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의 라운딩
클럽 회원들 외에는 아무도 라운딩을 할 수 없는 회원제 골프장에서, 싱글 골퍼 네 사람이 라운딩을 하던 중, 잔뜩 화가나고 말았다.
"뭐야? 저 앞팀 멤버들은? 도대체 뭐하는 작자들이야?"
앞팀 사람들의 플레이가 하도 느려서 평소보다 거의 두배 가까운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함도 지르고 빨리 진행을 하라고 독촉도 해 보았으나 그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이리저리 공을 쫓아다니며 도무지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여덟 시간이 걸려서야 라운딩을 끝내고 경기과로 직행했다.
"어떻게 그따위 인간들에게 부킹을 해 준 것요? 그 작자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우리 클럽 회원들이 맞아요? 만약 우리 클럽 멤버라면 모조리 자격을 박탈해 버립시다."
기세 등등하게 야단을 치는 사람들을 향해 경기과의 직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선생님들 앞에서 플레이를 하신 분들은 네 분이 모두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오늘 특별히 불우한 장애인들을 위한 자선대회를 열었답니다. 제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라비니다."
네 사람은 슬그머니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멤버 중의 하나가 말했다.
"우리가 잘 몰랐군요.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한 기분이 드는군.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그분들의 그린피를 부담하겠소."
다른 멤버 역시 자기가 그들의 식사비를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멤버 역시 뒤질세라 동정심을 발휘했다.
"난 그 사람들의 카트 비용을 부담하지요."
골퍼들의 자비심에 감동한 경기과 직원이 네 번째의 신사에게 물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자비심을 베풀어주시겠습니까?"
그러나 마직막 사나이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 장애인들에게 언제라도 라운딩을 해도 좋다고 전하시오. 다만 밤늦은 시간에만 허락하라는 거요. 그 사람들이야 해가 떠 있거나 말거나 골프를 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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