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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10년] 10년의 날갯짓으로 세계 하늘길 정복하다

惟石정순삼 2011. 3. 24. 08:35

 

공항 사업 해외로 확장

인천공항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공항 컨설팅과 운영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과 공항 견학 문의가 쇄도한다"며 "중동·중국 등 아시아를 1차 타깃으로 한 뒤 러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을 2차 타깃으로 삼아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공항을 수출한다'

인천공항공사는 2009년
이라크 아르빌 신공항에 5년동안 운영 컨설팅을 해주는 대가로 315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인천공항의 해외사업 진출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정보통신, 기계설비, 전력, 항행시설, 구조소방, 운영관리 분야의 전문가 30여명을 아르빌 현지로 보내 현지인들에게 경영기술을 전수했고, 그 결과 지난해 9월 신공항은 성공적으로 개항했다. 2009년 12월에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2010년 8월에는 필리핀 막탄세부국제공항에서 공항의 마스터플랜을 세워달라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공항공사측은 두 공항의 항공 수요를 파악한 뒤 활주로, 계류장, 면세점 등 공항 시설을 배치하고 건설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건설과 안정적인 운영 경험을 상품화한 덕분"이라며 "컨설팅뿐 아니라, 지분투자, 위탁운영 등으로 해외사업 범위를 넓혀나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신공항에 인천국제공항의 최첨단 IT 기술을 수출하기로 했다. 통신인프라, 탑승체크인시스템, 등화시스템, 운항정보관리시스템 등 공항운영 핵심시스템 설계를 도맡아주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인천공항공사는 중국 유일의 민간항공그룹인 하이난공항그룹(HNA)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하이난은 하이커우를 비롯한 중국 전역 14개 공항을 보유·관리하는 공항전문기업으로 연간 이용객만 3000만명에 이른다. 인천공항공사는 합자회사를 통해 하이난 산하 및 중국 공항을 대상으로 컨설팅, 위탁운영을 맡게 된다. 공항공사측은 "외국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공항 역사 10년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 매출 1600억원을 올리겠다"고 했다.

공사는 올해
사우디 제다공항 IT사업관리 컨설팅,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국제공항 운영컨설팅과 교육훈련,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출입국 관리시스템 구축, 필리핀 팔라완공항 확장사업 컨설팅, 필리핀 마닐라공항 제3 터미널 운영사업 등에 나선다. 공사측은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국제공항, 페루 쿠스코공항 건설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이 이라크 아르빌 공항에서 이라크 직원들과 공항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인천공항은 날로 커가는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공항에 공항 건설 및 운영 노하우 등을 수출하고 있다. / 인천공항공사 제공

화장실 청결부터 공항 건설까지… '인천공항의 모든 것을 베껴라'

지난해 8월 방한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갑자기 출국을 몇 시간 연기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인천공항의 깨끗하고 편리한 환승편의시설에 감탄해 즉석에서 견학을 요청한 것이다.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 관계자들의 이목을 끄는 건 청결, 빠른 입·출국 절차, 문화·상업시설, 편리한 환승이다. 특히 제3세계 공항 관계자들은 인천공항의 청결상태와 최첨단 기술, 선진국 관계자들은 문화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공항측은 전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중국 공항 관계자는 "지은 지 10년된 공항이 이렇게 깨끗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화장실 구석구석까지 살펴보고 돌아갔다. 2009년 방문한 영국공항공사 직원들은 "인천공항 건설공사에 참여했던 한국 업체들의 목록을 알고 싶다"며 국내 업체들의 명단을 받아갔다. 같은해 방문한 러시아 교통부 레비틴 장관은 직접 입국 절차를 겪어보더니 "이렇게 빠른 입국 수속은 처음"이라며 "이 자리에서 당장 러시아 공항과 협력을 체결하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 사장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전통문화체험관에 들러 공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공항들도 인천공항 모시기 전쟁

