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아가는 중년 삶의 이야기

골프유머이야기

골프유머 - 제발 거기 서 있지마!

惟石정순삼 2008. 7. 14. 09:51

 

 

                                 제발 거기 서 있지마!

 

골프는 아내와 함께 라운딩을 할 수 있어서 좋은 운동이라고 믿는 애처가 골퍼가 있었다.

집 근처의 코스에서 아내와 단 둘이 플레이를 즐기던 어느 날,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

그러나 그날 따라 스윙 리듬이 몹시 엉망이었다.

 

드라이버 샷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 일쑤였고, 세컨 샷은 벙커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불운한 경기가 계속되었다.

12번 홀의 드라이버 샷 역시 심한 슬라이스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휘어져 나가 공을 찾을 수조차 없었다.

 

자신보다 더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 착한 아내와 함께 간신히 공을 찾은 곳은 코스 관리에 필요한 기구들을 쌓아두던 창고의 뒤켠이었다.

그린 쪽으로 공을 쳐내기 위해서는 창고의 지붕을 넘겨야 했지만 문앞에 바짝 붙어 있는 공을 높이 띄우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낙담을 하며 이리저리 공을 살피는 그에게 아내가 제안했다.

"여보, 저 뒤쪽의 문을 열면 페어웨이로 쳐 낼 수가 있을 거예요.

제가 창고 뒤로 돌아가서, 문을 붙잡고 서 있을 테니 공을 치세요.

쓰리 온을 하더라도 원 퍼트로 막으면 파 세이브가 가능할 거예요."

 

과연 그럴 듯하다고 생각한 남편은, 아내가 창고 뒤로 가서 문을 여는 순간 힘차게 아이언을 휘둘렀다.

그러나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남편의 샷이 걱정되던 아내가 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다가 쏜살같이 날라오는 공을 이마에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그 자리에서 죽어비리고 만 것이다.

돌연한 아내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던 그는 일 년여가 지나자 새로운 여자와 재혼을 했고 여전히 아내와 단둘이 치는 골프가 제일 흥미롭다고 믿고 있었다.

 

새 아내와 함께 문제의 골프장을 다시 찾은 어느 날 역시, 샷이 형편없었다.

숲 속으로 혹은 언덕으로 정처 없이 헤매던 그가, 12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자 공은 우연하게도 일년 전에 불운을 몰고 왔던 그 창고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물론 새로 재혼한 아내도 착하기가 그지없었다.

 

"여보, 실망하지 마세요.. 제가 돌아가서 창고의 뒷문을 열고 서 있을게요."

옛 생각이 문득 떠오른 남편이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오, 제발 안 돼. 거기 서 있지마. 일년 전에 무려 일곱타나 치는 바람에 트리플 보기를 범했었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