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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가족' 된 전재희 장관(보건복지부)의 딜레마

惟石정순삼 2010. 7. 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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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가족' 된 전재희 장관(보건복지부)의 딜레마

  • 입력 : 2010.07.0
    전재희 장관이 야당 의원 시절이던 2005년, 행정도시법 통과에 항의해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할 당시 위로차 방문한 남편 김형률 전 조달청 차장.

간암 투병 남편, 健保 안되는 양성자 치료로 호전…

 저소득층 위해 적용 늘리자니 비용 너무 커
"암환자 가족 절실함 느껴…" 치료비 2000만원이나 들어
가난한 환자들엔 '그림의 떡' 건강보험 적용땐 재정 부담

전재희(61) 보건복지부 장관의 요즘 심경은 복잡하다. 부군(夫君)인 김형률(60) 전 조달청 차장이 간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장관의 심경엔, 정치인 아내를 둔 '탓'에 외조(外助)만 하며 살아온 남편에 대한 애절한 심정과 국민건강보험을 책임진 장관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高價)의 치료를 받게 했던 사연이 담겨 있다.

복지부 장관의 사부곡(思夫曲)

지난 2004년 32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전 장관의 남편 김씨는 지난해 초 건강검진에서 간암이 발견됐다. 암 덩어리가 오른쪽 간 전체를 차지하고 주변 혈관으로 침범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말기나 다름없었다.

 
김씨는 서울의 사립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전 장관은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고 매일 업무가 끝나면 병원으로 퇴근했다. 전 장관은 병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남편을 극진히 간호했다고 한다. 수행 비서들은 전 장관이 아침에 갈아입을 옷을 항상 준비하고 다녔다. 전 장관은 "결혼해서 제대로 내조 한 번 해본 적이 없는데, 이대로 남편을 보낼 수 없다"며 무척 괴로워했다고 한다.

김씨는 조달청 구매국장을 잡음 없이 두 번씩이나 역임한 유일한 공직자로, 조달청장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차장에 머물렀다. 당시 아내가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변에선 말한다. 전 장관은 "남편이 없었다면, 광명시장도, 국회의원도, 장관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평소 드러내놓고 고마움을 표시하곤 했다.

병원은 김씨에게 말기 간암에 유일하게 쓸 수 있는 항암제 '넥사바'를 권했다. 약값이 한 달에 300만원이 드는 고가(高價) 항암제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김씨는 전액 본인 부담으로 '넥사바'를 복용했다. 이후 병세가 좋아지는 듯했으나 결국 차도가 없었다. 남은 생존 기간이 3개월 정도라는 말이 나왔다. 이때 전 장관은 "장관직을 그만두고 남편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비쳤다고 한다.

김씨는 마지막 선택으로
국립암센터를 찾아가 양성자(陽性子) 치료를 받았다. 아시아 전체에 몇 대밖에 없는 최고가의 장비로 치료받는 것으로, 치료비가 2000만원이나 든다. 역시 건강보험은 적용이 안 된다.

여기서 희망이 살아났다. 양성자 치료를 받은 뒤 김씨의 간암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양성자 치료로 간암이 거의 사라진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이후 김씨는 조그만 크기의 간암이 재발해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 장관이 남편의 간암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암환자 가족들의 애절한 심정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 장관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개인적인 사안이라는 이유 등으로 난색을 보였다.

남편 상태의 호전으로 기쁘지만, 전 장관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자신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고가의 암 치료를 모두 사용했지만, 그렇지 못한 암환자들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요구를 다 들어줄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복지부의 고민이다.

'5% 덫'에 걸린 고가 암 치료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암 치료는 환자가 진료비의 5%만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한다. 암 치료의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5% 룰'이 새로 나오는 암 치료법의 건강보험 적용을 가로막는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치료법 대부분은 고가여서 건강보험에 적용했다가는 치료비의 95%를 건강보험이 책임져야 하는 큰 부담이 생긴다. 이 때문에 보험 적용 자체가 아예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간암 환자들은 지난해부터 전 장관 남편이 복용한 '넥사바'를 건강보험에 적용해줄 것을 복지부 등에 요구하고 있다. '넥사바'는 신장암과 간암에 생명 연장 효과가 있는데, 신장암 환자들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한 달 약값 300만원 중 5%인 15만원만 내고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간암 환자는 같은 처지임에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간암연구회
한광협(연세대 의대 교수) 회장은 "환자 수가 많아 재정부담이 큰 간암 환자들은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라며 "약을 써서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만이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암세포만 죽이는 이른바 '타깃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대장암·폐암·유방암 등의 분야에서도 고가 신약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은 미뤄지고 있다. 방사선 치료분야에서도 첨단기법으로 정상조직을 피해서 암 덩어리만 정확히 쏘아 죽이는 컴퓨터 가이드 방식의 치료는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다. 이들 치료법은 1000만~2000만원 한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김열홍(
고려대 의대 교수) 회장은 "최근에 개발된 고가 암 치료는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식으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환자 부담이 5% 아니면 100%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안 되면 경제적 취약 계층은 최신 치료법을 이용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