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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이야기

남한산성 성곽길-성곽 따라 곳곳 사잇길 '색다른 맞춤코스'…역사의 흔적

惟石정순삼 2011. 1. 31. 14:11

 

성곽 따라 곳곳 사잇길 '색다른 맞춤코스'…역사의 흔적을 좇다


치욕스러운 역사의 현장이어서일까. 눈덮인 산성의 겨울 바람이 더욱 매섭다. 1637년 정월 그믐,삼전도 수항단의 청 태종을 향한 인조 임금의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이마를 찧어 어깨를 피로 적셔야 했던 이 항복례를 산성은 어떻게 견뎠을까. 지독히도 추웠다는 그 해 겨울의 쓰라린 역사를 따라 걷는다. 남한산성 성곽길이다.

◆굴욕의 역사 현장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 성남 하남에 걸쳐 있는 요새다. 주봉인 청량산(497.9m)을 중심으로 연주봉 망월봉 벌봉 등 해발 500m 내외의 봉우리를 연결해 쌓은 성벽이다. 본성 9.05㎞,옹성 2.71㎞를 합해 11.76㎞의 성곽이 2.3㎢의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남한산성은 백제가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한 이후 백제의 진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통일신라 때는 주장성을 쌓았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의주로 피난을 가는 치욕을 당하면서 남한산성은 다시 축조됐다. 인조 2년(1624) 공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산성 완공 10년 만에 터진 병자호란으로 무릎을 꿇은 임금의 등을 봐야 하는 운명이 됐다.

탐방로는 크게 5코스로 나뉜다. 짧게는 2.2㎞에서 길게는 7.7㎞까지 1시간에서 3시간 반 코스를 따를 수 있다. 중간 중간 사잇길로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 맞춤걷기를 할 수 있다. 성곽과 넓은 탐방로 사이 비탈에 여러 갈래의 사잇길이 있다. 성곽길을 걸을 때와 사잇길만을 따를 때,넓은 탐방로를 걸을 때의 느낌이 다 다르다. 남문에서 수어장대까지가 남한산성 성곽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산성주차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남문(지화문)이 정문이다. 산성의 4대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유일하게 현판이 남아 있는 문이기도 하다. 청 태종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침입한 1636년 12월14일 강화도로 가던 발길을 돌린 인조 임금의 피란 행렬이 이 문을 지나면서 47일간의 짧은 항전이 시작됐다.

등산지도

 

 

 




◆잊지 말아야 할 뜻

영춘정까지의 오르막과 또 한번의 오르막 성벽길 끝,청량산 정상 부근의 수어장대(서장대)가 당당하다.

수어장대는 장수가 주변을 관측하고 군사를 지휘하며 지키고 막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남한산성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원래 5개의 장대가 있었는데 수어장대만 온전하게 남았다. 인조 2년에 단층으로 지은 것을 영조 27년에 2층으로 개축하면서 바깥에 수어장대,안쪽엔 무망루라는 편액을 걸었다.

"무망루의 뜻을 알아야 해요.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삼전도의 굴욕,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8년 만에 돌아와 10년
북진정책
을 추진했던 효종의 뜻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권해룡 문화관광해설사)

수어장대 입구에는 청량당,앞마당 한쪽에는 매바위가 있다. 청량당은 성을 쌓은 벽암 각성대사와 함께 이회 장군과 그의 두 부인의 영혼을 모신 사당이다.

매바위는 성을 튼튼하게 쌓으려다가 모함으로 참수형을 당한 이회 장군의 말대로 매가 날아와 앉아 무고함을 알렸다는 바위다.

수어장대에서 15분쯤 더 가면 서문(우익문)이 나온다. 가파르기는 하지만 서울 거여동 방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산성의 정문인 남문으로 들어왔던 인조가 47일째 손을 들고 굴욕의 삼전도로 향했던 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게 늘어진 성문 그림자가 무척 쓸쓸해 보인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팁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 개포나들목~헌릉로~세곡동삼거리~복정역~산성역사거리~산성로터리.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 장지로터리에서 내려서서 세곡삼거리에서 유턴해도 된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9번,52번 버스를 타면 산성로터리까지 간다. 9번 버스는 성남 야탑역에서,52번 버스는 모란역에서 출발한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면 광지원을 거쳐 동문을 통해 들어간다. 남한산성 입장료는 없고 주차요금만 받는다. 소형 승용차 1000원.

산성로터리에 있는 천일관 전통손두부(031-743-6590)의 손두부 요리가 담백하니 맛있다. 청국장도 전통 방식으로 띄웠는지 맛이 진하다. 남한산성도립공원관리사무소(031)7743-6610,www.namhansansu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