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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2010②] '헤비급 新황제' 케인 벨라스케즈의 도래

惟石정순삼 2010. 12. 19. 06:03

 

[격투기 2010②] '헤비급 新황제' 케인 벨라스케즈의 도래

9전 9승 8KO.

얼핏 중소 격투기 단체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유망주 파이터의 전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 그 중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28, 미국)의 전적이다.

지난 10월 'UFC 121'에서 관중들은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괴력의 야수'
브록 레스너가 피투성이가 되어 옥타곤 바닥에 나뒹구는 장면이었다. 1라운드 4분 12초만의 일이었다. 물론 케인의 승리를 점친 이들도 많았지만 이토록 압도적일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었다.

케인은 레스너의 초반 승부수인 저돌적인 러시를 막아낸 뒤 날카로운 타격으로 응수했다. 레스너의 테이크다운 시도 역시 케인의 재빠른 방어 덕분에 무위로 돌아가야만 했다. 레스너의 가드를 파고드는 케인의 펀치들은 경량급을 방불케 할 만큼 빨랐고 결국 무수한 타격을 허용한 레스너는 생애 처음으로 상대의 타격에 무릎을 꿇었다.
그야말로 UFC 헤비급의 신왕조가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떡잎부터 알아본 '될성부른 나무'

케인은 종합격투기 2전을 치르고 곧바로
메이저 리그인 UFC에 영입되는 '파격대우'를 받았다. 프라이드 시절의 '흥행아이콘'이었던 미르코 크로캅이나 WWE에서 이미 스타의 지위에 올랐던 레스너와는 달리 무명의 파이터가 옥타곤을 밟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생소했을지 몰라도 케인은 이미 동료 파이터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괴물'이었다. 때문에 상대 선수가 대결 직전 경기를 취소해버리는 해프닝이 연거푸 일어날 정도였다.

그래서 2008년 AKA(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의 코치이자 매니저인 밥 쿡은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체육관에 당신이 꼭 봐야할 괴물이 있다'고 얘기했고 화이트 대표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AKA에서 케인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당시 케인은 화이트 대표의 눈앞에서 헤비급 선수 두 명을 연이어 제압하며 스파링을 마쳤다. 그리고 두 번의 스파링이 싱거웠다는 듯이 바로 격렬한 샌드백 치기를 시작했다. 애꿎은 샌드백은 저항도 할 수 없이 3번째 스파링 상대가 돼야 했고 이 모습을 본 화이트 대표는 "저런 녀석이 왜 아직 우리와 계약을 안 한 거야?"라며 기쁨 섞인 역정을 냈다.

'격투 완전체' 타격, 레슬링, 그라운드에서 모두 A+

케인은 미국 주립대회 우승,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에서 2년 연속 8강에 오른 바 있는 엘리트 레슬러다. 상대를 케이지 구석으로 밀어붙이거나 그라운드에서의 포지션 전환 능력 등 종합격투기에 특화된 레슬링 실력이 압권이다. UFC 최상의 신체조건을 가진 레스너의 테이크다운을 방어한 뒤 역습을 가하는 장면에서 그의 레슬링이 정상급이라는 것이 재차 입증됐다.

또한 케인은 보통의 레슬러들이 타격이나 주짓수에 취약하다는 맹점을 비웃기나 하듯 스탠딩 타격에서 '맷집제왕' 노게이라를 KO시키고
셰인 카윈의 핵펀치도 견뎌냈던 레스너의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주짓수 수련 18개월 만에 파란 띠 부문에서 더블 크라운을 달성한 케인은 서브미션 분야에서도 문외한이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체력'이다. 케인의 동료인 대니얼 퓨더, 마이크 카일 등의 선수들은 "케인과 케이지 안에 들어서는 건 지옥문을 여는 것", "어쩌면 10라운드도 뛸 수 있지 않을까"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멕시코에서 넘어온 아버지와 함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케인은 자신의 장점으로 '불굴의 투지'를 들고 있다. 칙 콩고의 타격을 허용한 뒤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비결이다. 때문에 케인은 미국 내 히스패닉 인종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차세대 표도르, 장기집권이 눈앞에 있다

10년간 무패의 업적을 쌓으며 헤비급 최강이라 칭송받던 표도르가 스트라이크포스에서 무너졌다. 그로부터 불과 4달 뒤에 표도르처럼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기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UFC 챔피언이 등장했다. 종합격투기의 세계에도 '여신'이 있다면 현재 그녀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케인이다.

케인은 또 다른 UFC 헤비급 신성인 '브라질의 수사자'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크로캅,
가브리엘 곤자가를 타격으로 제압한 산토스는 레스너보다 더욱 위협적인 상대로 평가받고 있다.

완성형 파이터와 특화된 스트라이커의 헤비급 맞대결. 마치 프라이드 시절 '세기의 빅매치'였던 표도르와 크로캅의 만남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케인이 산토스마저 제압한다면 웰터급의
조르주 생피에르,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처럼 '극강의 챔프'로서 오랫동안 정상에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