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아가는 중년 삶의 이야기

특별기사이야기

화려한 IT 코리아의 초라한 工大 성적표

惟石정순삼 2011. 4. 5. 10:07

 

컴퓨터공학 50위권 못 들어… 서울대·카이스트 51~100위
IT인재 양성 쉽지 않을 듯
기계공학 국내 1위인 서울대공대 점수는 세계1위 MIT의 절반 수준

우리나라가 IT(정보통신기술)산업에서 세계 최강 수준인데도 컴퓨터공학에서 세계 50위 안에 드는 대학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부터 조선일보와 함께 '아시아대학평가'를 하고 있는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4일 발표한 '2011 세계대학평가 5개 공학 분야(컴퓨터·토목·전자·기계·화학공학) 순위'에서 한국 대학들은 분야별로 50위 안팎에 올랐다.

컴퓨터공학에서는 세계 톱 50위권에 드는 한국 대학이 없었으며
서울대카이스트가 각각 51~100위권으로 평가됐다. QS는 51위부터 100위까지는 개별 순위를 매기지 않았다. 토목공학에서는 카이스트가 48위, 서울대 51~100위권이었으며, 전자공학에선 서울대 49위, 카이스트 51~100위, 포스텍 101~150위였다. 화학공학에서는 서울대 48위, 카이스트·포스텍은 51~100위권, 기계공학에선 서울대 44위, 카이스트 49위, 포스텍 101~150위권이었다.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배영찬 연구진흥본부장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단기적 성과 연구에만 매달리고 호흡이 긴 영향력 있는 논문을 쓰지 않은 한국 공대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한국 대학들의 IT 인재 배출이 부진할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와 '세계 1위'의 격차는 컸다. 기계공학 분야에서 국내 1위인 서울대의 점수는 학계 평가 항목 45.1점, 졸업생에 대한 평판도 항목 31.3점, 교수 1인당 논문 피(被)인용 수 항목 34.6점이었다. 세계 1위를 차지한 MIT는 이 점수가 각각 99.9점, 84.9점, 61.3점으로 서울대의 1.8~2.7배 수준이었다.

한국 대학들은 특히 '졸업생 평판도'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서울대의 졸업생 평판도는 30.8점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99.9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분야에서 카이스트의 졸업생 평판도는 20.9점에 그쳤다.

학문의 세계적 수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에서도 한국 대학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대학과 비교해도 한국 대학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한국 대학 중 토목공학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순위(48위)에 오른 카이스트는 싱가포르국립대(7위),
일본 도쿄대(8위), 중국 칭화대(17위), 인도 IIT봄베이(30위) 등 아시아 11개 대학보다 뒤졌다.

세계대학평가 학과 순위는 총 세 가지 지표(학계 평가, 졸업생 평판도,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를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학계 평가는 전 세계 1만5000명 학자에게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국내 대학 10곳, 외국 대학 30곳을 꼽아달라"고 했으며 졸업생 평판도는 전 세계 기업인 5000명을 설문조사해 분석했다.

 

[만물상] MIT와 한국 공과대학

클린턴정부 때 CIA 국장 존 도이치가 이런 말을 했다. "장관 중에 2차 방정식을 풀 줄 아는 사람이 2명쯤 된다. 차관까지 합치면 4명쯤 될 것이다. 그중 3명은 MIT 출신이다."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에 입학하면 경영학이나 미학 전공자라도 무조건 미적분 1년, 물리학 1년, 화학 1학기, 생물 1학기를 공부해야 한다. MIT는 모든 졸업생이 복잡한 운동방정식을 풀 수 있는 세계 단 하나의 대학이라고들 말한다.

보스턴 찰스강변을 따라 늘어선 MIT 캠퍼스는 이웃 하버드대와 모든 면에서 대조된다. 붉은 벽돌 강의실을 담쟁이덩굴이 덮고 있는 하버드 캠퍼스와 달리 단조로운 회색 콘크리트 빌딩만 열지어 있다. 건물 벽에도 무미건조한 일련번호만 쓰여 있다. 화학자이자 자연철학자 윌리엄 로저스는 1861년 고전에만 빠져 있는 하버드가 못마땅해 실용을 최고 가치로 치는 MIT를 세웠다. 실험교육 위주의 독일 대학이 그가 추구한 모델이었다.

▶MIT는 레이더, 컬러영화시스템, 컴퓨터언어, 암호해독법, 양자이론, 로봇공학까지 숱한 성과를 내며 세계 이공학계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졸업생과 교수 76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물리학 26명, 화학 12명, 의학·생리학 8명 등이다. 지금 세계에선 MIT 출신이 세운 4000개 회사에서 110만명이 일하고 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QS가 어제 발표한 올해 세계 대학 공학분야 평가에서 MIT가 컴퓨터·토목·전자·기계·화학공학 5개 부문 모두 1위를 휩쓸었다. 이 MIT를 끌고 가는 주인공이 1000명 안팎 교수들이다. 교수들은 강의실에서 학생이 30%만 소화할 수 있게 가르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강의는 속사포 같고 과제는 산더미로 내 준다. 논문, 리포트, 팀 프로젝트, 쪽지시험, 중간·기말고사로 숨막히게 몰아붙인다.

▶MIT 학생들은 "소화전에서 뿜어내는 물을 마시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학생이 한계라고 여기는 선까지 단숨에 끌고 올라가 그 선마저 부숴버림으로써 잠재력의 극한을 끌어내는 것이 MIT 교육철학이다. 교수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QS 평가에서 서울공대·카이스트·포스텍은 일부 분야에서 간신히 50위에 턱걸이했다. "사법시험 준비하는 얼빠진 공대생들을 교수들이 4년 학점 관리나 해 내보내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한 이면우 전 서울공대 교수 말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