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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상식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힘-안철수 연구소 의장<하>

惟石정순삼 2010. 9. 7. 09:10

세상을 바꾸는 힘iT-안철수 박사 안철수 연구소 이사회 의장 <하>
지난 회에 이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며 성공한 기업가, 그러면서 존경받는 기업인 안철수 박사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다음 기사는 독자들 질문에 대한 안철수 박사의 답변을 실을 예정입니다. 안철수 박사에게 궁금한 것은 필자 이메일 주소 hyeoncheol@gmail.com으로 보내주기 바랍니다.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는 세가지 비법 
1.부당한 유혹에 빠지지 말라 결국엔 더 큰 고통을 부른다
2.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라 발전을 도모할 절호의 기회다
3. 믿음을 갖고 서로 격려하라 사기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 귀국하신 후 설립하신 기업이나 벤처투자가가 아닌 교육기관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KAIST를 택한 이유는 업계 전체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여러 대학에서 풀타임 교수 제안을 받았고 그중에는 의대와 경영대도 있었지만, 요즘같이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가치사슬의 처음 부분이 망가지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장래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으며,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기 위해 공대를 택했습니다.”


 -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와 어떻게 이겨 내셨는지요?

 “회사 경영은 매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사실 매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회사의 CEO로 10년을 있었기 때문에 한 가지 일만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의 규모가 10명, 20명, 50명, 100명, 500명일 때마다 모두 역할이 달랐습니다.

 10명 정도 규모에 적합한 CEO는 직접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실무형 CEO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고생 끝에 익숙해지고 나면, 어느새 회사는 30명 규모가 돼 있었고, 30명 규모에서는 적절한 권한 위임이 필요한데, 10명 규모의 회사일 때 익숙해 있었던 직접 일을 처리하는 습관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역할에 익숙해진 순간, 어느새 조직은 50, 100, 500명이 돼 있었고 따라서 10년간 끊임없이 내가 편한 업무방식보다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할에 나를 맞추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내가 바뀌든지 또는 그 역할에 맞는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입니다. 선택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편안하고 익숙한 역할을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1995년 창업 직후 가장 어려웠을 점은 수익모델이 따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V3를 무료로 보급해 인지도는 높았지만 수익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네트워크 등의 보급으로 정보의 개방과 공유가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보안이 필수 요소가 됐고 그에 따라 시장이 성숙하기 시작했습니다.

 97년도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당시 저의 고민은 외국기업과의 기술 격차였습니다. 즉, 당시 외국 기업들은 이미 개인용 백신뿐 아니라 인터넷·네트워크용 백신을 갖춰 놓고 있었는데, 불행히도 우리 회사는 개인용 컴퓨터 백신밖에는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미 기술 격차는 1년 ~ 2년 정도 벌어져 있는 상태였고 98년이 되면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바이러스 숫자가 많아지면 그것에 대처하는 데 1~2년 정도 시간이 소모될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외국 기업들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고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지 참 막막했습니다. 또 97년 무렵부터 외국 기업들이 지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입했습니다.

 11월 어느 날 병상에 누워 있는데, TV에서 IMF 관리체제에 들어선다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CEO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나라 상황도 이렇게 되고 보니 과연 안철수연구소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외환위기는 안철수연구소에 커다란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스로가 회사 경영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회사를 경영하는 데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빚을 내지 않는 대신 3년 동안 월급을 받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그 덕에 그나마 부족한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고 빚 없이도 회사 운영이 가능해졌는데 그것이 IMF 관리체제에서 힘을 발휘했습니다.

 덕분에 98년부터 연구개발에 모든 힘을 쏟아 98년 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터넷/네트워크 서버용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격차를 좁히는 것은 물론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술격차 극복, 내부조직구성 정비, 영업채널 확보 등 큰 위기를 넘기고 난 후에는 종합 보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뜻 깊은 한 해가 됐습니다.

그 후 계속 성장하던 안철수연구소가 2003년에 다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성장이 정체된 것입니다. 이 시기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 살아있는 교훈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를 마감하시면서 마무리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내 인생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영어 표현으로는 ‘Make a difference’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가 죽고 나서도, 제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것이 이 세상에 남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크로마뇽인의 벽화처럼, 이름이 남아 있지도 않고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나 제도, 책, 조직처럼 누군가가 있었다는 흔적이 남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내가 앞으로 다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나도 알 수 없습니다. 의사를 그만둘 때 깨달았던 점은, 나에게는 장기적인 계획이 덧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생을 아버지처럼 의사로 살줄 알았는데,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니 오히려 의사를 그만 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CEO를 그만둘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의미가 크고, 더 재미있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변치 않을 것은,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간에 매순간 의미 있고, 보람 있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잘되는 시기에 얼마나 잘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는 개인이나 조직은 다시 잘 되는 시기를 맞이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망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조직이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세 가지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어려운 시기가 지속되면 편법적이거나 정당하지 못한 수단을 써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이나 조직에서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더 큰 어려움을 불러오게 됩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져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으며, 설령 알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어 결코 어려운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치는 일입니다. 잘 되는 시기에는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 법이며, 문제점이 보이더라도 바빠서 고칠 만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려운 시기야말로 그동안 고치지 못했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며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 놓는 개인이나 조직만이 대내외 여건이 좋아졌을 때 다시 좋은 시기를 맞이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오랫동안 겪다 보면 개인이나 조직원들은 사기가 저하되기 쉽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러한 때는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고 서로를 격려해 주며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사기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은 일의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박현철 (주)넥스트모바일
연구소장 hyeonche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