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 | ||||||||||||||||||
⑥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 ||||||||||||||||||
가을바람에 서걱대는 갈대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그것도 어스름 달밤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살갗을 부비면서 흐느끼는 갈대의 울음소리를. 최백호 노래가 그랬다. 허스키 음색에 영혼의 울림 같은 노래가…. 1950년 1월. 최백호는 부산 동해바닷가 좌천에서 태어난다. 비교적 유복한 집안. 그러나 제2대 국회의원이던 아버지가 김천 부근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가세는 급속히 기울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일광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것. 최백호의 문학적 재능은 여류시인 어머니의 영향력이었다. 최백호는 초등학교 다니기 전부터 그림을 그린다. 서양화. 스무 살 때의 그의 첫사랑도 화가 지망생. 하지만 배신을 당한다. 그가 가수가 된 것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 선배 가수 하수영 때문. 하수영은 부산시절 때부터 알았다. 1976년에 부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그가 처음 쓴 노래 시. 가을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모곡이었다. 뛰어난 가창력, 어머님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절실한 노래는 최백호를 단번에 세상에 알렸다. 매혹의 서정시와 곡이 더한층 가슴에 와 닿게 한 것.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낙엽지면 설움이 더 해요/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옛 일을 잊으리라/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그림의 마음이 화폭에 담겨지는 것이라 할까. 올올이 맺힌 가슴의 한(恨)이 마음을 열고 노래가 되었다. 감동을 안겨주는 노래는 호소력 때문만은 아니다. ‘입영전야’ ‘그자’ ‘영일만 친구’에 이어 40대 이후 남자들의 마음을 흔든 노래 ‘낭만에 대하여’는 1995년 봄에 탄생한다. 봄비가 내리던 밤, 그것도 옛날 봄비처럼 사은사은 내리던 밤. 그는 지난날 생각에 흠뻑 젖어 있었다. 불현듯 첫사랑 소녀가 떠올랐다. 이제 그의 나이 마흔아홉. 세월은 참 빨랐다. 첫사랑 소녀는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부산 영도섬 태종대에서 만나게 됐다. 그녀 또한 화가 지망생이었다. 그날은 황혼녘. 시뻘건 불덩어리 하나를 안고 저녁놀이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소녀는 저만치서 불덩어리를 화폭에 담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날 알게 된 두 사람은 자주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로 가고, 부모님을 잃은 그는 부산에 눌러앉게 된다. 방학 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이.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그날 따라 봄비는 하루 종일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애끓는 그리움…. “이 봄비에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엎치락뒤치락…. 최백호는 그날 밤 잠을 못 이룬다. 그러다가 이 노래시가 떠오르면서 기타를 잡는다. ‘궂은 비 내리는 날/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새빨간 립스틱에/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최백호의 노래시는 회화시. 노래시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바로 다방의 정경이 나타나지 않는가. 정지용 시인의 ‘향수’ 같은 고향 정경 말이다. ‘밤늦은 항구에서/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첫사랑 그 소녀는/어디에서 나처럼 늙어 갈까/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낭만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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