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골퍼
사람이 너무 사소한 일에 잔뜩 신경을 쓰다보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때가 많다.
이 사람 역시 소심하고 꼼꼼한 성격이어서 행여 실수하지나 않을까 하고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신중한 골퍼였다.
따라서 그를 따라나선 캐디는 첫홀부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린까지의 거리는 365미터가 정확한 거야?"
"앞팀은 분명히 세컨 샷을 마친 거지?"
"저만큼 뒤로 물러서줘. 시야에 뭔가가 들어오면 신경 쓰인단 말야."
"이 클럽이 적당할까? 5미터만 모자라도 벙커로 직행하겠는 걸?"
쉴 새 없는 염려와 불신으로 캐디를 지치게 한 그는 세 번째 홀 그린에서는 더욱 신중해 졌다.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고 있나?"
"선생님, 퍼팅하는 데 바람방향이 중요할까요?"
짜증이 난 캐디가 비웃었지만 그는 심각했다.
"이봐, 모름지기 골프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거야.
아무리 조그만 일이라도 무시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1.8미터 정도의 파 퍼팅을 남겨둔 그는 우선 홀 컵과 공 사이의 이물질들을 줍기 시작했다.
잔 티끌 하나까지 몽땅 치운 뒤에야 그는 천천히 퍼팅 라인을 살폈다.
"이쪽에서는 왼쪽이 높은가?"
"아뇨, 오른쪽이 높습니다."
"그럼 반대쪽에서는?"
"그야 당연히 반대죠."
"잔디는 어느 쪽으로 깎여 있나?"
"앞에서 뒤쪽으로 깎여 있군요."
온 사방을 돌아다니며 온갖 질문을 해대던 그가 마침내 물었다.
"들어갈 것 같은가?"
"네, 물론이죠."
지루해 하던 캐디는 더이상 물어 볼 말은 결코 없으리라 확신하며 기운차게 대답했다.
드디어 퍼터를 잡고 조심스럽게 홀 컵을 겨냥하던 그가 다시 얼굴을 캐디에게 돌리자
캐디는 맥이 빠졌다.
도대체 무슨 질문이 또 남았단 말인가?
신중한 사나이가 엄숙한 얼굴로 천천히 물었다.
"화장실이 어느 쪽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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