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는 18m 퍼팅보다 1m 퍼팅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한 경기에서 짧은 퍼팅을 실패한 뒤 이렇게 넋두리처럼 말했다. 300야드(274m)를 식은 죽 먹듯 호쾌하게 날리는 세계 최고의 골퍼가 정말 '그깟 1m에 떨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때론 프로골퍼에게조차 '공포의 거리'로 변하는 게 1m라고 한다.
25일(한국시각) 4년 만에 미 LPGA투어 두 번째 우승을 바라보던 강수연도 그랬다. 미국 뉴욕주 코닝골프장에서 열린 코닝클래식 마지막 4라운드 18번 홀. 강수연은 첫 번째 버디를 노린 퍼트가 지나갔지만, 1m 거리의 손쉬워 보이는 파 퍼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성공하면 대만의 청야니(21언더파 267타)와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 이후 어렵게 기회를 잡은 강수연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분명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퍼팅 라인이었어요." 하지만 강수연의 퍼터를 떠난 볼은 컵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고, 4년 만의 우승 기회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 나흘 동안 전성기 기량을 보이며 우승 문턱까지 밟았던 강수연이 마지막 1m 퍼팅에 실패한 뒤 괴로워하고 있다./AP연합뉴스
폴라 크리머(미국)와 함께 공동 2위에 그친 강수연은 "오늘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괴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짧은 퍼팅의 잔혹사'는 메이저대회에서도 숱한 비극을 만들었다. 2001년 US오픈에서 스튜어트 싱크는 60㎝ 퍼트를 실패해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고, 레티프 구센도 이보다 짧은 퍼트를 실패한 적이 있다.
'퍼팅의 달인'으로 통하는 최상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부회장은 "1m 퍼팅은 프로 선수들의 경우 90% 이상 성공하지만, 반드시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중압감 때문에 아찔할 정도로 먼 거리로 바뀐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도 올해 KPGA 토마토저축은행 대회에서 최고령 우승을 바라보다 17·18번홀 연속 스리 퍼트로 기회를 놓친 바 있다. 최 부회장은 1m 거리의 홀이 눈에 어른거리기 때문에 헤드 업을 하기 쉽고, 짧게 백스윙을 하기 때문에 자칫 긴장하면 더 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은퇴한 '골프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은 최근 '골프다이제스트'에 "나도 짧은 퍼트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다"며 아마추어들을 위한 팁을 소개한 적이 있다.
①어깨로 스트로크하라=짧은 거리에선 손과 팔만 이용해 살짝 치려는 욕구가 생겨 오히려 실수한다. 제대로 어깨를 사용해 스트로크 한다.
②퍼터 페이스를 직각으로 유지해야=1m 안쪽 퍼트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볼은 임팩트시 페이스 방향으로 가는 만큼 직각을 만드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③머리를 고정시키자=짧은 퍼팅을 실수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곁눈질이다. 눈동자가 움직이면 머리도 움직여 실수로 연결된다.
소렌스탐은 볼 밑에 동전을 놓고 임팩트 후에도 동전에서 시선이 떠나지 않는 훈련을 하면 퍼팅 때의 헤드업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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