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의 레슨 '기본으로 돌아가자' ⑩·끝
US오픈 결과 아쉽지만 우승 다툰 것만도 발전
부끄럽잖은 실력 쌓을것 시리즈 성원에 감사…
- ▲ US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 결국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친 최나연은 “큰 무대에서 우승 경쟁을 한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나연이 1라운드 3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나서 갤러리에게 인사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US여자오픈이 끝나고 저는 미국 올랜도에 와 있습니다. 함께 LPGA투어를 뛰고 있는 김송희 선수 부모님 댁에서 신세지며 프랑스 에비앙 마스터스대회(7월 23~26일)와 브리티시 오픈(7월 30일~8월 2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3라운드 부진으로 결국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US여자오픈은 제게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시 한 번 '나는 골프선수'라는 확신을 심어준 계기가 됐습니다.
3라운드 16번 홀부터 세 홀 내리 보기를 기록한 것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 연속된 실수만 없었어도 결과가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티샷과 아이언 샷에서 조금씩 실수가 있었고, 쉬운 파 퍼팅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바보야'라고 자신에게 화를 냈습니다.
대회를 마치고 (김)송희와 캐디의 만류를 뿌리치고 텅 빈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에서 수없이 샷을 날렸습니다. 대회 기간 내내 좋았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천둥·번개와 세찬 비바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마음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깜깜해진 주차장으로 돌아갔더니 여전히 송희와 캐디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과하자 제 캐디는 '이제 화가 풀렸니? 네가 진짜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 화가 나는 거야. 잘 못 치고도 헤헤 웃는다면 너는 선수가 아니야'라고 말했습니다.
US여자오픈이 열리기 전 1주일 동안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LPGA에서도 우승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걱정해주시는 분들과,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저 자신을 위해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컨디션도 좋아졌고, 1라운드에선 벙커 샷과 롱 퍼팅이 버디로 연결되는 행운도 따랐습니다. 2·3라운드는 그 반대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저는 '이러다가 지쳐서 죽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120%, 200% 집중했습니다. 샷마다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라운드를 어떻게 돌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이제 LPGA투어로 온 지 1년 반이 지났을 뿐입니다. 제가 이런 훌륭한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한 것만도 제게는 큰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향해 꾸준히 실력을 쌓아가는 부끄럽지 않은 한국 골퍼의 자세를 보여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그동안 조선일보 '스위트 골프' 레슨을 하면서 독자분들로부터 많은 격려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마추어 골퍼가 프로 선수보다 좋은 점은 '가장 잘한 샷을 기억하면서 다음 라운드를 기다릴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슨에서 강조했던 '리듬'(5월 13일 A23면), '네모상자'(5월 20일 A29면), '마술 삼각형'(6월11일 A27면) 등 골프의 기본은 저희 프로들에게도 여전히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들입니다. 잠깐씩 시간을 내셔서 그동안 배우신 것들을 복습해 보세요. 정 시간이 안 되시면 마음속으로 5분 만이라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세요. 더 즐거운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