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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샷… 양 파… 선수는 괴로워도 팬들은 즐거워

惟石정순삼 2009. 3. 17. 14:18
팬티 샷… 양 파… 선수는 괴로워도 팬들은 즐거워
볼거리 쏟아진 CA챔피언십 1라운드, '북유럽의 귀공자' 스텐손 팬티만 입고 진흙탈출 샷
       양용은, 9번홀 트리플보기
                                                                                     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
세계 상위 랭커 80명만 출전하는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WGC CA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랄골프장 블루코스(파72·7266야드)에서는 골프팬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스트립 샷'의 탄생

미 PGA투어 1승, 유럽 투어 6승 경력의 헨릭 스텐손(33). 스웨덴 출신으로 아내와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그는 '북유럽의 귀공자'로 불릴 만큼 깔끔한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그가 갑자기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단단한 몸매(1m85, 90㎏)를 드러내면서 일명 '스트립 샷'의 원조로 태어났다. 모든 건 3번 홀(파4·438야드) 티 샷 실수와 함께 시작됐다. 드라이버 샷이 310야드를 날아갔지만, 러프 왼쪽 호수의 진흙 위에 떨어졌다.

▲ 팬티 한 장만 걸쳤어도 헨릭 스텐손은 역시 프로였다. 진흙이 튀어도 전혀

   헤드 업을 하지 않는 스윙이 인상적이다./AP연합뉴스 제공

'박세리의 맨발 투혼'처럼 경기 도중 골프화와 양말을 벗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스텐손은 모자와 상의, 그리곤 바지까지 훌훌 벗어 던졌다.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그는 웨지 샷으로 47야드를 날려 간신히 탈출했다. 진흙 범벅이 된 스텐손을 여성 캐디는 정성껏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이 홀에서 보기로 '선전'한 스텐손은 3언더파 69타로 공동 17위에 올랐다.

▲ 스텐손의 몸에 묻은 진흙을 닦아주고 있는 이 여자 캐디는 스웨덴 출신

    패니 수네슨(49)으로 닉 팔도를 도와 메이저 대회 4승을 올렸던 베테랑이다

스텐손에게 굳이 상·하의를 모두 벗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원래 하느님이 나를 창조하신 모습이었을 뿐"이라며 "여섯 홀이나 남아있었기 때문에 진흙투성이 옷을 입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