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 다가온다. 벌써 송년회 일정을 수첩에 빼곡히 적어놓기 바쁘다. 특히 직장인들의 12월은 하루하루가 송년 모임의 연속이다. 1일은 고교 동창 송년회, 2일은 대학 동문 송년 모임에 이어 3일은 회사 동아리 송년회….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송년 모임마다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술과 이에 따른 건배다. 간밤에 전투(?)를 치른 후 내상이 심각한데도 우리는 해만 지면 다시 건배사를 외친다. 요즘은 골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납회의 계절을 맞아 라운드를 마친 뒤 술잔을 돌리기 바쁘다. 언제부터인가 술잔을 돌리면서 건배사를 외치는 것도 유행이 됐다. 그때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건배사가 등장해 화제가 된다.
건배사를 맡은 이가 ‘9988’ 하면 다른 이들이 ‘234’를 외치는 건 이제 고전에 속한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 이틀만 앓다가 3일째 죽자’는 뜻인데 나름대로 훌륭한 뜻이 담긴 건배사다. ‘재건축’이란 건배사도 있다. ‘재미나고 건강하게 축복받으면서 삽시다’라는 뜻이란다. ‘해당화’는 또 어떤가. ‘해가 갈수록 당당하게 화려하게’란 뜻이 담겼다. 이상의 건배사는 주로 60대 이상의 장년층이 많이 쓴다.
‘오바마’는 골프에서는 ‘오케이 바라지 말고 마크해’란 뜻이지만 술자리에선 다른 뜻으로 통용된다. 얼마 전 대한적십자사 간부가 ‘오빠 바라보지만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이라며 ‘오바마’를 외쳤다 낙마했다는데 이 건배사에는 다른 뜻도 있다. 즉 ‘오래오래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라는 뜻이란다. 하긴 듣기에 따라 이마저도 외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성공이나 행복을 기원하는 건배사로는 ‘단무지’도 있다. ‘단순하고 무식하게 무지 행복하게 살자’는 뜻이다. ‘나가자’는 또 어떤가. ‘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라는 뜻이 담겼다. 점잖은 자리에선 자제하는 게 좋겠지만 ‘성행위’란 건배사도 있다. ‘성공과 행복과 위기극복을 위하여’라는 뜻을 담았다(엉뚱한 자리에서 이 건배사를 외치면 분위기가 썰렁해질 수도 있다).
사랑과 우정을 기원하는 건배사도 있다. ‘변사또’는 ‘변함없이 사랑하고 또 만나자’는 뜻이고, ‘사우나’는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는 의미를 담았다. ‘오징어’는 또 어떤가.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는 뜻이란다. ‘당나귀’란 건배사도 있다. 발음하기도 쉽고, 어느 모임에서건 부담 없이 통용될 만하기에 인기가 높다. ‘당나귀’란 즉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란 뜻이다.
직장 동료들끼리의 회식 자리에서 자주 들리는 건배사는 ‘주전자’다 ‘주인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갖추고, 자신 있게 살자’란 뜻이다. 사장님이 ‘SS’라고 외치면 직원들이 ‘KK’라고 화답하는 건배사도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라는 대로’의 준말이란다(군대 용어처럼 들리기도 한다).
골프와 관련한 건배사도 빠질 수 없다. ‘올파’는 ‘올해도 파이팅’의 준말이고, ‘올보기’는 ‘모두들(올) 보람차고 기분 좋게 살자’란 뜻이다. 건배사의 계절이다. 올해는 별 탈 없이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도 건배사에 담긴 뜻처럼 모두들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올보기!”
J-GOLF 취재본부장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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