2001년 개항 직후에는 주로 개발도상국 공항들이 인천공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선진국 공항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09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런던 히스로 공항 임원이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히스로 공항은 당시 신축한 터미널의 수하물 처리 시스템 문제로 개장을 연기하는 혼란을 겪고 있었다. 방문한 임원은 한국 방문 기간 동안 공항 지하부터 지붕 위까지 샅샅이 훑어보며 공항 현장을 꼼꼼히 메모해갔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파리공항관리회사 사장과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그룹 사장이 동시에 방문해 3자간 협력을 제안했다. 두 사장의 방문은 지난해 말 명품브랜드 루이뷔통이 '공항면세점 중 최초로 인천공항에 입점하겠다'고 발표한 게 시발점이 됐다. 루이뷔통에 러브콜을 보내왔던 두 회사는 이 발표에 깜짝 놀라 인천공항을 찾아와 직접 편의시설과 첨단 기술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측은 "지난 2009년 그간 공항 서비스계 최강자로 불린
싱가포르 창이공항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을 둘러보더니 '인천국제공항에 1위를 내준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공항 관계자는 "해외진출사업에 박차를 가해 2015년까지 외국사업의 매출을 공사 전체 매출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세계공항 서비스평가 1위 6년 동안 정상자리 내주지 않아
운영 방식 적극적 공개·공유 개발도상국 관계자 교육도 나서

날갯짓 10년.

알에서 갓 깨어나 모든 게 불안하고 미덥지 않던 한 마리 새가 10년 만에 전 세계의 하늘을 주름잡는 '제왕(帝王)'이 됐다. 이제는 모두가 그에게 놀라고, 부러워하고, 배우려 한다. 29일로 개항 10주년을 맞는
인천국제공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종도와 용유도, 그 가운데 끼여 있던 삼목도 사이의 바다를 메우고 이들 3개 섬을 이어 만든 인천공항은 구상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문제를 빼면 바다와 갯벌을 메워 짓는 것이라 지반이 약할 수밖에 없고, 이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가장 컸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이런 걱정을 잠재우며 성장을 거듭했고, 이제는 한 해 평균 3300여만명이 이용하면서 전 세계 1700여개 공항 가운데 흔들리지 않는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국제공항협의회(ACI:Airports Council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0년 세계공항 서비스평가(ASQ:Airport Service Quality)에서 또 1위로 뽑혀 세계 최고의 공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29일로 개항 10주년을 맞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밝은 미래를 상징하듯 비행기들이 뜨고 내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세계 최우수 공항상’을 6년 연속 수상하는 등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떠올랐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6년째 세계 1위 공항

국제공항협의회는 전 세계 공항들의 협의체로, 해마다 공항 이용객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각 공항별 순위를 발표한다. 인천공항은 올해로 6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인천공항이 1위로서 받은 상은 ACI가 주는 여러 부문의 상 가운데 종합부문격인 '세계최우수공항상'. 이는 세계 1700여개 공항 중 가장 뛰어난 공항 한 곳을 뽑아 주는 것이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평가도 공정해 '항공업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이를 6년 동안 해마다 받은 것인데, 그것도 5점 만점에 4.96점을 받은 올해처럼 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있다. 유럽지역 공항들이 여러 가지 새로운 서비스 방식을 개발해 도전해 오고,
중국에서는 대규모 시설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서비스 수준을 따라오기는 역부족이다.

인천공항이 이용객들에게 주는 좋은 인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빠른 입·출국 수속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무기인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모든 출·입국 절차를 물 흐르듯 이어줌으로써 이 부분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또 전통문화체험센터, 민속박물관 등을 갖추고 이용객들이 언제든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즐길거리도 많은 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공항들의 벤치마킹 대상

인천공항의 명성(名聲)은 공항 운영 방법을 배우려 전 세계에서 찾아오고 있는 외국의 공항운영사들, 그리고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가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공항 사업으로도 입증된다. 공항공사는 최근 중국 4대 공항 운영사인 하이난공항그룹과 합자회사 설립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하이난그룹 산하 하이커우 공항 등 3개 공항에 대해 운영 상담을 해주고 있다. 국제선 운항 노선을 어떻게 개발하는지와 수익이 잘 나지 않는 노선을 살려 수익이 나도록 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서비스 개선 방안, 공항 주변지역 개발 방식, 직원들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2023년까지 '공항 살리기' 방안을 이끌어 준다. 이에 앞서 공항공사는 이미 여러 차례의 비슷한 해외진출 경험을 갖고 있다.

