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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판 ‘제인함정연감’에 실린 독일 전함 Koenig. 필자 제공 | ‘군함의 백과사전’이라 일컫는 ‘제인함정연감’은 세계의 함정과 탑재된 무기체계에 대해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권위 있는 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군 전문 서적의 창간자는 해군의 부사관 출신도, 장교 출신도 아닌 영국의 청년 제인(Jane)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해군과 관련한 불후의 명저를 남긴 일반인 청년이 한 사람 더 있다. ‘해양전략의 원칙’을 저술한 영국의 청년 콜벳(Corbett)이다. 인터넷에서 해군에 관한 고수의 내공을 보여 주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 가운데 제인과 콜벳 같은 인물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제인은 1865년 영국 런던 남부에 위치한 리치몬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함정 그림을 그리고, 함정 모형 만들기를 좋아했으며 형과 두 여동생과 함께 집과 동네 연못에서 함정 모형을 갖고 복잡한 함정기동훈련 놀이를 즐겼다. 함정 모형을 시장에 가서 팔기도 했으며 언젠가는 함정 스케치북을 발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제인의 학업성적이 좋지 않자, 제인의 아버지는 제인의 장래를 위해 식민지로 가서 농업을 경영하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군함을 그리고 해군에 대한 글을 쓰는 삽화가(illustrator) 및 저널리스트가 되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제인은 20세가 되던 1885년 집을 나와 런던으로 갔다. 다락방에서 지내면서 런던삽화뉴스지(London Illustrated News)에 기고했는데 제인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함정 그림 솜씨와 감동을 주는 필력은 빠른 속도로 알려졌다.
1890년, 잡지사 ‘Pictorial World’는 제인에게 순양함 Northampton에 승함해 대영함대의 훈련을 취재토록 의뢰했다. 제인이 작성한 함정과 훈련모습에 대한 생생한 스케치와 관전기는 호평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제인은 ‘Illustrated London News’의 직원으로 채용됐으며 여러 잡지사의 해군 관련 기사 통신원으로도 일했다.
1895년 제인은 자신의 훈련 관전을 바탕으로 ‘영국을 구한 사람(The Man Who Saved England)’이라는 제목으로 어뢰전(Torpedo Warfare)에 관한 소설을 썼으며, 이 소설은 제인을 또 한번 유명하게 만들었다.
1898년 제인은 그동안 그렸던 100여 척의 함정에 설명을 붙여 어릴 때부터 꿈꾸던 함정 스케치북을 ‘세계함정연감’이라는 이름으로 1000부 출판했는데 며칠 만에 매진됐다. 제인이 고안해 제시한 전쟁전술게임(war game tactics)은 미국 해군대학 등 여러 나라 해군에서 채택했다.
1899년 제인은 러시아 Alexander Mihailovich 공작의 초대로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제국 해군’을 출판했으며, 1904년에는 제인의 출판물에 감명받은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제국 해군’을 출판했는데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제인함정연감’은 초기에는 ‘세계함정연감(All the World's Fighting Ships)’으로 발간됐다가 1905년부터는 ‘함정연감(Fighting Ships)’으로 도서명을 변경했으며 제인이 사망한 후에는 제인(Jane)을 추가했다.
초기 ‘제인함정연감’은 함정의 우열을 표시하기 위해 등급으로 구분했고, 함정 선체의 장갑이 포탄에 견딜 수 있는 내탄력(耐彈力)과 탑재된 함포의 위력과 선체 장갑 및 무기의 발전현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현재 ‘제인함정연감’에는 164개국 해군의 함정과 탑재 무기체계에 관한 자료가 수록돼 있다. 개요 부분에는 미국, 캐나다, 중국, 영국, 러시아, 인도, 걸프만, 카스피해 국가, 동아시아 국가 및 호주, 남미 국가 순으로 각국의 해군 전략. 함정건조 계획 및 새로운 함정기술과 무기체계에 대한 분석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으로 수록돼 있고 다음 부분에는 국가별로 보유하고 있는 함정의 제원, 탑재무기체계에 대한 성능 및 건조계획에 관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예를 들면 최신 2010년 4월 수정된 개요 부분을 보면 미국 해군의 2010년 2월 발간된 4년주기 국방검토보고서(Quadrennial Defense Review : QDR)에 따른 미국 해군의 해양전략 및 함정건조 계획에 대한 분석과 제한사항을 수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2009년 중국 해군 현대화 보고서에 대한 미국 해군정보국의 평가 및 전망, 중국 잠수함의 소음 수준을 미국 잠수함에 대한 소음수준과 비교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기술하고 있다. 국가별 함정 부분의 이란 해군을 보면, 이란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연어(YONO)급 소형잠수함 사업에 북한이 관여됐을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성 박사·한국국방연구원 초빙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