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23 03:00 | 수정 : 2015.04.23 08:51
[3·끝] LPGA 성적 걸맞게 위상 높이자
-'골프만 잘한다' 인식은 타파
7년前 LPGA 영어시험 논란
선수들 "우리가 바꾸자" 노력… "매너·품행서 모범" 소리 들어
-주니어들 '공부 기회' 늘려야
교포 리디아 고·이민지처럼 학업 병행하면서 성장시켜야
KLPGA '골프 韓流'도 필요
골프는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는 경사를 맞는다.
남녀 개인전이 열리게 되는데 여자 골프는 사상 처음 올림픽 무대에 발을 딛게 된다. 한국 여자 골프의 간판스타인 박인비(27)는 이렇게 특별한 올림픽에 호주의 베테랑 골퍼 카리 웹(41)과 함께 전체 여자 선수를 대변하는 역할을 올해부터 맡고 있다. 박인비는 "골프 선수들이 처음 올림픽을 치르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건의할 사항은 없는지 등 의견을 모아 올림픽 골프위원회에서 이야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세계 여자 골프 선수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1998년 박세리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을 시작한 한국 여자 골퍼들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해는 2008년이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영어 시험을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성사되진 않았지만 LPGA 투어가 급증하는 한국 선수들을 견제하려는 시도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자성의 계기가 됐다. 당시 신인이었던 박희영(28)은 "(박)세리 언니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이 모여 우리도 바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통역이 없으면 의사 전달이 안 되고 스폰서들과 프로암에 나가도 말 한마디 안 하고 자기 연습만 해서 상금 챙기는 '골프 머신'이란 이미지를 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박희영은 "한국 선수들이 무서운 게 그 뒤로 적극적으로 영어도 배우고 자선 활동도 참 열심히 해서 불과 몇 년 만에 가장 모범적인 선수들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김인경이 상금 22만달러 전액을 오초아재단과 미국 자선 재단에 내놓은 것은 지금도 LPGA 투어에서 회자되는 '통 큰 기부'로 꼽힌다.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박인비 외에도 유소연, 서희경 등은 어린 시절부터 준비한 영어 실력으로 데뷔 초부터 인터뷰를 능숙하게 해 '영어 못 하는 한국 선수' 이미지를 깼다.
이렇게 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적만큼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 선수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유소연은 "지금도 LPGA 투어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한국 선수들의 목소리가 작다"며 "바쁘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가하고 의견을 내놓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우승할 때마다 대회를 열어준 스폰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자원봉사자들과 대회 코스를 준비한 분들에게도 충분히 고마움을 전하는 품격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가 우승할 때마다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샴페인이나 맥주를 붓는 모습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많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스물두 살 조던 스피스(미국)가 경쟁을 벌였던 저스틴 로즈를 비롯해 캐디들과 악수하고, 팬들과 기쁨을 나눈 뒤 그린 바깥에서 기다리던 가족, 친지들과 포옹하는 감동적인 모습과 비교된다는 이야기다.
박지은은 "한국 선수들이 주니어 시절 공부할 기회가 더 주어져야 한다"며 "그래야 골프 이외의 대안도 마련할 수 있고 선수 생명도 더 길어진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사실상 골프 클럽을 잡는 순간 골프만 하는 프로로 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나 호주 교포 이민지(19), 미국 교포 앨리슨 리(20) 등이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우수한 선수로 성장했다. 국내 주니어 골퍼 육성 과정이 과열 경쟁으로 최소한의 학습기회도 빼앗는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이영귀 부회장은 "한국 투어가 앞으로 외국 선수들에게 '코리안 드림'을 이루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국내에 골프 아카데미를 만들어 외국의 우수한 젊은 선수들을 초청하고 국내 투어에서도 뛸 기회를 줘 KLPGA를 '골프 한류(韓流)'의 전진기지로 삼자는 의견이다. 그는 "우리가 구옥희 프로나 박세리 프로가 외국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던 것처럼 외국 선수들이 한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여긴다면 한국 골프 산업 전체가 더 커지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K팝 이상 가는 K-LPGA 시대를 꿈꾸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국 여자 골프 4.0시대] 신체적 열세를 기술·멘털로… '작은 거인들'
[3·끝] LPGA 성적 걸맞게 위상 높이자
-한국 여자 골퍼 왜 강한가
本紙 설문 '최대 강점' 묻자 인내심·근성·멘털順 답해… '체력·운동신경' 응답은 0명
키 작고 비거리 중간이지만 쇼트게임 능력과 뚝심 앞서
2015시즌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을 보면 대체로 체격이 크지 않은 편이다. 김세영(22)·김효주(20)·박인비(27)·최나연(28) 등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1승 이상을 거둔 선수들은 대부분 키가 160㎝대다. 지난해 나란히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에서 1·2위에 오른 브리타니 린시컴(178㎝)이나 렉시 톰슨(183㎝·이상 미국)과 비교해 보면 많게는 20㎝ 정도 차이가 난다. 올 시즌 상금 순위와 다승 순위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한국 선수들도 평균 비거리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체격에서 외국 선수에 밀리는 데도 한국 여자 선수들이 세계무대를 휩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선수들이 '세밀함'과 '정신력'으로 신체적 열세를 극복했다고 보고 있다. 결정적 순간 발휘되는 한국인 특유의 승부 근성과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한국 여자 골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세영이 최근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던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김세영이 대회 마지막 날 18번홀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렸을 때만 해도 같은 조에서 경기하던 박인비 쪽으로 승부가 기울었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세영은 5m 칩샷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 첫 홀에서 기적 같은 샷이글로 승부를 뒤집었다. 반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 일부 외국 선수는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자주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곤 해 '돌부처'처럼 멘털이 강한 한국 선수들과 대조를 이뤘다.
