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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운동이야기

美, 암 줄었다… 금연·식습관·운동 캠페인 효과 나타나

惟石정순삼 2011. 11. 16. 09:19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암 우리도 줄일 수 있다
한국은 암 계속 증가 - 2008년 기준 年18만명, 이대로 가면 대장암 환자 2~3년 후 美보다 많아져

미국 암 연구소는 전 세계 연구소와 병원에서 나온 암 예방 관련 연구 논문 수천편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인종이나 계층에 상관없이 항암 효과나 반대로 발암 위험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요소들을 모아서 장기별로 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항목들을 최근 정리했다. 흡연은 거의 모든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에 장기별 위험 항목에서 빠졌다. 비만은 상당수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나, 폐경 전 유방암 발생에서만은 암 발생 억제 효과를 갖는 것이 특이하다. 모유 수유는 어느 경우건 확실히 유방암 예방 효과를 가진다. 정기적인 운동은 대장암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키 큰 사람은 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 발생 위험이 다소 높게 나타난다. 이는 유전적으로 성장기에 세포 발달이 빨랐던 사람은 암세포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일반적인 경향을 말한다. <그래픽 참조>

"미국의 암(癌) 발생은 이제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섰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암 정복의 희망이 살며시 보입니다."

지난달 하순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10회 미(美) 암 예방 학회. 암 발생 억제를 연구하는 의사와 과학자들이 대거 모인 행사 첫날, 하버드 의대 공중보건대학원 월터 윌레트(Walter C. Willett) 교수가 '암 예방 30년, 도전과 진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그는 "매년 늘기만 하던 미국의 암 발생률이 지난 2008년부터 처음 줄어드는 대전환이 일어났다"며 "이는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서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2000년대 들어 이미 암에 걸린 사람들의 사망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암 조기 발견과 암 치료 기술의 발달 덕이다. 하지만 암 발생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암 발생은 나이가 들수록 늘어난다. 암 유발 요인이 우리 몸에 수십년간 축적돼 오다가 끝내 암을 유발하고, 노화된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령사회로 들어감에도 대장암·유방암·폐암 등 대표적인 '미국인 암' 발생 자체가 최근 꺾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암 발생은 하염없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한해 18만여명이 새로이 암에 걸렸다〈2010년
보건복지부 발표〉. 10년 전인 1999년 신규 암환자 10만명에 비해 1.8배 늘어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 현재의 두 배가 될 전망이다.

암 발생에 한·미 역전 현상도 벌어질 판이다. 대장암의 경우 1998년 미국 백인 남성은 인구 10만명 68명꼴로 걸렸다. 당시 한국 남성은 27명이 대장암에 걸렸다. 미국의 절반이 채 안 됐다. 그러다 2008년 미국과 한국이 47명 수준으로 같아졌다. 불과 11년 동안 한국인 대장암 발생은 74% 늘고, 미국인은 30% 줄어든 결과다. 앞으로 2~3년 후면 미국인 '원조 대장암'을 한국인이 더 많이 걸릴 상황이다. 암 치료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암 발생 자체가 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미 암예방학회 창립회장인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종양내과 홍완기 교수는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어 몸속에 자리 잡기 전에 암세포를 가로채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암 정복 전략"이라며 "그런 효과를 내는 다양한 암 예방 생활 수칙과 가이드라인을 널리 전파하고 누구나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는 해줘야 암 예방" 美 암 연구소 가이드라인 

살짝 땀나는 수준으로 매일 30분 이상 뛰고 색깔 다른 과일·채소 하루 400g 이상 먹어라

암 발생 낮추려면 흔히들 고기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하지만 우리 몸을 항암(抗癌) 상태로 끌어올려 암 발생 자체를 막으려면 무엇을 어느 정도 이상 먹어야 할지, 운동은 얼마나 어느 강도로 해야 할지는 막연하다. 미국 암 연구소는 최근 수천편의 암 예방 연구를 분석하여 식습관과 운동의 항암효과에 대해 확실히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냈다.

우선 우리 몸의 체중을 체질량지수(BMI) 21~23으로 유지해야 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65㎏이고 키가 170㎝이면 65를 m값인 1.7x1.7로 나눠서 BMI는 22.5가 된다. 적정 범위 안이다.

운동으로 암 발생 저항력을 갖게 하려면 매일 시속 6.0㎞ 정도의 빨리 걷기를 30분 이상 해야 한다. 살짝 몸에서 땀이 나는 수준이다. 더 나아가 최적 항암 상태가 되려면 하루 속보 60분 이상 또는 달리기 30분 이상이 필요하다. 달리기 대신 수영이나 강도 높은 자전거 타기도 괜찮다. 숨이 차고 심장 박동이 증가하는 운동이면 된다. 운동시간이 길수록, 강도가 셀수록 항암효과는 높아진다.

식습관은 하루에 색깔이 다른 여러 과일과 채소를 최소 400g 이상 섭취해야 한다. 반면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동물성 지방이 함유된 빨간색 고기는 일주일에 500g 이하로 먹어야 한다. 햄·소시지 등 가공된 고기와 설탕이 든 청량음료는 자제할수록 암 발생 억제에 좋다. 쌀·밀가루 등 정제된 곡류도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 권장된다. 소금은 하루 6g 이하 섭취로 제한해야 암 발생 억제 효과가 있다. 한국인은 현재 그 두 배 정도를 먹는다. 소금에 절이거나 삭힌 음식도 적게 먹을수록 좋다.

술은 남성의 경우 하루 두 잔 이하다. 알코올에 취약한 여성은 한 잔 이하다. 한 잔의 의미는 모든 종류의 술에 해당한다. 위스키나 소주, 와인, 맥주 등 술 종류에 맞게 통상적으로 따라 마시는 잔에는 거의 동일한 알코올 양이 담기기 때문이다.

 

 

우리 몸 안에서는 각종 발암 요소 때문에 정상 세포의 DNA 손상이 매일 일어난다. 이것들은 나중에 암세포로 변이될 위험이 크다. 하지만 이를 면역 세포가 '쓰레기' 청소하듯 잡아먹거나 자체적으로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세포 생존 체계가 작동해 암에 안 걸리게 된다. 그러다 손상된 세포가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렵거나,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DNA가 변이된 세포는 암세포로 자라서 암 덩어리로 발전한다.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요가 수업을 받고 있다. 왕성한 신체활동은 암예방 효과를 갖는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비만이 있으면 그 상태에서 증가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DNA 복구가 더디어지고, 발암 요소에 취약해진다. 지방이 함유된 빨간색 고기는 대장과 유방 세포 등의 DNA 변이를 촉진한다. 반면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카로티노이드, 라이코판, 셀레늄, 비타민, 엽산 등의 각종 영양소는 변이된 DNA를 복구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정기적인 운동은 면역 세포의 활성을 높여 암세포 감시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