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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8조 쓰지만… 3~4세 부모 부담은 여전

惟石정순삼 2012. 3. 12. 14:14

 

무상보육 8조 쓰지만… 3~4세 부모 부담은 여전

0~2세 다니는 가정보육시설 전업주부 아이도 몰리며 수혜, 정작 맞벌이는 보낼 곳 부족
3~4세 다니는 어린이집은 보육료 동결돼 불만 폭발, 일부선 현장학습비 등 보육료 편법으로 올려… 부모들 "무상보육 체감못해"

올해 보육·유아 교육에 쓰는 예산은 총 8조1934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5년 1조9651억원에서 7년 만에 4.2배로 급증한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강화하고, 정치권은 2030세대를 겨냥한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예산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0~5세 277만명 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133만명, 유치원에 다니는 56만명 등 190만명(지난해 기준)이 연간 평균 412만원(한달 34만원)의 혜택을 보게 됐다. 이처럼 보육 복지가 강화되면서 수혜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등 정책 수요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0~2세 혜택은 확실히 늘어

올해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0~2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보육료를 월 28만~39만원 지원받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작 보육시설을 꼭 이용해야 할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 원하는 시기에 어린이집을 이용하기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0~2세 자녀를 키우는 경우에 주는 양육수당은 차상위계층(약 15%)까지 10만~20만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지원금액의 차이가 나자,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면서 맞벌이 가정이 피해를 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3~4세의 부모의 부담은 그대로

하지만 3~4세의 경우 일부 어린이집들이 특별활동비 등 명목으로 보육료·유치원비를 올려받으면서 '무상보육' 혜택의 체감도가 떨어지고 있다. 경기 화성시 김모(32)씨는 민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서 아이사랑카드로 34만7000원을 결제하고 있다. 직장 때문에 야간보육을 맡기는데 저녁 7시 이후 시간당 3000원씩 한 달에 12만원 정도, 저녁식사비로 3만원, 특활비로 8만원(교재비 포함) 등 매달 23만원을 별도로 내고 있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나라에서 기본보육료를 지원하니 생일파티비와 현장학습비로 한 달 7만원씩 더 받겠다"고 통보해왔다. 정부 지원금 외에도 한 달 3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김씨는 "늘어나는 부담을 생각하면 사실상 무상보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집도 불만

민간 어린이집들은 정부가 무상 보육을 확대했지만 시설 규제 등으로 원생을 늘리기 어려운 데다 보육료를 묶어놓아 이익이 더 생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보육료 인상을 허용하면 부모들의 부담과 불만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 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 정진환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보육료를 3년은 동결하고 한 해만 4% 인상했다"며 "보육료를 동결하면 다른 경비라도 좀 올려야 하는데 정부가 틀어막으면서 조금만 위반해도 '도둑'으로 모니 어린이집 원장들이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박숙자 한국보육진흥원장은 "올해 0~2세 지원 대상은 전 소득계층으로 확대했지만 3~4세 지원은 작년처럼 소득 하위 70%로 묶어 놓았다"며 "이 때문에 0~2세 위주로 운영하는 가정보육시설(아동수 20인이하)이 수혜를 보고, 편법을 쓰지 않고 정상적으로 3~4세 아동 위주로 운영하는 민간 어린이집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 어린이집은 4만개 중 민간 어린이집은 1만5000개, 0~2세를 돌보는 가정보육시설은 50% 정도인 2만여개에 달한다.

보육교사들 "부당대우 받고 있다"

보육교사들도 일한 만큼 대우를 못 받는다고 불만이 많다.

2009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은 하루 평균 9.5시간 일하고 평균 126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한 보육교사는 인터넷 유아교육 커뮤니티에 "원장들은 집단 휴원이라도 하는데 보육교사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아무 말도 못한다", "정말 파업해야 할 사람은 원장이 아니라 보육교사들"이라고 토로했다.

 

 

"맞벌이 아니면 0~2세 집에서 키우게 양육수당 지급을"

전문가들이 보는 대안은 - "국공립 어린이집 30%로 확충"

보육 전문가들은 전업주부들의 아기들까지 어린이집으로 몰려들어 혼선이 빚어지는 것과 관련, "0~2세는 양육수당을 주면서 주로 집에서 키우게 하고 맞벌이를 비롯해 꼭 필요한 가정이 보육시설을 이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은혜
이화여대 교수(유아교육학)는 "지금처럼 모든 아이를 시설에 보내는 방식, 그것도 12시간 이상 길러주겠다는 방식은 예산 50조, 100조원으로도 못 막아 재정 파탄이 날 것"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보육 복지정책을) 설계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0~2세아의 경우 집에서 키우는 것이 정서발달에도 좋기 때문에 양육수당을 주어서 집에서 키우게 하고, 맞벌이와 저소득층 등에겐 (시설 이용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집에 있는 엄마들도 양육 외에 자기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아이를 단시간 맡길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는 "정부가 계획성 없이 보육정책을 발표하고 소리가 나면 땜질하는 식이어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시설 기준으로 어린이집의 최소 30%는 국공립으로 짓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시설이 좋고 교사 수준도 우수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3%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서 서울 11%, 부산 8.3% 등이지만, 대전은 1599곳 중 29곳(1.9%)에 그치고, 국공립 시설이 없는 지역도 충남 부여, 전북 임실, 전남 담양·곡성·영암·함평·강진, 경북 군위 등 8곳에 이른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