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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딴 나라 가다 잠깐 들렀을 뿐인데… 왜 한국이 더 좋지?

惟石정순삼 2011. 3. 5. 22:23

[Why] 딴 나라 가다 잠깐 들렀을 뿐인데… 왜 한국이 더 좋지?

지난 3일 오전 9시 30분. 인천국제공항 1층 입국장에 입국수속을 마친 외국인 9명이 버스에 올라 서울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30분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청계천과 경복궁을 둘러봤다. 오후 12시쯤 순두부찌개와 불고기로 식사를 한 이들은 인사동에서 자유시간을 갖고 전통공예품 등을 구경했다. 오후 2시 서울을 출발한 이들은 오후 3시쯤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내려 탑승 준비를 했다. 무슨 해외여행이 이렇게 짧은 것일까.

이들의 최종목적지는 한국이 아닌 캐나다, 미국, 말레이시아 등지다. 이 여행은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여행객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이른바 '환승투어'다.

현재
인천공항공사는 다양한 환승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시간 코스는 공항 근처 영종도 용궁사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한국 사찰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4시간짜리 인천시내 코스는 인천대교를지나 월미도차이나타운, 자유공원을 둘러본다. 가장 인기가 많은 서울시내 코스는 5시간 동안 서울 시내를 둘러보고 한국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국에서 주로 쇼핑을 즐기는 동남아 관광객을 위해 6시간 동안 서울 명동 일대를 돌며 쇼핑하는 코스도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7시간 동안 임진각과 도라산 일대를 돌아보는 DMZ 코스도 큰 인기다. 2004년 처음 시작된 환승투어는 2008년 처음 1만명을 돌파했고, 지난 한 해 동안에는 1만4000여명이 환승투어를 통해 한국을 경험했다.

이날 투어를 한 9명의 외국인 모두 한국이 처음이었다. 미국 아들 집에 갔다가 말레이시아로 가던 중 인천공항에 들린 림콕안(林國安·69)씨는 경복궁의 처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교인 그는 "한국의 처마는 중국의 처마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졌다"며 감탄했다. 태국으로 가는 길에 환승한 멕시코인
캄푸스(Campos·35)씨는 "한국에 대해 태권도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깨끗한 광장과 고궁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인사동에서는 한국의 부채, 엽서, 호두과자 등을 샀다. 가이드 김효영(27)씨는 "실제로 여행 최종 목적지로 가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환승투어를 경험한 외국인 중 많은 수가 귀국하는 길에 다시 인천공항에서 환승투어를 또 하고 간다"고 말했다. 환승투어를 통해 인천공항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관광수익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서울시내 투어를 마치고 비행기에 오른 캐나다인 오마르(Omar) 부부는 "베트남·캄보디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렸는데 한국의 궁전에 완전 매료됐다"며 "다음 휴가 여행지로 한국에 오겠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항공기 편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환승투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05년부터 환승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나리타 공항은 문화체험 코스, 전통생활 체험코스 등 공항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87년부터 환승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싱가포르 민간 항공청이 환승투어 비용을 지원해 무료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이공항의 환승투어 이용객은 연평균 5만7000여명 정도다.

인천발전연구원 조혜정(37) 박사는 "환승투어 활성화를 위해 비행기표에 광고를 넣거나 기내에서 홍보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승투어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인천공항공사는 이달부터 환승투어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내 코스의 경우 원래 가격인 50달러 중 10달러를 지원해 40달러로 보다 부담 없이 한국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