정확한 쇼트게임 능력도 한국 선수의 선전 요인이다. 지난 시즌 데뷔와 함께 2승을 거둔 이미림(25)은 지난해 레인우드 클래식 마지막 날 공이 바위 위에 올라가자 벌타를 받는 대신 그대로 어프로치샷을 해 그린에 올린 뒤 파를 잡았다. 쇼트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퍼트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인비는 평균 퍼트 수 부문에서 2014년 4위(29.08개), 2013년 5위(29.05개)로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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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지지 않는 한국 여자 골프’. 한국 선수들이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우승 행진을 이어나가자 앞으로 이런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김효주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LPGA 투어 파운더스컵 3라운드 18번홀에서 티샷을 하는 모습. /Getty Images 멀티비츠
나상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수치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위기 순간에 더 힘을 내는 정신력과 버디 찬스를 악착같이 살리는 근성이 한국 선수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이런 모습은 어린 시절부터 스파르타식 훈련을 묵묵히 견디고 큰 대회 경험을 쌓았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본지가 77명의 선수·학부형·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점은 분명히 나타났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라는 문항에는 ▲인내심(23명·30%) ▲강한 승부근성(19명·25%) ▲강한 멘털(19명·25%) 순으로 답했다. '체력'과 '운동신경'이라고 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타고난 신체 조건보다 훈련을 통해 단련되는 정신력이 한국 선수의 무기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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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골프 4.0시대] 세계 3위 루이스 "겁 없는 코리안 루키들, 특히 퍼팅 잘하더라"
-외국서 보는 한국 여자 골퍼
美언론 "비범한 신인들이 LPGA를 황금기로 이끌어"
로이터 "그들을 막기 힘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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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랭킹 3위 美스테이시 루이스.
한국 여자 골퍼들이 세계무대를 휩쓰는 비결은 그간 한국만큼 외국에서도 관심 높은 주제였다. 1998년 박세리(38)의 US여자오픈 우승 이래 엄청난 기세로 미 LPGA 투어를 장악해온 한국 선수들에 대해 외신들은 수차례 분석 기사를 내놨다.
"국토가 좁은 한국에는 골프장 들어설 공간이 넉넉지 않아 선수들이 라운드를 도는 대신 주로 연습 레인지에서 훈련한다. 라운드를 돌 때보다 샷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된다"(2012년 이코노미스트) "한국의 선수들은 부모의 엄격한 감시 아래 훈련하고 프로 전향 후에도 부모와 내내 붙어 다닌다"(2012년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올 시즌 LPGA 투어에 데뷔해 눈부신 선전을 펼치는 '코리안 루키'들에 대해선 차원이 다른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미 골프채널은 22일 "김세영(22), 김효주(20), 장하나(23), 백규정(20) 등 LPGA 투어 사상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한 비범한 신인들이 투어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드라마틱한 황금기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프채널의 랜덜 멜 기자는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를 휩쓰는 모습을 보기 싫어 LPGA 대회에 관심을 끊는다면 당신은 남녀 골프를 통틀어 가장 흥분되는 드라마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최근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 교포), 메이저 통산 5승의 박인비(27), 데뷔 전 이미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신인 김효주는 재능 넘치는 한국 출신 여자 골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그들의 엄청난 파워를 앞으로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과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벌이다 번번이 우승을 놓친 세계 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는 "한국에서 뛰어난 루키들이 미국으로 온다는 소식을 박인비에게 미리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그들은 특히 퍼팅을 잘하고 겁이 없다"고 했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멤버 주디 랜킨(70·미국)은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한국 선수가 계속 튀어나온다"며 "스윙이 훌륭할 뿐 아니라 차분하고 성숙하게 경기를 풀어간다"고 했다. 2004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인 카렌 스터플스(42·잉글랜드)는 "요즘 한국 선수들은 LPGA 무대를 편안하게 여기고 자신감 있게 제 실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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