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8만 창원시 출범
인구 108만명의 메가시티, 통합 창원시가 출범했다.
인구 108만명.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 경남 창원과 마산, 진해 등 3개 시가 합해져 탄생한 새 '창원시'는 지역내총생산(GRDP)에서도 21조7600여억원으로 전국 시·군 중 1위다. 연간 수출액은 290억달러로 경북 구미시(331억달러)에 이어 2위. 말 그대로 '메가시티'다.
이 '합함'과 '더함'은 고비용·저효율로 대표되는 현행 지방행정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지자체 통합을 통해 행정 효율화는 물론 주민편익을 증진하고, 세계적인 추세에 걸맞게 지역단위 경쟁력 확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메가시티 창원이 국가발전 전략과 잇닿아 있다는 얘기다.
- ▲ 창원ㆍ마산ㆍ진해시를 합친 '글로벌 명품 메가시티, 창원'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마산과 창원을 바다 위에서 잇는 마창대교를 창원시 귀곡동에서 바라본 모습. 마창대교 뒤편으로 마산항과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박완수 초대 통합 창원시장은 "글로벌 메가시티, 창원의 출범은 나눗셈과 뺄셈이 아니라 덧셈과 곱셈의 정치·행정의 출발"이라며 "지방의 발전이 국가 경쟁력 제고와 직결되는, 지방과 중앙이 함께 윈윈하는 새로운 관계 모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새 창원시가 지역과 사람을 나누고, 남의 것을 빼앗아 뭘 하려던 '구시대'에서 서로 더하고 합해 더 큰 걸 이루는 통합과 협력의 '새 시대'로 나아감을 뜻한다는 것이다.
'1+1+1=3'이라는 단순 계산을 넘어 '3+α'의 답을 내는 '고등 수학'을 하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새 창원시측은 '글로벌' '명품'이란 수식어를 시 이름 앞에 더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메가시티'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창원+마산+진해'는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3개시는 시내버스 공동배차 등 동일 생활권역이다. 600년 전에는 한 뿌리였다. 창원이라는 지명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 태종 8년(1408년). 의창현(옛 창원)과 회원현(옛 마산)을 합해 창원부가 탄생했다. 웅신현(옛 진해)은 창원부에 소속된 한 현이었다.
창원부는 태종 15년(1415년) 도호부(都護府)가 됐고, 임진왜란이 끝난 선조 34년(1601년) 창원대도호부로 승격됐다. "600년 만의 옛 창원부(昌原府) 권역 완전 복원"(박현효·71·전 창원문화원장)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더해진다.
- ▲ 로봇 관련 연구단지와 전시관, 놀이ㆍ숙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인 창원시 마산합포 구 구산면 구복ㆍ반동리 일대 로봇랜드 조감도
통합시는 한국기계공업의 요람 창원국가산업단지로 대표되는 창원, 신항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해양휴양관광단지의 진해, 3·15의거 등 정의와 민주의 도시 마산 등 각각의 특성과 잠재력을 가진 3개시 통합으로 동남권 거점도시로 자리 잡게 됐다.
또 3개시를 아우르는 도시철도 건설 등 대형 투자사업 추진도 용이해져 창원시는 세계적 명품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여기에 더해 3명이던 시장(市長)이 한 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비롯, 장기적으로 공무원 수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유사 축제, 중복 설치된 각종 사회단체나 위원회 등의 통폐합 등은 경비절감으로 이어진다. 쓰레기소각장 등의 공동 사용은 중복투자를 막아 향후 10년간 재정절감액이 76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또 국회 계류 중인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에는 '없어진 3개시 보통교부세 총액의 100분의 6을 10년간 통합시에 추가 지원'토록 해 법안이 통과되면 1800여억원이 지원된다. 재정절감액 등은 대형 투자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1+1+1'이 '3+α'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지난 2008년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8월 지방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창원·마산·진해 등 3개시가 통합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 ▲ 지난 4월 경남 진해시에서 열린 '진해 군항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만발한 벚꽃 풍경을 즐기고 있는 모습
2009년 9월 3개시의 창원·마산·진해시 통합건의안 행안부 제출, 행안부의 주민의견조사, 3개시 의회와 경남도의회의 통합안 찬성 의결, 지난 3월 '경남도 창원시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법률' 공포 등이 이어졌다. 또 통합준비위원회 및 통합시 출범준비단 운영, 통합시 명칭과 청사 소재지 공모 등 숨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새로운 창원시는 주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자율통합의 첫 번째 성공모델"이라며 통합시 출범을 축하했다.
