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2 03:00
흔해서 특별한 순간을 남기려고, 자존심이 걸린 엄중한 밥벌이로
소외된 이들을 알리는 무기로, 추억을 떠올릴 소중한 저장소로…
사진은 세상과 사람 사이 '다리'…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을 이어줘
#1
"새롭고 신기한 것들만 사진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한 것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만 보고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된다.
풍경이 먼저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안개 낀 아침 강가나 눈보라가 거센 들판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계곡에 흐르는 냇물에도 변하는 표정이 있고 감정이 있다. 평범한 것도 예쁘게 보여 주는 것이 사진이다. 땅 위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잡초, 먼지까지 만물은 계속 다르게 변한다. 30년 넘게 그런 풍경들을 찍었다.
젤라틴 실버프린트의 질감을 사랑하기에 아직도 흑백 필름으로 촬영하고 현상하고 인화한다. 주로 혼자서 직접 다 한다. 암실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촬영한 필름을 들고 암실로 돌아와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긴장감을 즐긴다. 흑백 필름으로 작업하다 보니 사진을 크게 인화하는 데 한계가 많다. 디지털 사진은 훨씬 크게 프린트할 수 있고 사진을 크게 뺄수록 가격은 더 높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더 준다는 유혹을 버리지 않으면 내 사진의 생명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사진이 더 나쁘거나 좋다는 건 아니다. 이게 내 방식일 뿐.
세상엔 수많은 사진이 있고 내 사진은 그중 아주 작은 일부다. 그동안 남들이 좋아하는 사진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
"광고를 찍는 나에게 사진은 밥벌이다. 먹고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어릴 때 카메라가 좋았고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는 사진보다 광고주가 원하는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더 어렵다.
광고 사진은 끊임없는 아이디어 싸움이다. 사진으로 상품이나 모델을 빛나게 하는 건 어렵지만 도전해볼 만한 창조적인 작업이다. 어떻게 조명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결과가 나온다. 황금색 맥주를 담은 잔이 흰 모자를 쓴 것 같은 거품을 오래 유지하도록 글라스 위에 플라스틱 링 두 개를 달기도 했다. 어렵게 촬영한 광고 사진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후 제품이 많이 팔렸을 때도 보람을 느낀다.
지금은 CG(컴퓨터 그래픽)가 워낙 발달해 광고 사진 분야도 곧 사라질 거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진은 사진만의 역할이 있다. 제품을 고급스럽게 사진으로 촬영하려는 광고주들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빛이 반사되었을 때 느끼는 제품의 아우라(aura)나 입체감을 사진에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3
"카메라는 권력에 맞설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했다. 어둡고 소외된 사람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사진기자가 되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줬다. 감추는 것이 오히려 진실일 때도 많았다.
거칠고 험한 사건·사고 현장을 찾아다녔다. 대형사고 희생자들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유족들을 찍을 땐 카메라 파인더 뒤에서 눈물이 나서 시야가 흐려지기도 했지만 계속 사진을 찍어야 했다.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힘들고 어려웠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누구나 사진을 찍게 됐다. 어깨에 멘 카메라는 갈수록 무거워져도 스마트폰을 든 소녀들과도 몸싸움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좋아 보이지 않고 어려운 사람도 많고 감춰진 진실도 넘쳐난다.
사진은 서로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여론을 바꾸기도 한다. 내가 찍은 사진을 사람들이 보며 울고 웃을 때 보람을 느낀다.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쫓아다니며 기록하고 알릴 것들이 있기에 계속 사진을 찍고 있다."
#4
"전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조작이 어렵고 무거운 전문가용 카메라보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했다. 폰카 사진은 언제든 찍을 수 있어서 쉽다. 맛집을 가서 음식 사진을 찍거나 모임에서 기념사진을 안 찍으면 가서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다. 사진으로 남겨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거의 SNS에 바로 올렸다. 글로 몇 자 적는 것보다 사진 한 장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면서 친구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작년 봄에 딸이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샀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제대로 남기고 싶었다. 천사처럼 자는 아이 모습, 아내가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 등을 찍으면서 사진을 하나씩 배웠다.
카메라를 들고 출퇴근했다. 요즘처럼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면 매일 출근하는 길에서도 다른 풍경을 만난다. 햇살에 반사된 가을 은행잎은 금빛처럼 화려하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런 것들을 발견한다. 주말이면 사진을 찍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교외로 나간다. 어떻게 찍으면 더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지만 계속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 내가 찍은 사진을 가족과 친구들이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사진 아닐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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