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처음 시작한 초심자이거나 좀 찍는다고 자부하는 준 전문가들 조차도 항상 노출은 까탈스러운 존재이다. 그래서 많은 경험과 깊이 있는 지식(소위 내공)을 부단히 쌓아가야하는데 그 중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지식이 18% 표준반사율을 가진 그레이 카드에 대한 이해 이다.
본 강좌는 누구나 이 그레이 카드에 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내용을 상식적인 수준에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할 것이다. ‘좋은사진만들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반사식 노출계와 표준반사율
다음 사진1은 흰색의 백지를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로 정확하게 측정한 노출값으로 촬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없다면 이 사진을 누구도 백지를 찍은 사진이라고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이 사진이 왜 이렇게 찍혀졌는지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카메라 내장 노출계의 기본적인 성질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진 1 : 반사식 노출계에 의한 노출값으로 찍은 백지 (f8, 1/100s)
사진이란 빛을 기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빛의 세기를 정확히 알고(측광) 그것을 필름 또는 촬상소자(CMOS, CCD)의 특성에 알맞게 기록(노출)해야지만 우리가 원하는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가 있다.
먼저 노출을 결정하기 위해서 빛의 세기를 측정해야 하는데, 보통은 카메라에 내장되어 있는 노출계를 사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편리하고
그러나 카메라 내장형 노출계는 보편적이 아닌 특별한 촬영 환경에서는 사용 방법이 바르지 않다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 이유는 내장형 노출계가 측정하는 빛의 세기는 피사체로부터 반사되어서 오는 반사광의 세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사진의 노출을 결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궁극적으로 피사체에 비추어지는 입사광의 세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카메라 내장 노출계(반사식)는 반사광의 세기로부터 입사광의 세기를 역산해서 그 때의 적정 노출값을 계산해 낸다.
그런데 문제는 동일한 세기의 입사광 하에서도 반사광의 세기가 피사체의 색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즉 검은색의 피사체는 반사광이 거의 없을 것이며 반대로 흰색의 피사체는 거의 대부분(90%이상)을 반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사체에 따라 반사율이 다르기 때문에 반사식 노출계는 반사광으로부터 입사광의 세기를 구하기 위한 기준으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피사체의 평균적 반사율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를 표준반사율(18%)이라고 한다.
다시 앞에서의 이상한 사진1의 얘기로 돌아가자. 노출계는 빛의 세기를 측정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 빛이 어떤 피사체에서 반사되어 오는 것인지는 알지 못하며, 다만 노출계가 향하고 있는 넓은 세상의 각양각색의 수많은 피사체들이 반사하는 반사광들이 합쳐지면 평균적으로 입사광의 18%가 된다는 표준반사율을 기준으로 입사광의 세기를 계산할 뿐이다.
구체적으로 사진1의 경우에도 노출계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흰 종이에서 반사되는 반사광의 비율을 실제로는 최소한 90%이상으로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해진 18%의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입사광의 세기를 실제보다 5배 이상 부풀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어서 이것에 따른 노출값은 2 스톱 이상(예: f5.6이하가 정상이지만 f11로 설정) 부족하게 된다. 노출이 부족하니까 흰 종이가 어둡게 찍혀지고 결과적으로 회색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좀 더 쉽고 간결하게 정리하면 반사식 노출계는 모든 것을 18% 표준반사율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재현해 낼 수 있는 노출값을 계산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흰색의 종이도 18% 회색의 종이로 간주하고 그대로 정확하게 재현해 낼 수 있는 노출 값을 계산해 내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1이 회색으로 보이게 된 기술적 배경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1은 결과적으로 18% 그레이 카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아래 사진2는 실제 18% 그레이 카드를 찍은 것인데 사진1과 비교해 보자. 물론 두 사진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이것은 조명의 균질성, 피사체의 표면요철 등 촬영 조건이 정확한 측정값을 도출하기에 알맞지 않은 점과 카메라의 재현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예측된다. 만약에 이상적인 조건에서 촬영되었다면 RGB 각 색채널 값은 각각 128을 나타내야 한다. 위 견본 사진에서는 사진1이 오히려 이 값에 근접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사진 2 : 반사식 노출계에 의한 노출값으로 찍은 Kodak Gray Card (f8, 1/20s)
▣ 18%그레이카드”, 무엇에 쓰는가?
본 강좌의 첫회분을 이미 읽은 분들은 명쾌하게 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노출값을 찾기 위해서 쓴다!
그렇다! 18% 그레이 카드는 카메라에 내장된(또는 독립적 외장형)반사식 노출계로 어떤 특수한
피사체의 조건에서도 적정노출을 계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장치이다. (여기서 약 2미리
두께의 A4 정도 크기의 판지 한장을 장치라고 표현한 것이 과연 적합한 어휘인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현재로서 딱히 적합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그대로 사용하겠다. 혹 독자분 중에서
적합한 어휘를 충고하시면 차후 수정할 것을 약속한다)
다음은 시중에서 18,000원 안팍에서 판매되고 있는 코닥 그레이 카드의 실물 사진이다.
