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학업·연수 등으로 해외서 기르는 경우 는 탓
경북의 한 중소도시에 사는 이모(57)씨는 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개월 머물다가 돌아왔다. 친구들은 "해외여행도 하고 팔자 좋다"고 했지만, 이씨는 '남의 속도 모르면서…'라며 웃어넘겼다. 3년 전 미국의 기업에 취직한 딸(33)이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위를 만나 결혼하고 올 초 아들을 낳자 아이를 돌봐주러 미국까지 간 것이다. 이씨는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건(乾)미역과 밑반찬, 아이 용품을 꾸려서 갔다.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기저귀와 식재료를 사러 돌아다니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조만간 이씨는 미국 비자를 받아 다시 딸 곁으로 갈 예정이다. 딸이 "베이비시터를 쓰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아이를 봐주면 좋겠다"고 부탁한 것이다. 이씨는 "앞으로 미국에서 손자를 보려면 필요할 것 같아 요즘 영어 회화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취업과 학업·연수 등을 위해 해외로 나가 출산을 하거나 아이를 기르는 부모가 늘면서, 손자·손녀를 봐주기 위해 '해외 원정 육아'를 떠나는 노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산에 사는 노모(56)씨는 2009년 12월 처음 독일 땅을 밟았다. 서울에서 뮌헨까지 10시간, 뮌헨에서 4시간을 기다려 다시 1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드레스덴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다. 노씨의 여행가방에는 다른 50대 해외 여행자들과는 달리, 부기를 빼주는 호박즙, 건미역, 아기 배냇저고리, 딸랑이, 모빌 등이 가득 차 있었다.
그해 초 과학자인 사위(38)가 드레스덴의 한 연구소에 취직하면서 함께 떠난 딸(34·교사)이 첫째 아이를 가졌다. 노씨는 딸의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산후조리와 육아를 돕기 위해 떠난 것이다. 노씨는 그곳에서 3개월간 손자를 돌보고 귀국했다가 한 번 더 독일에 가 1개월간 딸의 육아를 도왔다. 노씨는 "아들도 지금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거기에서 결혼해 애를 낳으면 또 가서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외국까지 가서 아이를 돌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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