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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챔피언십 열리는 이 곳… 그리고 '메이저' 골프장

惟石정순삼 2010. 8. 13. 10:46

 

PGA챔피언십 열리는 이 곳… 그리고 '메이저' 골프장
벙커 밭 '휘슬링 스트레이츠'… 8번 홀만 벙커 102개
"모든 프로들이 나를 죽이고 싶도록 코스를 설계했다"
코스 세팅 악명 '페블비치'… 언더파 없는 지옥코스


오거스타·올드코스… "이젠 너무 쉽다" 평가도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개최지에는 967개나 되는 '지옥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대회 1라운드가 막을 올린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Whistling Straits) 코스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선 페어웨이와 그린이 작은 섬들처럼 벙커와 러프에 포위돼 있다.

올해 메이저대회는 마스터스가 매년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 외에도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US오픈),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브리티시오픈) 등 손꼽히는 명문 코스에서 열렸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코스가 너무 쉽다는 평을 들은 곳도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벙커로 무장한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에서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까.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이 12일 개막한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 967개의 벙커와 깊은 러프가 있는 난코스로 8개 홀은 미시간 호수에 접해 있다. /골프다이제스트 제공

'벙커 지옥'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미국의 10대 명문 퍼블릭 골프장으로 꼽히는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는 1998년 미시간 호수 주변 공군기지 부지에 흙과 모래 61만㎥를 쏟아 부어 만든 곳이다. 7507야드(파 72)로 올해 메이저대회가 열렸던 코스 가운데 가장 길다. 골프다이제스트는 대회를 앞두고 벙커를 일일이 세어본 결과 967개였다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8번 홀(파4·507야드)에만 102개의 벙커가 있고 18번 홀(파4·500야드)에도 96개의 벙커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항아리부터 거미, 운동장, 300야드에 이르는 길쭉한 벙커까지 온갖 모양의 벙커가 있다.

967개의 벙커 중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벙커는 50~100개 정도라는 게 골프다이제스트 분석이다. 휘슬링 스트레이츠는 8개 홀이 미시간 호수에 걸쳐 있고, 깊은 러프와 벙커로
영국아일랜드의 링크스 코스의 풍광과 닮았다. 하지만 골프 온라인이 "샷이 좌우로 날리는 골퍼, 특히 최근의 타이거 우즈에게는 잔인한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까다로운 코스다.

이 코스는 '골프계의 사드 후작'이란 별명을 가진 미국의 피트 다이(85·Pete Dye)가 설계했다. 사디즘(가학증)이란 말의 유래가 된 그 사드 후작이다. 그 자신도 "모든 프로가 날 죽이고 싶도록 코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주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헌터 메이헌(미국)은 "페어웨이라도 정확한 지점에 공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벙커나 러프로 굴러가도록 된 코스"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그린을 이중 삼중으로 읽어야 할 만큼 굴곡이 심하다"고 했다.

2004년 이 코스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에서는 비제이 싱(
피지)과 저스틴 레너드(미국), 크리스 디마르코(미국)가 나란히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뒤 연장에 들어가 싱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연장에 들어갔던 세 골퍼의 공통점은 정확성이었다. 골프 온라인은 "공을 똑바로 치지 못하는 선수들은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왼쪽)에서 열린 US 오픈의 우승 스코어는 이븐파 284타.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마스터스의 우승 스코어는 16언더파 272타였다. /AFP 연합뉴스

'한계'에 부닥친 오거스타와 올드코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는 필 미켈슨(미국)이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고 불리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은 올해 코스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골프용품의 발전과 골퍼의 기량 향상에 맞춰 코스 길이를 늘리고, 티 박스의 위치를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한계에 이른 것이다. 1997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세운 18언더파 270타의 최저타 우승 기록도 조만간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골프의 성지(聖地)'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우스트히즌(
남아공)의 스코어도 16언더파 272타였다. 올드코스는 파 4홀에서도 '원 온'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홀이 많아 강풍의 엄호 없이는 '너무 쉬운 골프장'이란 평을 듣고 있다.

난코스 만드는 코스 세팅

US오픈은 매년 코스 세팅(course setting)이 진짜 난코스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이븐파 284타로 우승했다. 단 한명도 언더파를 치지 못한 것이다. 이 코스가 늘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매년 2월 AT&T 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 대회가 열릴 때는 대부분 언더파 스코어가 나온다.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골퍼의 모든 기량을 점검할 수 있도록 코스 세팅을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USGA가 대회를 앞두고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를 변경하고, 러프를 조성하고, 그린을 유리알처럼 다지고 나면 골퍼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2006년 윙드 풋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과 2007년 오크먼트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의 우승 스코어는 무려 5오버파 285타였다. 그래서 골프계에선 US오픈이 열리는 곳이 바로 '지옥 코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