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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위기 경험한 前총리 7인의 충고 "빚이 정치적 자율성을 제한"

惟石정순삼 2012. 3. 7. 12:37

 

입력 : 2012.03.07 03:09

[자본주의 4.0 -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나라 경영해본 리더들의 충고]
"개혁은 누군가에게 고통… 안하면 모두가 더 큰 고통"
"58개국 선거, 자본주의 개혁할 강력한 리더 뽑아야"

"역사상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자본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통해 성장해 왔다.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이 자본주의를 살려냈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조선일보TV조선이 주최하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자본주의 4.0 :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주제로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7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번 콘퍼런스에선 위기 극복 경험을 지닌 전직 총리 7명을 비롯해 석학, 글로벌 기업 CEO 등 41명이 참석해 위기 이후 나아가야 할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자본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력성이 크고 회복력이 세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세계 각국이 지혜를 모아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8개국 선거에서 선출될 새로운 리더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중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들이 자본주의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정치인은 올바른 일에는 '재선(再選)에 실패해도 좋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건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경제 위기 때 격렬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재정·복지 개혁을 단행, 스웨덴 경제를 되살린 그는 "위기는 리더를 겸손하게 만든다. 총리가 돈을 구하려고 20대 뱅커(banker) 앞에 고개 숙여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가 천재일 필요는 없다. 무엇을 해야할지는 누구든지 알 수 있다"며 "어려운 일은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손 전 총리는 "모든 개혁은 누군가에게는 고통이지만 개혁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더 끔찍한 결과를 맞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하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시작됐다.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제1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샤드 살라맛 블룸버그TV 앵커,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압둘라 바다위 전 말레이시아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그는 또 "리더십의 성패는 디테일에 좌우된다"고 했다. "국민이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유권자 동의를 받아 놓으면 상황에 따라 방법을 바꾸더라도 복지의 원칙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일본 총리는 오찬 연설에서 "자본주의 4.0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극단적인 자유, 무조건적 평등 요구는 배제하는 '우애(友愛) 정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자본주의"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개회식 축사에서 "이제 자본주의는 새로운 가치와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도덕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며 "각국은 포퓰리즘의 유혹을 털어내고 정직한 토론과 신중한 선택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위기 경험한 前총리 7인의 충고 "빚이 정치적 자율성을 제한"

[세션 1.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 다양한 제언]
프로디 前이탈리아 총리 - 1·2차 산업 육성하고 노동시간 조정해 실업 해결을
페르손 前스웨덴 총리 - 국가가 노년 보장할수록 청년들 노동 기회 빼앗아
올메르트 前이스라엘 총리 - 의회제도 합의 과정 무시 땐 더 큰 위기상황 초래할 것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의 1세션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에선 당면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극복 방안에 대한 전직 지도자들의 다양한 제언이 쏟아져 나왔다.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는 "분명한 것은 지금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국가는 개혁이 가장 뒤처진 국가라는 점"이라며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포용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 논리만으론 자본주의에 대한 비관주의가 팽배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실업 문제였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자본주의의 위기는 '실업'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며 "합리적 복지는 리더가 '돈'을 분배하는 형식이 아니라, '일'을 분배하는 형식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노동시간 조정, 3차 산업 중심에서 1·2차 산업 육성으로 산업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국민 수준에 맞는 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실업 해소를 위한 재교육 시스템과 중장년 근로자의 양보를 강조했다. 그는 "청년 실업자를 최대한 노동시장의 근(近)거리에 둬야 한다"며 "국가가 노년을 보장할수록 청년들에게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계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통해) '직장'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구조 조정을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 문제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페르손 전 총리는 "빚을 진다는 것은 정치적인 자율성을 잃는 것"이라며 "빚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위기는 리더를 겸손하게 만든다"며 네덜란드가 부채 위기에 빠졌을 때 경험한 일을 소개했다.

"1994년 재무장관에 취임했을 때 네덜란드의 부채비율은 GDP 대비 120%에 달했다. 나는 해외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20대에 불과한 뱅커들 앞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설명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들에게 돈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경험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올바른 일을 했기 때문에 재선(再選)할 수 있었다."

(위 사진)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제1 세션에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왼쪽 네번째)가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장관은 "오늘의 위기를 자본주의의 위기라기보다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부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닌 지역에서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민주주의적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해서 자본주의를 뒷받침해줄지 의문이다."

