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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상식이야기

스케이트와 스키의 날 종류

惟石정순삼 2010. 2. 21. 08:18

 

스케이트 날이 一자가 아니라는데

빙속보다 쇼트트랙용이 더 볼록… 곡선 주로 잘 돌게 해주기 때문

빙상 선수에게 스케이트는 무사(武士)의 칼만큼이나 중요한 무기이다. 결투를 앞둔 무사가 칼을 갈듯 스케이트 선수들은 경기 전 스케이트 날을 간다. 일반 동호인들은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선수들은 스케이트 날의 미세한 변화를 귀신처럼 감지한다. 스케이트 날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은 스케이트 날이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등 종목에 따라 스케이트 날이 다르고 관리하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속도 경쟁용'인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용 스케이트는 스케이트 날이 얇고(1.0~1.2㎜) 밑면이 매끈하다. 두 종목 스케이트 날의 '관리'가 까다로운 것은 스케이트 날이 둥글기 때문이다. 옆에서 본 스케이트 날은 반듯한 일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고 양끝이 살짝 위로 올라가 있다. 직선 주로가 긴 스피드스케이팅용 날이 보다 직선에 가깝고, 쇼트트랙용 스케이트는 곡선 주로에서의 코너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조금 더 둥근 형태를 하고 있다. 모태범·이승훈 등의 스케이트를 만드는 '쎈스포츠' 김대석 대표는 "곡선 주행이 많은 쇼트트랙은 스케이트 날의 양쪽 모서리를 더 날카롭게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피겨·아이스하키용 스케이트 날 밑면엔 U자 모양 홈이 파여 있다. 급격한 방향 전환이 많다 보니 스케이트 날 좌우를 송곳니처럼 만들어 얼음을 찍어 누르기 쉽게 한 것이다. 피겨용은 날 앞쪽이 점프를 돕는 톱니 모양이다.

 

 

기는 스키 위에 나는 스키 있다

최고시속 150㎞ 활강용, 215㎝ 안팎 가장 긴 편
회전용 길이 160㎝ 최단, 크로스컨트리는 폭 좁아

스키라고 다 같은 스키가 아니다. 시속 150㎞의 속도를 내는 스키가 있는가 하면, 평균 시속 25㎞로 걸어 다니기에 적합한 스키도 있다. 어떤 스키는 공중에서 '날개' 역할을 한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키를 신는 종목은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프리스타일 스키, 스키점프, 노르딕 복합 등 모두 6개다. 길이와 무게, 폭이 제각각인 스키에는 각 종목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피드용 스키와 회전용 스키

깎아지른 경사로를 질주하는 알파인 스키는 활강(downhill), 회전(slalom), 대회전(giant slalom), 수퍼대회전(super giant slalom), 수퍼복합(super combined) 등 5가지로 나뉘어 있다. 5종목 스키가 모두 다르지만 크게 보면, 속도 경쟁에 유리한 '스피드용'과 방향 전환에 유리한 '회전용'으로 구분된다.

최고 시속 150㎞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활강용 스키는 알파인 종목 중 가장 길고(약 215㎝), 폭이 넓다. 스키가 눈과 접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선수의 체중이 분산돼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스키 앞부분이 '칼날'처럼 살짝 깎여 있는 것은 눈을 헤치고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회전 종목 선수들이 신는 스키는 길이가 1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문(旗門)을 요리조리 통과하는 회전은 급격한 방향 전환이 승부의 관건인데, 스키가 길면 제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밴쿠버올림픽 남자 회전의 경우 약 610m의 짧은 슬로프를 내려오는 동안 60~70개의 기문을 통과해야 한다.

대회전·수퍼대회전·수퍼복합은 슬로프 길이나 기문 수가 활강과 회전의 중간적 특성을 갖고 있다. 당연히 스키 모양도 둘의 중간 정도다.

장거리용 스키는 무게가 생명

평지를 10㎞ 이상 달리는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설원 위의 마라톤'으로 불린다. 장거리용 스키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무게다. 스키를 신고 장시간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무게가 덜 나갈수록 유리하다. 마라톤 선수가 '깃털'처럼 가벼운 운동화를 신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크로스컨트리용 스키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폭이 5㎝ 정도로 좁다. 스키 부츠도 견고한 알파인용과 달리 일반 신발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로 만든다. 부츠 뒤축이 스키 플레이트에서 떨어지는 것은 조금이라도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있게 만든 기술이다. 스피드 스케이팅용 클랩 스케이트처럼 눈과 스키가 맞닿는 시간을 늘려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프리스타일 스키(모굴 스키·스키 크로스·에어리얼 스키)는 앞뒤 양쪽이 모두 살짝 들려 있다. 무조건 앞으로 내려가기보단 화려한 발놀림과 점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대 길이는 모굴 스키·스키 크로스가 남자 1.9m, 여자 1.8m이고, 점프대에서 도약해 묘기를 펼치는 에어리얼 스키는 선수 키의 80%를 넘어선 안 된다.

스키점프용 스키는 길이와 폭 규정이 더욱 엄격하다. 길이는 선수 키보다 80㎝ 이상 길어서는 안 되고, 스키 폭은 최대 11.5㎝이다. 비거리가 승부를 결정 짓는 종목이다 보니 스키가 넓고 길수록 공기를 타고 멀리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