그러나 통합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마산·진해시민을 포용하는, 주민화합과 지역 간 균형발전은 통합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완수 초대 통합 창원시장은 "지역 이기주의를 슬기롭게 극복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시금석"이라며 "시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통합창원시 현황
6·2지방선거 통합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지역이 너무 넓어 선거 운동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창원시 면적은 743㎢. 605㎢인 서울시보다 훨씬 넓다. 후보들은 "수도권처럼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은데도 차를 타고 한 시간 이상 이동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창원시 인구는 108만명으로, 107만명인 수원시를 제치고 전국 시·군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됐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하면 인구로는 전국 8대 도시다. 사실상 '광역시급'이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21조7639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서울시와 광역시까지 포함시킬 경우 대전(20조8000여억원), 광주(20조2900여억원)를 따돌리고 서울 부산 인천 울산 대구에 이어 6위가 된다. 연간 수출액은 290억 달러로, 경북 구미시(331억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 ▲ 7월 1일 정운찬 국무총리와 지역 국회의원, 박완수 시장 등 참석 인사들이 창원시청에서 통합시청사 현판 행사를 갖고 있다. / 김용우 기자
창원시 면적은 경남도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구는 33.6%, 예산규모는 2조1821억원으로 경남도 전체의 38.5%를 차지한다.
통합 창원시 공무원 정원은 3863명. 의창구 등 5개 행정구청이 설치됐고, 각 구청에는 8개 과(課)가 설치됐다.
통합시 부시장은 한 명(2급)이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인구 100만 이상의 통합시에는 부시장 2명을 둘 수 있게 규정, 법이 통과되면 부시장 한 명을 더 둘 수 있다.
인구 100만명 이상 통합시장은 지역개발채권 발행은 물론, 21~50층 건축물과 연면적 10만~20만㎡ 건물의 건축허가 승인권을 갖는다. 이 권한들은 현재 도지사가 갖고 있다. 또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권한과 도시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및 도시재정비 촉진계획 결정권 등도 갖는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 소속 박완수 창원시장은 자연스럽게 경남도 내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정치적 비중을 키워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산운동장·진해 옛 육군대학·창원 39사단 부지 거론
통합시 출범 과정에서 최대 이슈는 통합시 명칭과 통합시 청사 소재지였다.
통합과 관련한 협의·조정기구인 통합준비위원회는 명칭 및 청사소재지 공모를 실시, 자문단 심의, 시민 선호도 조사, 시민공청회, 3개시 의회 수렴과정 등을 거쳐 지난 2월 통합시 명칭을 '창원시'로 정했다. 통합시 명칭이 창원시로 결정된 것은 '창원' 지명(地名)의 역사성과 창원시의 도시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통합준비위는 그러나 청사 소재지는 '마산종합운동장과 진해 옛 육군대학부지를 1순위, 창원 39사단 부지를 2순위'로 해 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친 뒤 통합시의회에서 결정토록 했다. 통합준비위에서 통합시 명칭을 창원시로, 임시청사를 창원시청으로 결정하자 지역간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마산시에서는 마산종합운동장을, 진해시에서는 옛 육군대학 부지를 청사 소재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타당성조사 등에 착수하지는 않았지만 창원시의회가 출범한 만큼 청사 소재지는 지역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청사 소재지와 관련, 지역 의견은 나뉜다.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새 청사를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신 청사 신축비만큼을 옛 마산·진해지역 발전을 위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또 한 갈래는 통합시 출범의 상징성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청사 신축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청사를 지을 것인지, 지으면 어디에 지을 것인지 현재로서 확정된 것은 없다. 통합시의회에서 결정토록 한 만큼 여론 향방에 따라 이 문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시 출범, 어떤 변화 가져오나?
