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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이야기

사진작가 아해? 처음 듣는 인물

惟石정순삼 2013. 4. 24. 18:14

 

“사진작가 아해? 처음 듣는 인물”

英 왕실식물원에 전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아해’라는 가명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2011년 7, 8월 영국 런던 왕실식물원과 왕세자 저택 정원에 전시한 사진 작품들. 유 전 회장은 강연을 통해 구원파 신도들에게 영국 왕실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다고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해닷컴 캡처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얼굴 없는 사진작가 아해’와 동일 인물이란 소식에 미술계는 아해라는 인물을 사진작가로 분류하기도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사진전을 열었다지만 아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작품 사진을 보면 카메라 기술력에 의존한 아마추어의 솜씨라는 것이다.

사진가 A 씨는 “파리에서 아해라는 한국 사람이 전시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 그의 활동이 국내든 해외든 사진계에서 언급된 적이 없어서 작품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사진작품을 주로 거래하는 화랑 대표 B 씨도 “외국에선 어떻게 알려졌는지 몰라도 국내 사진계에선 전혀 인지도가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갤러리 대표 C 씨는 “아해란 사진가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며 “그가 베르사유 궁이나 루브르 미술관 전시를 했다면 국내 화랑을 통하지 않고 직접 루트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해 홈페이지의 사진들을 검토한 사진가와 경매 전문가들은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거나 거래될 만한 작품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자연을 다큐 형식으로 담아낸 아해의 작품은 카메라 기술력에 의존한 아마추어의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경매사 관계자 D 씨는 “카메라만 좋으면 누구라도 찍을 수 있는 수준의 사진”이라며 “이 정도 사진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가치를 측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매에서 사진작품 최고가를 기록한 한국 작가는 배병우 씨로, 그의 ‘소나무’는 2004년 필립스 드 퓨리 런던 경매에서 15만3389달러(약 1억5945만 원)에 낙찰됐다. 국내 경매 최고가 역시 배 씨의 ‘소나무’로 2008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6만5000달러에 낙찰됐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아해측 “가격 상관없이 무조건 사라”

“한국인 아해가 매입” 프랑스 언론 대서특필 2012년 5월 프랑스 쿠르베피 마을이 통째로 매각됐다는 내용을 보도한 프랑스 일간지 ‘쉬드 우에스트’. 이외에도 ‘피가로’를 비롯해 당시 프랑스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쉬드 우에스트 홈페이지 캡처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2012년 프랑스 중서부 리무쟁 지방의 산골 마을 쿠르베피를 통째로 매입할 당시 “가격에 상관없이 사들여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5월 이 마을을 경매에 넘겼던 ‘생 니콜라 쿠르베피’ 시의 베르나르 길렘 시장(68·사진)은 23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나 “초기에는 수많은 구매 희망자가 몰려들었지만 법원의 최종 경매에 남은 입찰자는 4명이었다”고 말했다.

길렘 시장은 “4명 모두 전 세계에서 온 쟁쟁한 사업가들이었고 그들이 가격을 올릴 때마다 유 전 회장 측도 가격을 계속 올렸다. 결국 다른 경쟁자들은 아해(유 전 회장)가 어떤 가격이든 결코 이 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더이상의 싸움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파리 시내라면 침실 하나짜리 주택 가격에 불과한 33만 유로(약 4억7472만 원)에서 시작한 당시 경매의 낙찰가는 52만 유로였다.

그는 “이 마을을 내년까지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전 세계의 사진작가, 조각가, 화가 등이 상주하는 창작공간으로 만든 뒤 관광객들이 찾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유 씨 측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길렘 시장은 “지난해 여름 아해의 두 아들인 유대균, 혁기 씨가 이곳을 방문했었고 독일 출신 건축가인 스테파노프가 한 달에 한 번씩 들러 리노베이션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아해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며 “시장인 나로서도 그를 한 번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해는 영국의 홍차 무역 전문가이자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알고 있다. 그는 또 유명한 사진작가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비롯해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러나 전시회 도록에도 등 뒤에서 찍은 사진만 넣어 실제 얼굴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길렘 시장은 “그가 해운업을 했다거나 한국에서 해상 사고를 낸 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참사의 고통을 겪은 한국인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쿠르베피=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