토론자들은 그래도 민주주의의 합의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비록 어렵더라도 민주주의 의회제도를 사용해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더 큰 위기 상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페르손 전 총리도 "사회적 합의는 포퓰리즘의 유혹을 물리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을 이끌기 위해 포용적 정치(inclusive politics)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일본 총리는 '아시아적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정치의 역할은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라며 "이전까지 GDP 중심의 경제 발전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아시아적인 가치를 접목해 '행복'을 얼마나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포퓰리즘 비판을 받았던 자신의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프로 골퍼와 경기를 하려면 핸디캡이 주어져야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듯이 빈곤층에겐 (이들을 도와줄) 정부의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는 "포퓰리즘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기회균등의 원칙'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압둘라 바다위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영토권 분쟁이 일어나는 이웃국가들과도 각각 우호와 협력 관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주변 국가와의 우정관계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지금까지 해오던 자본주의의 형태를 바꿔서 어떻게 자본주의를 생존시킬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복지는 돈이 아닌 일의 분배… 포퓰리즘 멀리해야 집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자본주의 4.0 -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첫째날)
세션 1.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 질의와 응답
Q. 오바마가 재선한다면
A. 라이시 "부유층과 대화해 불평등 해소案 설득부터… 성장과 분배 조화 이루면 결국 부자에게 혜택 갈 것"
Q. 한국 정치인에 충고한다면
A. 페르손 "정부 바뀔 때마다 시스템 바뀌면 國富 낭비"

저마다 국가적 위기 돌파의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전직(前職) 총리·장관들의 혜안은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의 첫 세션으로 마련된 '위기 극복의 리더십'에서 빛을 발했다.

질의응답 시간이 돌아오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덕수 전 총리(무역협회장)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회 불균형, 실업 문제가 대두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모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2012년 대선 후 미국 의회에서 양당 간 불화가 일어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오바마가 재선한다면 선거 뒤 가장 먼저 부유층과 대화를 나눠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설득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처럼 경제성장이 둔화돼 중산층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부자들의 협조는 경제를 되살리는 데 필수적"이라며 "성장과 분배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면 결국 그 혜택이 부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메르트 이스라엘 전 총리는 "이스라엘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적이 있었지만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데는 단 한 푼도 안 쓰겠다'고 결정했다"며 "금융기관이 안전망을 믿고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주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포퓰리즘'이었다. 진행을 맡은 리샤드 살라맛 블룸버그TV 앵커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GDP의 60%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올해 선거를 치르거나 치를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해 포퓰리즘이 대두되는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라이시 전 장관은 "선거가 포퓰리즘으로 많이 기우는 건 사실"이라며 "분노가 선거에도 투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전에 대두됐던 많은 정책이 정작 당선 뒤에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 또한 문제의 한 축이다."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는 "포퓰리즘은 선거 승리의 유일한 변수인 양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 정치적 승리와 경제적 개혁의 해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포퓰리즘과 거리를 둘수록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그는 "집권 정당의 변화에 따라 경제 흐름이 바뀌는 건 미국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포퓰리즘과 거리를 둘 때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질문은 스웨덴의 재정 위기를 극복한 예란 페르손 전 총리에게 몰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휘한 '프레젠테이션의 달인' 테렌스 번스 헬리오스 파트너스 대표는 "기술 변화로 20년간 많은 것이 변화했는데 기술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물었다.

페르손 전 총리는 "정보 기술 발전이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보 혁명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민주주의에 관해 토론하게 됐으며, 또 신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젊은 층이 많아질수록 민주주의 발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를 할 때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되고 '누가 언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며 "민주적인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세계는 재앙으로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청중은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나라에서 위정자가 재임 기간에 반대파 정치인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페르손 전 총리는 "시스템을 만들 때부터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 '효과가 있는가'라며 처음부터 자문해 봐야 한다"며 "특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시스템이 바뀐다면 그야말로 국부(國富) 낭비"라고 말했다. "연금이나 복지 시스템 등 국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사자들과 꾸준히 상의해야 한다. (재정 지출) 규모의 변화는 큰 비용을 대가로 치른다." 페르손 전 총리는 "개혁이라는 카테고리에 우선 동의를 얻어야 하고, 장기적인 입장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