2009년 2월
이라크 아르빌공항 운영 상담을 시작해 러시아와 필리핀·네팔·캄보디아 등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세계적 공항전문기업인 파리공항관리회사(ADP 그룹)의 피아르 그라프 사장과 네덜란드 스키폴공항그룹의 로스 네이헤르스 사장이 함께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항 운영에 대해 알아보고 3자 간에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공항 운영의 역사가 매우 깊고 오래된 유럽의 양대 공항그룹 사장들이 이처럼 직접 인천공항을 방문해 협력관계를 제안한 것은 인천공항의 국제적 위치가 얼마나 높아졌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사실을 좀 더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바로 명품점 '루이뷔통'이 인천공항 면세점에 영업점을 내기로 한 '사건'이다. 루이뷔통은 이들 ADP 그룹과 스키폴공항그룹을 비롯해 전 세계의 수많은 공항에서 들어와 달라는 '러브콜'을 계속했는데도 거부하다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영업점을 내기로 했다.


인천공항이 좋은 평가를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다른 나라의 공항들이 건설이나 운영에 대한 자신들의 방법을 비밀에 부치는 것과 달리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공항공사는 2007년부터 각종 공항운영 방식에 대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놓고 개발도상국 공항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교육을 벌이고 있다. 개항 이후 지금까지 인천공항을 배우기 위해 다녀간 사람이 5200여명이다. 지금도 ACI 회원 공항과 캄보디아·인도네시아·네팔 등 개발도상국 관계자 28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결과로 인천공항은 지난 1월 '한국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이 주는 2011년 '한국이미지 디딤돌상'을 받기도 했다.
외교통상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해 2005년 시작한 이 상은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사물을 뽑아 해마다 주고 있다. 그동안 마에스트로 정명훈, 서울 청계천, 반기문 UN 사무총장, 월드스타 '', 역도선수 장미란,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인천공항이 수상자가 된 것이다.

 

인천공항의 시련과 성공

인천국제공항은 가장 성공적인 국책사업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착공 당시 인천공항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으며 개항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반대론자들은 국토의 불균형 발전, 재원 조달의 어려움, 자연재해 및 환경 파괴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세계적인 공항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개항 10년만에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우뚝 섰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당시 여론과 언론, 시민단체의 주장대로라면 절대 태어날 수 없었다"면서 "이제는 시설 및 운영 노하우 등 인천공항의 모든 것이 세계 유명 및 신설 공항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입지 선정때부터 말이 많았다. 반대자들은 영종도가 여러가지 지형 및 환경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 김포공항 확장 또는 청주공항 재건설, 간척사업이 한창 진행돼 방조제나 교량을 놓을 필요가 없는 시화호를 검토해 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종도는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까운 이점이 있다. 김포가 영종도보다 가까웠지만 김포는 도심에 위치해 안개와 소음 등 환경여건이 불리했다. 영종도는 섬이어서 소음없이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지리적 조건도 뛰어나다. 지금 이같은 지리적 여건이 중국·일본의 여러 공항보다 환승객을 유치하는 호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짙은 안개와 철새와의 충돌이 우려되고 갯벌을 매립하는 등 환경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영종도 공항 건설을 반대했다. 인천 앞바다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서해에 폭풍이나 태풍이 겹치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개항 이후 80여건의 철새 충돌이 발생하였으나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받은 것은 1건도 없었다. 또 공항에는 시정 100m만 확보되면 이착륙이 가능한 최첨단 계기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안개 및 해일에 의한 운영 장애는 거의 없다. 매립지이기에 지반이 약해 활주로가 침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10여년간 침하량은 불과 8.6㎜였다. 공항공사측은 지난 2008년 내진설계 평가시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은 한국의 재정상태나 기술을 고려해볼 때 월드컵 이전까지 공항 개항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모든 우려와 역경을 물리치고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출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외국공항들이 너도나도 컨설팅이나 상담을 의뢰하고 인천공항을 견학하며 자국의 공항 운영을 맡기고 있다.

인천공항은 영종도 개발은 물론 대한민국 교통 체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영종대교 외에 인천대교가 2009년 개통됐고 제3경인고속도로와 공항철도도 개통됐다. 내년에는 고속열차(KTX)가 공항까지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