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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맡겨도 불안… 작년 사고 7000여건

惟石정순삼 2011. 7. 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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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기쁨에서 고통으로] [2]
보육교사에게 맞기도, 보육교사 얼굴 자주 바뀌어… 아이 정서 불안 초래
낮은 처우에 이직 잦아

마모(3)군은 길을 가다 노란색 자동차만 보면 엄마 뒤에 숨는다. 엄마(진모씨·36·경기도 파주시 문산)가 "괜찮아" 하고 달래도, 울면서 "안해지 시러…안해지 시러"라고 중얼거린다. '안해지'는 아직 발음이 또렷하지 않은 마군이 '어린이집 선생님'을 부르는 말이다. 마군이 어린이집 차와 색깔이 비슷한 차만 보면 겁에 질리는 이유가 있다.

진씨는 남편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다 형편이 어려워지자 올 초 회사에 취직했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 일하다 말고 달려가 보니 아이 입술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은 "아드님이 어제와 오늘 다른 아이를 물어 훈육 차원에서 입술 부분을 몇대 때렸다"고 했다. 놀란 진씨는 CCTV에 녹화된 장면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CCTV는 낙뢰를 맞아 한 달 전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 입술은 며칠 후엔 피멍이 들었다. 진씨는 어린이집 원장을 폭행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아들이 전에도 어린이집 교사에 치여 피아노 모서리에 눈썹 부분을 부딪혀 여덟 바늘을 꿰맸어요. 돈 좀 벌겠다고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긴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어요."

600만 맞벌이 가정의 상당수가 어렵게 어린이집이나 베이비시터에 아이를 맡기고 산다. 전국의 어린이집은 2000년 1만9276개에서 지난해 3만8021개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많은 부모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불안해한다.

지난해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 접수된 어린이집 영·유아 사고는 3840건에 이른다. 전국의 어린이집 중 안전공제회에 가입한 곳은 절반뿐이어서 실제 사고 건수는 7000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중에는 영아 돌연사 등 사망 사고가 8건, 화상(火傷) 89건, 추락 사고가 90건이었다.

보육 전문 지식이 없는 무자격 교사들이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 인천에서는 3세 미만 아이들을 욕하고 때려온 무자격 어린이집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전남 무안에서는 16개월 유아를 때린 베이비시터가 고소당했다. 세 살 딸을 둔 직장맘 지모(41)씨는 “어린이집이나 베이비시터를 다 이용해보았지만, 믿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직장맘은 늘어가는데, 정부는 저출산 타령만 하지 말고 보육시설 관리라도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열악한 여건 등을 이유로 자주 이직(離職)을 하는 것도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육시설 한 곳당 4.2명의 교사를 두고 있는데 절반(2.1명)이 1년 내에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그만두고 있다(보건복지부의 전국보육실태조사). 상당수 보육교사의 마음속에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어 아이들을 보살피는 데 소홀해지는 경우가 있고, 이런 현상이 자칫 아이들의 안전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1년 새 3명의 교사가 떠난 서울 은평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김모(47)씨는 “잦은 이직은 근무시간이나 급여 등 보육교사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우리나라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는 126만원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평균 155만원, 민간 어린이집은 118만원, 가정형 어린이집이 102만원 수준이다. 근로시간은 하루 평균 9시간 30분으로 한 달 20일 일할 경우 시급(時給) 약 5400원의 박봉이다.

전북대 이영환 교수(아동학과)는 “영아들은 돌봐주는 사람에 대한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오랜 시간을 마주할 보육교사가 자주 바뀌면 아이들의 심리적·정서적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