ⓐ는 보관용 투명비닐 봉투이고, ⓑ는 포장용 표지, ⓒ와
ⓓ는 그레이카드(8x10인치)인데 ⓓ는 엎어진 상태로서 뒷면이 흰색으로 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는 사용설명서 이다. 그 외에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별도의
비닐 봉투에 넣어진 4x5인치 크기의 그레이 카드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3: KODAK Gray Cards
다음은 코닥 그레이 카드의 사용 설명서 양면 복사 사진이다. 좌우 사진이 명암차가 있는 것은
그레이카드를 사용하여 노출치를 설정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실제 사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다음 링크는 적정 노출로 촬영된 사용 설명서 원본 사진이다. 직접 자세히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How to Use KODAK Gray Cards(1) How to Use KODAK Gray Cards(2)
사진4: 코닥 그레이 카드 사용 설명서
이제 실제로 그레이 카드를 사용해서 적정 노출을 산출 하는 방법을 사진4의 사용설명서의 각 면을
촬영하는 과정을 통해서 살펴보자.
사진5: 인쇄물을 복사하기 위하여 그레이 카드를 사용
인쇄물을 복사하려면 전용 스텐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보통은
삼각대를 활용할 수 있다. 삼각대 중에는 복사에 편리한 구조를 갖춘 것도 있지만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보급형은 좋은 복사 결과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사진에서는 가능한한 복사물(피사체)에
균질한 조명 조건을 만들기 위하여 주어진 환경에서는 가장 멀리 떨어진 광원인 방 천장의 형광등을
사용하였고, 피사체 표면에서의 반사나 복사에 적합치 않은 삼각대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하여 독서대
(높낮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음)를 활용하였다.
①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복사할 원고를 카메라의 렌즈 필터면과 평행면을 이루도록 잘 설치한
다음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확인하면서 원고가 화면의 중앙에 잘 놓이도록 적절히 조정한다.
② 인쇄물의 복사에서는 선명도가 중요하므로 조리게 우선 자동노출 모드로 설정한 후 초점심도를
고려해서 f8 이상으로 조리개를 조여준다. 위 사진에서와 같이 야간에 천정 조명만으로 촬영하는
경우에는 셔터 속도가 상당히 느려지므로 진동방지를 위해 케이블 릴리즈와 Mirror Lockup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③ 위 단계를 거쳐 기본적인 준비가 끝나면 한 장을 시험 촬영한다. 이렇게 찍혀진 사진이 사진4의
어두운 쪽(오른쪽) 이다. (사진의 경우 노출값은 f8, 1/3초)
④ 사진5의 ⓑ와 같이 그레이 카드를 복사물위에 올려둔다. 그런 다음, 반 셔트를 누르면서 카메라의
정보표시창(LCD패널)에 나타나는 노출값(조리게와 셔트스피드)를 기록해 둔다.이미 짐작하겠지만
이 때의 노출값은 그레이카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⑤ 카메라의 노출 모드를 완전 수동(Manual)모드로 설정한다. 그런 다음, 단계④에서 기록한 노출값을
각각 설정한다. (사진의 경우 노출값은 f8, 2초)
⑥ 이제 마지막으로 그레이 카드를 다시 치운 후 원고를 촬영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사진4의
밝은 쪽(왼쪽) 이다.
Tip: 인쇄물 복사의 경우처럼 화면 가득 그레이 카드가 보이는 경우에는 어떤 측광 모드이든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분측광(보통 화면의 중앙부 원에서만 측광이 이루어짐)을 사용해서
측광 영역을 그레이카드가 꽉 차게 해야한다.
위 사례를 통해서 이제 그레이 카드의 활용 방법을 거의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인쇄물 복사가 아닌
경우에도 방법은 같다. 다만 반사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므로 코닥에서는 아래 그림1과 같이
사용 방법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림1에서와 같이 엄격한 각도를 유지하는
것과 대강 가늠하는 것이 결과물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는 아직 평가해 보지는 않았지만
대게는 반-조리개 이내이지 않을까 추측된다.
그림1: 코닥 그레이 카드의 사용 설명도
이제 입체적 피사체를 대상으로 그레이 카드를 활용한 노출을 적용해 보자.
특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골프공을 밝은 천 위에 놓아둔 상황을 연출하였다. 골프공은 약간의
글자가 인쇄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흰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매우 밝은 색 특성을 가지고 있는
최적의 시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시험 촬영을 한 결과는 아래 사진6과 같다.
인쇄물을 복사할 때와 달리 입체적인 대상을 촬영할 때는 노출을 측정하는 동안 그레이 카드를 적당한
각도로(대체로 렌즈의 필터면과 평행면 보다 약간 뒤로 넘어지도록) 피사체 앞에 세워두어야 하는데,
사진6의 경우에는 카드가 평행면보다 약간 뒤로 졎혀진 정도에 따라 1/20 또는 1/15초로 노출값의
변화가 있었다.
각 사진은 포토샵에서 오토레벨을 한 후 25%로 축소만 한 것이다.
사진6: 아주 밝은 피사체의 촬영 사례
이제 마지막으로 좀 더 일반적인 상황에 가까운 피사체를 대상으로 시험 촬영을 해 보자. 사진7의 경우는
밝거나 반사율이 좋은 부분이 다소 있으며 배경도 밝은 편에 속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촬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사진은 평가측광모드(Evaluating Metering; Canon 10D의 세가지 측광모드 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역광 피사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우에 적합)로 노출값을 구하였다. 왼쪽 밝은 사진은
그레이 카드을 사용해서 f11과 1/8초의 노출값을 구한 후 수동 노출모드에서 촬영했고, 오른쪽 어두운
사진은 조리개 우선 자동노출모드로 촬영되었는데 노출값은 f11에서 1/15초로 나타났다.
사진7의 두 경우 모두 포토삽으로 크기만 50%로 축소하였다.
사진7: 흔히 볼 수 있는 피사체의 시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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