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아가는 중년 삶의 이야기

특별기사이야기

일부 베이비시터들의 '반상회'

惟石정순삼 2011. 7. 6. 12:41

 

놀이터·공원에 모여 '수다 삼매경'… 아이들 방치 많아 부모 속끓어
워킹맘 "불안해서 못살아" 너도나도 CCTV 설치 나서

지난봄 주부 최지영(가명·31)씨는 서울숲에 가족 나들이를 갔다가 쓰레기통에 얹혀 있는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빨기 시작하는 너댓 살 아이를 보았다. 최씨는 "그건 먹는 게 아니다"며 아이를 말렸다. 그제야 나무 밑 벤치에서 아줌마 중 한 명이 "어서 이리와. 어서!"라고 말했다. 최씨는 "베이비시터들이 단체로 소풍을 나왔는지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더라"며 "애 엄마가 그 광경을 봤으면 심정이 어떨지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미진(가명·32·서울 동부이촌동)씨는 서류를 가지러 낮에 잠시 집에 들렀다가 거실에서 벌어진 광경에 어이가 없었다. 같은 아파트단지 내 베이비시터 5~6명이 모여 앉아 음식을 차려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섯 살 난 딸이 혼자 울고 있는데도 베이비시터는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더 이상 믿고 애를 맡길 수 없어서 결국 베이비시터를 내보내기로 했다. 김씨는 막상 해고 순간에는 싫은 소리 못하고 위로금 20만원을 쥐여 보냈다. 혹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된 것이다.

"아이 행동반경이나 우리 집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베이비시터들은 시시때때로 놀이터·공원 같은 데 모여 '반상회'를 한대요. 월급은 얼마 받아야 한다, 할머니가 있으면 잔소리가 많다 등 정보를 교환한다는데…." 김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아이들을 잘 돌봐줄 뿐 아니라 기초교육까지 시켜주는 우수한 베이비시터도 많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집안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 놓고 컴퓨터를 통해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아이 혼자 남은 집에서 베이비시터가 어떻게 하는지 불안해 CCTV(폐쇄회로)를 설치하는 워컹맘도 늘고 있다. 일부 보안 전문업체는 '워킹맘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회사원 박모(31)씨도 최근 거실과 아이방에 CCTV를 설치했다. 직장에서도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아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새로 구한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