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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한국 양궁

惟石정순삼 2008. 8. 12. 11:40

 

[만물상] 한국 양궁
 
 

1978년 방콕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 경기대회 양궁 종목에 한국 여자대표팀이 참가했다. 국제무대 첫 데뷔였다. 한국은 17세 김진호가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중2 때 처음 활시위를 잡은 지 두 해 만에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김진호는 1979년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30·50·60m, 개인종합, 단체까지 5관왕을 거머쥐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여고생 신궁(神弓)'의 탄생은 한국에서 양궁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1959년 고교 체육교사 석봉근씨가 서울 도심 고물상에서 쓰다 버린 양궁을 발견하고 관심을 가졌다. 1962년 미군 중령이 석씨와 함께 연습하며 양궁 보급을 도왔다. 1963년 서울 성동중에 석씨가 지도하는 궁도부가 처음 만들어졌고 그해 양궁 시범경기와 대회가 열렸다.


 

▶한국 양궁 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 남·녀 단체전을 석권했다. 특히 여자팀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6연속 단체전 우승이다. 8강전에서 240점 만점에 231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우자 상대방 이탈리아가 "한국 팀은 다른 별에서 왔다"고 혀를 내둘렀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서향순이 금메달을 처음 딴 이래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한국 양궁은 모두 1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올림픽 양궁경기장을 주름잡는 '코리아'는 선수들만이 아니다. 본선에 진출한 49개국 중 미국·호주·말레이시아·콜롬비아·멕시코 등 13개국 감독·코치가 한국인이다. 현재 각국 대표팀을 이끄는 한국인 양궁 지도자는 28명이나 된다. 세계 선수들이 쓰는 활의 40%쯤도 삼익스포츠나 윈앤윈 같은 한국산이다. 남녀 세계 랭킹 5위에 드는 선수 10명 중 9명이 한국 제품을 쓴다. 세계 양궁은 그야말로 '한국 천하'다.  

 

▶한국 양궁은 등록선수가 1500명쯤으로 선수층은 그리 두텁지 않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보다 대표팀에 선발되는 게 더 어렵다고 할 만큼 수준이 고루 높다. 대표팀은 옷에 뱀을 집어넣는 군부대 훈련으로 담력을 키우고 비바람, 소음 같은 악조건 적응 훈련도 거듭한다. 그래서 베이징에서 한국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중국 응원단이 호루라기를 불며 훼방을 놓는데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중국 여자양궁 선수와 감독은 어제 "진정한 세계 최고 한국 양궁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 놀라운 정신력을 배우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