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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제109회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안병훈(18)은 “아빠와 엄마에게 잘 배운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부모는 널리 알려진 대로 한중 탁구 커플 안재형(44), 자오즈민 씨(46)다.
골프와 탁구는 공 크기가 비슷한 것을 빼면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공 무게는 탁구가 2.7g, 골프가 45g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탁구인들은 “두 종목은 닮은 구석이 많아 골프를 시작할 때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안 씨는 “작은 공을 다뤄야 하므로 둘 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탁구는 상대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해 공략해야 하는 것처럼 병훈이가 우승한 이번 골프 매치플레이 같은 골프 대회에서도 심리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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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포츠 세계에는 골프 친화적인 종목과 포지션이 눈에 띈다. 섬세한 손 감각과 바람이 불면 그에 맞춰 오조준을 해야 하는 양궁 선수 출신들은 어프로치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장영술 현대제철 감독은 “그린이 과녁이라면, 홀은 엑스텐(10점 만점 중에서도 지름 6.1cm의 정중앙)이다. 아이언 샷과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궤적이 똑같다”고 말했다.
야구에는 투수 중에 골프 고수가 많다. 선동렬 삼성 감독과 한화 송진우, 유백만 전 삼성 코치 등은 야구인 골프 모임에서 심심치 않게 우승을 한다. 베스트스코어 66타에 파5 홀을 2타 만에 홀아웃해 앨버트로스까지 작성한 선 감독은 “투수들은 대개 고교 때까지만 타석에 선다. 방망이로 공을 잘 다룰 줄 아는 데다 야구와 골프 스윙의 차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운드에서의 집중력은 골프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7년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가 보도한 ‘스포츠 스타의 골프 핸디캡’이란 기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투수였던 릭 로든이 ‘+2.5(파72인 코스에서 평균 69.5타를 친다는 의미)’로 1위에 올랐다. 20위 이내에 든 야구 선수 중에 존 스몰츠(+0.2·16위) 등 투수가 3명이었다. +0.7로 14위인 거포 마크 맥과이어도 대학 입학 당시에는 투수였다.
농구 선수 중에는 대개 슈터나 가드들의 골프 실력이 뛰어난 데 섬세한 쇼트게임으로 스코어를 줄인 덕분이다. 명슈터였던 김영기 전 한국농구연맹 총재, 이충희 고려대 감독, 전창진 KT 감독과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 등이 스코어카드에 ‘7’자를 자주 그린다. 골프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의 핸디캡은 1.2이다.
‘스포츠 스타들은 골프를 해도 끝을 본다’는 얘기가 있다.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일반인에 비해 유리한 신체조건과 운동신경을 갖췄고 종목별로 비슷한 특성까지 겸비해 빨리 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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