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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일 째, 스카유에서 아오니 온천으로 이동합니다. 무지개호수 휴게소에서 아오니 온천 전용버스로 환승을 했지요. 워낙 좁고 험한 산길을 가야하는 까닭에 대형버스로는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환승을 위해 내린 무지개호수 휴게소에서 작은 버스 정류장을 보았습니다. 버스 도착 시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낯익은 정류장 풍경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제가 탄 1호차가 아오니 온천에 도착했습니다. 워낙 눈이 많이 와서 2, 3호차가 좀 늦어지고 있나 봐요. 온천 처마 밑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일행을 기다리는 여행가족들입니다. 드디어 2, 3호차가 도착했습니다. 고도원님이 아오니 온천의 건물 배치와 시설 이용에 관해 간단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눈은 끊임없이 내리네요. 일명 '호롱불 온천'이라고도 불리는 아오니 온천은 1,000m가 넘는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아오니 계곡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는 호롱불과 촛불로 기나 긴 겨울밤을 지내야 하지요. 호롱불을 보관하는 건물 안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겐로꾸노유 앞에도 등불이 켜졌습니다. 욕조를 비롯한 탕 전체가 노송나무로 꾸며져 있는 이곳은 건강탕으로도 불리는 곳입니다. 아오니 온천 곳곳을 밝히고 있는 아름다운 야외 등불입니다. 료칸의 내부입니다. 복도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네요. 지금은 낯선 이 어둠도 따뜻한 호롱불빛, 반질반질 윤이 나는 복도, 매끄러운 마룻바닥의 느낌과 함께 곧 아련한 그리움이 됩니다. 카운터와 작은 로비를 밝히는 등불입니다. 숙소의 다다미방에 켜진 호롱불을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박은희님입니다. 아오니 온천의 저녁밥상입니다. 가이세키요리는 현지에서 나는 싱싱하고 맛좋은 제철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료칸 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오니의 가이세키요리는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산골마을 특유의 소박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합니다. 어두운 밥상을 전골을 데우는 곤로의 불빛이 밝혀주고 있습니다. 계곡으로 면한 아오니 온천 뒷마당입니다. 쌓인 눈을 듬성듬성 파낸 작은 동굴 안에 촛불이 켜져 있네요. 이 고즈넉한 촛불 빛에 나그네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골짜기에도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옵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앞마당의 나뭇가지가 휘어질 것 같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온 김귀자님과 신현덕님. 김귀자님은 풍경에 넋을 빼앗기고, 신현덕님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자신들이 바닥에 쌓인 눈처럼 깊은 계곡 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흰 눈 온천' -아오모리, 아오니-에 나오는 말입니다. 여행가족들도 이 순간, 소설 속의 주인공들과 똑 같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른 아침, 로텐부로에서 여행가족 한 분이 온천을 즐깁니다. 혼욕이 가능한 이곳은 실내가 온통 향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여행가족들의 명상프로그램이 진행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코끝에 부드럽게 감기는 향 내음을 맡으며 눈 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온천의 느낌은 각별합니다. 겐로꼬노유는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아오니에서는 충분한 자유 시간이 주어져 각자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온천을 즐기거나 산책을 합니다. 아, 이곳은 제가 가장 사랑하던 공간인 타키노유 폭포탕입니다. 낮에는 쏟아져 내리는 폭포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휘날리는 눈을 맞을 수 있고, 밤이면 대낮처럼 밝은 달빛과 은하수를 보며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이지요. 맑은 온천에 혼자 몸을 담그고 있는 여행객이 여신인 듯 아름답습니다. 타키노유탕에서 바라보는 폭포입니다. 오후에는 온천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산길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아오니에서는 대부분 혼자, 혹은 두세 명이 사색을 하듯 느릿하게 걸으며 겨울 산을 즐깁니다. 저는 아침이고 밤이고 틈이 나는 대로 이 길을 걸었습니다. 휘영청 밝았던 보름달빛과 희게 빛나는 눈으로 꿈결인 듯 신비롭던 그 산길은 잊을 수 없습니다. 산길에서 만난 박송란, 김정선님과 또 다른 여행가족들의 뒷모습입니다. 한참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추니, 시야가 탁 트이면서 겹겹이 쌓인 설산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산의 깊숙한 품에 안긴 아오니 온천의 모습이네요. 어두운 방에 혼자 있기가 답답해지면 작은 로비를 겸하여 기념품을 파는 이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하는 한보경님, 책을 보는 박혜선님, 이번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에서 날아 왔다는 양재국님, 아침지기 김성은, 백기환님, 통역을 맡은 이선희님입니다. 또다시 날이 어두워지네요. 여행객들이 앉았던 자리에 따뜻한 오렌지색 불빛이 가득합니다. 밖에도 등불이 켜지고 눈 내리는 밤의 온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욕실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이곳은 작은 연회장인가요? 등불이 가득한 방, 어디선가 램프의 요정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김난숙님이 60회 생신을 맞았습니다. 흰 눈으로 장식한 초코파이 케이크가 준비되었네요. 김난숙님은 아침지기 안석현님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감쪽같이 몰랐어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모자의 포옹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다시 길 떠날 차비를 마치고 아오니 온천 앞마당에 모여 있는 여행가족들입니다. "처음에는 어둡고 춥게 느껴졌던 이 곳, 지금은 어떤가요.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지요?" 고도원님이 여행가족들에게 익살스럽게 물어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우리는 저 아름다운 아오니의 산길을 넘어 다음 목적지로 가야합니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온천에서, 산길에서 참 많이도 들었던 이 말, 여행가족들이 천상에서 노니는 기쁨을 누렸던 아오니도 이젠 작별을 해야 합니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