'명품 메가시티, 창원시'의 출범은 도시 경계 확장 외에 기존 창원·마산·진해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는 이제 걸음마 단계. 갈수록 그 변화의 질과 폭은 생활·문화·경제·행정 등 여러 면에서 더욱 깊어질 것이다. 우선 새 창원시의 출범 초기 변화에 대해 알아봤다.
◆행정구청으로 민원 관련 업무
이전에 없었던 구청이 생기면서 그동안 각 시청에서 처리하던 업무들이 해당 지역 구청으로 이관됐다. 통합시는 임시청사로 기존 창원시 청사를 사용하고, 산하에 의창구(명곡동 주민센터), 성산구(성주동 민원센터), 마산합포구(마산시청), 마산회원구(올림픽기념생활관), 진해구(진해시청) 등 5개 행정구청을 두고 있다.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고 행정 효율성과 주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민원을 처리하려고 시청까지 가지 않아도 되도록 구청 기능을 세분화한 것이다. 읍·면·동은 종전과 같다. 주소체계는 '경남 창원시 ○○구 ○○동'으로 바꿨다.
기본적으로 시청에서는 광역적 도시행정사무와 기획·조정 사무를 주로 담당한다. 나머지 주민생활과 밀접한 민원 사무와 민원서류 발급 업무는 구청이 처리한다. 식품접객업과 공중위생업 관리, 각종 증명서 발급이나 세무 관련 업무, 노래연습장이나 비디오감상실업의 신고접수, 부동산 중개업소 개설 등록 등은 해당 구청에서 처리한다. 마산시청과 진해시청에서 하던 여권 발급 업무는 마산합포구청과 진해구청에서 계속한다.
◆복지혜택 상향 평준화
창·마·진 기존 3개 시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 배제의 원칙'을 적용, 주민들이 기존에 누리던 행정·재정상의 이익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마산시립화장장의 경우, 이전에는 마산시민은 5만원이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창원과 진해시민은 30만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통합 후 어느 지역의 시민이든 5만원만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각종 지원금이나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통합시는 둘째를 낳으면 30만원, 셋째를 낳으면 우선 100만원을 지급한 뒤 출산 1년 후 10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3년간 매달 15만원을 준다. 기존 마산시민은 둘째 출산때 받지 못하던 장려금을 받을 수 있고, 창원·진해시민은 셋째 출산혜택이 상향조정됐다.
또 8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장수수당을 마산시민도 받을 수 있고, 마산과 진해의 경로당도 창원과 같이 시설 운영비, 냉난방 연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주차요금 할인과 장려금 지급 등의 경차 등록 혜택도 마산과 진해지역도 창원과 같이 적용된다.
◆그외 달라지는 것들
통합 창원시청의 전화번호도 달라져 시청 대표 전화번호가 225-2114로 바뀌었고, 의창구 212국·성산구 272국·마산합포구 220국·마산회원구 230국·진해구 548국의 국번호 뒤에 2114번이 붙는다. 대중교통 중 시내버스는 당분간 노선이나 요금이 특별히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운행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민편의를 위해 내년 초까지 시내버스 환승센터 4곳이 설치되고 나면 환승센터 중심으로 노선이 개편될 전망이다. 택시의 경우 마산이나 창원에서 진해로 갈때 붙었던 20%의 할증료가 없어졌다. 세 지역에 있던 상공회의소는 내년까지 통합돼 창원상공회의소로 변경하는 것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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