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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이야기

서울 1일 관광

惟石정순삼 2010. 12. 25. 17:57

지난 리눅스 데스크탑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외국인 강사였던 Ubuntu의 Jerome Gotango와 Xandros의 Erich Forler, 그리고Mozilla의 Asa Dotzler 부부와 함께 일일 관광을 같이 다녀왔었습니다. 똑같은 장소로 하루씩 두번을 다녀 왔는데 힘도 들었지만 그래도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네요. 사실 외국인에게 서울 관광을 해 줄려고 했을 때 딱히 좋은 뭔가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코엑스 주변에서 쇼핑이나 했던 이들에게 뭔가 새로운 한국 전통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일정이 하루밖에 되지 않고 차량도 별도로 없기 때문에 워킹 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정은 남산 케이블카 및 서울 타워-> 퇴계로 한옥 마을 -> 명동 -> 청계천 -> 인사동 -> 경복궁->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 으로 정했습니다. 두번 해봤지만 좀 추웠던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한 코스였습니다. 도심이어서 좀 힘들다 싶으면 택시를 탔기 때문에 큰 문제도 없었죠.

1. 남산 케이블카 및 서울타워 ★★★★
먼저 호텔에서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케이블카라고 하니까, Asa는 샌프란시스코의 도로에 깔린 케이블카를 Jerome은 홍콩의 트램을 생각했나 봅니다. 5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약간 아슬아슬하고 서울 시내 전경을 다 볼 수 있는 케이블카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 처음 타봤습니다.) 남산 타워가 지금은 완공되서 오픈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한창 보수 공사 중이었습니다.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가 크다는 사실에 모두 놀라워 했습니다. Asa는 L.A 시만큼 큰것 같다고 하더군요.

조상들이 도읍을 정할 때 배산임수라는 조건, 적의 침략에 대한 대비, 봉화(Fire Signal)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주니 매우 흥미로워 했습니다. 특히 DMZ와의 거리가 50km 밖에 안된다는 사실과 청와대가 산 바로 앞에 있어 적의 미사일 공격에 유리하다는 사실에도 놀라워 했죠.

2. 퇴계로 한옥 마을 ★★★★
남산 타워에서 2번 마을 버스를 타고 내려 가면 퇴계로에 한옥 마을이 있습니다. 한옥 마을은 입장이 무료이고 우리 나라 전통 가옥 양식과 가구 등 내부가 고스란히 보존 되어 있더군요. 10여채의 한옥이 있고 작은 박물관과 질 좋은 수제 기념품 등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 보다 온돌 시스템이나 통풍 장치 등 우리 나라 전통 집 구조에 대해 관심을 많이 나타내더군요. 물론 전통 놀이 같은 것도 재미있게 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3. 명동 ★
명동은 패션 거리이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긴 합니다만 사실 별로 흥미를 주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 외국 브랜드의 가게들이고 간혹 한류 스타 기념품 등이 있어서 필리핀에서 온 Jerome은 관심이 조금 있었지만 특별히 매력 있는 관광지로 추천하기는 좀 어려운 듯 합니다.

4. 청계천 ★★
명동에서 청계천이 시작되는 광교(동아일보사 앞)에서 한 100m 정도 따라서 걸어 보았습니다. 도심 내에 이런 개천이 있다는 사실 보다 이를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관심이 많더군요. 청계천 주변에서 어떤 행사가 있는지 알아보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침 민속 놀이 체험, 사회 봉사 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5. 인사동 ★★★
인사동은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 코스죠. 거리에는 주로 한국 전통 물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습니다만 그것 보다는 길거리 음식을 맛보게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면에서 실을 뽑듯이 만든 ‘꿀타래’라는 과자나 호박엿, 호떡, 군밤 등은 모두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외국인들이 맛보기에 좋은 음식들도 많습니다. 특히 고궁이라는 전주 비빔밥집이 있었는데 차나 음식, 한약 막걸리 등은 모두 원더풀을 연발할 만큼 좋아 했습니다. 길거리는 눈요기만 하고 음식을 맛보게 하기에는 좋은 동네인듯 합니다.

6. 경복궁 ★★★
말이 필요 없죠. 외국인들이 너무 많이 오는 곳이니까요.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청 색깔과 각 건물의 용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영어 가이드에게 맡기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간단히 근정전을 중심으로 몇 개 건물과 경회루만 보고 왔습니다. 영어 사인에 일본에 의해 임진왜란 때 소실된 기록이 계속 적혀 있어서 그런지 왜 한국과 일본의 감정이 안 좋은지 느낌을 받은 듯 했습니다. 사정전에서 세종 대왕에 대한 몇 가지 기록이 있어서 한글이나 해시계 등을 설명해 주면서 만원 짜리 지폐랑 같이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7. 용산 국립 중앙 박물관 ★★
국립 중앙 박물관이 얼마전에 개관을 했죠. 그래서 오는 길에 거기에 들렀습니다. 규모가 굉장히 크더군요. 무엇 보다도 MP3/PDA를 통해 유물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RFID로 유물 가까이에 가면 설명이 나오는데요. 내국인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지만, 외국인은 현장에서 바로 빌려서 쓸 수 있습니다. 다녀온 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1층의 선사 시대 문화관은 정말 재미 없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에 가도 있는 돌이나 토기 밖에 없는 석기 문화관이니까요.

1층 오른쪽에 보면 한국의 전통 문화를 10가지로 나누어 테마 전시하는 곳이 있는데 여기 먼저 둘러 보는게 좋겠더군요. 그리고 3층에 아시아관이 있는데 별로 입니다. 2층에서도 서예, 청자, 불교관 정도만 보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 힘들어 한시간 이상 머무는 것도 별로 바람직 하지 않더군요.

남산에서 야경을 보고 싶다면 이 코스를 역으로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날만 좋았다면 한강 유람선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서울에서 외국인들에게 보여 줄만한 곳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우리 전통의 것 혹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 되어 있는 곳들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