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 “불후의 명곡 비화 통해 K-POP 뿌리 찾을 것” |
내일부터 본지에 ‘가요따라 삼천리’ 연재… 작사가 정두수씨 |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
“길옥윤 선생님. 저 밤하늘에 이제는 색소폰을 불지 마십시오.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중략) 일본 도쿄의 술집에서 생존을 위한 연주를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 색소폰 연주자 이전의 참 멋있는 노래 시인”(길옥윤 선생을 떠나보내면서) 1995년 작고한 작곡가 길옥윤씨를 떠나보내며 그와 동고동락한 원로 작사가 겸 시인 정두수(75·본명 정두채)씨가 남긴 조사의 일부다. 4일부터 매주 수요일 가요에세이 ‘작사가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를 연재하게 된 정씨는 제1탄으로 길옥윤·패티김의 ‘서울의 찬가’편을 내보낸다. 패티김은 최근 올해 은퇴를 선언하고 6월부터 전국투어 고별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연재는 케이팝(K-POP·한국대중문화) 원조인 ‘전설의 가요황제’ 남인수씨를 비롯해 현인·김정구·이난영·장세정·배호에서부터 패티김·이미자·하춘화·문주란·조용필·송창식·조영남·최백호·김수희·양희은·주현미 등 스타 가수들을 망라합니다. 또 작곡가 손목인·박시춘·이재호·박춘석·길옥윤·이봉조·김희갑씨, 작사가 박영호·조명암·반야월·유호씨 등 전설이 된 대중가요 작가들의 불후의 명곡 제작 비화들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인생의 나루에 띄운 노래 남인수의 ‘낙화유수’편은 최근 유행하는 ‘나는 가수다’ 등 프로가수들의 서바이벌 노래대결프로의 원조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프로가수들의 노래대결은 예나 지금이나 세인들의 관심이 높지요. 당대 최고 가수였던 남인수와 현인의 노래대결 쇼무대를 직접 대한 당시 청중들의 감격은 ‘나가수’와 비교가 안될 정도였습니다. 남인수 선생이 44세로 요절하고 난 뒤 훗날 ‘하동 가요제’에서 만난 현인 선생으로부터 ‘당시 참 대단했지. 남인수 선생은 불세출의 가수였다’고 찬탄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정씨가 작사가가 된 것은 남인수의 영향이 컸다. “고교시절부터 남인수씨 그림자 따라다니다가 바람이 난 게지요. 나는 뭐 노래는 못하니까 작사나 해야겠다고 해서 나서게 된 것이죠. 얼마 전 작고한 반야월씨는 입만 벌리면 ‘남인수 같은 가수 한명만 나오면…’하고 아쉬워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뚝배기 맛 나는 우리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 ‘걸어다니는 가요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정씨가 엄선해 소개하는 곡은 민족가요로 승화돼 온국민의 십팔번으로 불리는 히트곡 불후의 명곡들을 망라한다. 정씨는 자신이 쇼단에 가서, 당대 최고의 작곡가·작사가·가수들과 접촉하며 직접 보고 들은 가요사 뒷얘기와 30여년간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가요에세이를 재구성했다. 김동리 선생이 비젖은 가로등 불빛 아래 취해서 즐겨 부르던 황금심의 ‘외로운 가로등’은 사랑의 배신과 사회 세태를 고발한 노래다. 민족가요로 승화된 가수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시인 김동환의 시를 김동현 작곡, 박재란이 불러 히트시킨 ‘산너머 남촌에는’,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간 세 처녀의 이야기 등 민족의 애환이 담긴 가수 백난아의 북간도 ‘찔레꽃’, 반야월의 ‘울고 넘는 박달재’, 우리나라 음반 취입 제1호로 알려진 대머리가수 채규엽의 ‘북국 5천킬로’, 유호의 ‘전우여 잘자라’, 흥남철수가 배경인 ‘굳세어라 금순아’, 최인호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송창식의 ‘고래사냥’, 가수 양희은의 생명의 노래 ‘하얀목련’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작곡가 박춘석씨와 황금콤비였던 ‘국보급 작사가’ 정씨는 자신의 히트곡 제조 일화도 들려준다. 전차고별의 노래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 정약용-정약전 형제의 흑산도 유배가 소재로 정두수의 가형(家兄) 정공채 시인과의 형제애를 그린 ‘흑산도 아가씨’, 남진의 ‘가슴아프게’,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남성 키로 노래 부르는 문주란의 재기곡 ‘공항의 이별’, 하춘화의 ‘하동포구 아가씨’, 메들리 붐을 일으킨 들고양이들의 ‘마음 약해서’ 등도 소개할 예정이다. 정씨는 “민족의 애환과 기쁨, 사랑을 그린 민족가요에 얽힌 사연들을 들려 드리겠다”며 “이번 연재가 우리 대중가요사를 정리하고 케이팝 열기의 뿌리를 찾아가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4월3일 문화일보>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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