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방송되고 있는 Mnet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수십만 명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JYP 등 연예기획사들의 오디션에는 수만 명의 어린이·청소년 연예인 지망생들이 몰려든다. 대학의 연예인 관련학과는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고 연예 관련학과 졸업생은 매년 1만여 명이 쏟아져 나온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젊은 날 꿈을 이루지 못한 중년까지 연예계 지망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선망하는 직업 중 연예인은 상위를 차지한 지 오래다. 근래 들어 ‘연예고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브레이크 없는 연예인 지망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연예인 공화국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대중매체는 시시각각 스타들의 화려한 생활과 대중의 환호를 조명한다. 스타들의 수십억 원 광고 출연료에서 수백억 원의 몸값은 TV 브라운관과 신문 지면, 인터넷 모니터를 수놓는다. 극소수 스타의 일면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대중매체 덕분에 연예인과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MBC ‘별이 빛나는 밤에’ 제작진이 서울 중·고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47%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답변했고 연예인이 되려는 이유로 개성 발휘(62%), 화려해서(27%),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벌어서(9%)를 꼽았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10대 청소년 상당수가 브라운관·스크린·무대 위의 스타들의 모습과 대중매체가 쏟아내는 극소수 스타의 화려한 생활과 엄청난 수입만을 보고 연예인 지망 광풍에 합류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무대 아래와 스크린·브라운관 뒤의 연예인들의 실상은 화려하기는커녕 죽을 만큼의 고통이 존재한다. 개성 발휘보다는 연예기획사의 상업적 이윤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 많고, 화려한 생활이나 엄청난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톱스타마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연예인노조가 403명 연예인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예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원 연기자 중 40%가 1년에 한 번도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다. 10명 중 4명이 연간 수입이 전무한 것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청소년이 연예계 진출을 꿈꾸지만 연예인으로 데뷔해 스타가 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 본고장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지난 12년 동안 스타를 꿈꾼 2만 명의 단역배우 중 단 12명만이 스타급 연예인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스타가 되는 것이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또 연예계에 진출해 성공한 연예인이나 스타도 대중의 취향과 기호의 급변으로 인기 등락이 초래돼 너무나 쉽게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진다.
보아·비·김태희·전지현·장동건·배용준은 연예인 지망자 중 0.1%의 성공한 화려한 스타다. 수많은 사람이 0.1%의 성공한 스타만을 보고 연예계로 돌진한다. 하지만 99.9% 좌절한 이들의 눈물과 한숨도 봐야 한다.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에 취해 물 아래에서 수없이 발길질해야 하는 백조의 고통을 보지 못하는 것이 2009년 대한민국을 연예인 지망 광풍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닐까.
<배국남 마이데일리 이사·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