 필름 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라고 했다. 그는 곤충을 '키워서' 찍는다. "날아다니는 자연 상태의 나비를 찍어 보면 대부분 날개가 어딘가는 상해 있어서"이다. 그래서 숲에 가면 나비의 알부터 찾는다. 그곳을 기억해 뒀다가 애벌레가 나오면 그 나뭇가지를 잘라 집으로 가져와 나뭇잎 주고 수액을 주며 키운다. 그러다 부화하면 그의 카메라에 잡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야생화를 찍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꽃 속의 곤충이 눈에 들어오면서 방향을 바 꾼거죠."

곤충을 찍으면서 신의 섭리를 알게 된 것 같다고 한다. "거미는 무거운 알집을 품고 다녀요. 공격받아도 절대 버리지 않지요. 나비는 알을 낳다가도, 그 나무에 새끼가 살기 힘들 것 같으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낳습니다."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묻자 "치매 걸릴 때까지"라고 했다.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곧바로 딱정벌레 찍으러 인도네시아 정글로 떠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