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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유머이야기

골프유머 -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슬라이스

惟石정순삼 2008. 7. 10. 11:46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슬라이스

 

 

점잖은 목사가 사기꾼과 함께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사기꾼의 골프 매너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어서 실수를 하고 나면 반드시 듣기 민망한 욕설을

 

퍼붓는데 다가 러프에 떨어져 치기 어려운 공을 자기 마음대로 옮기는가 하면,

 

타수를 속이기도 밥먹듯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목사가 스윙을 하거나 퍼팅을 할 때면

 

으레 이상한 동작과 쓸데없는 참견으로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이렇게 형편없는 망나닌 줄 알았다면, 돈내기만은 거절하는 건데....'

 

 

후회가 막심했지만 목사님 체면에 화를 낼 수도 없었던 그는 꾹 참으며 홀이 끝날 때마다

 

지갑을 열기에 바빴다.

 

나인 홀이 끝나고 지갑의 남은 돈을 헤아려 본 목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목사님,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언제나 저와 함께 하시는 나의 하나님, 저 더럽고 야비한 사기꾼에게 제발 벼락을 내려 주셔서

 

골프가 신사들의 정의로운 운동임을 증명해 주시옵소서.

 

제가 거금을 잃게 되어서 이렇게 기도를 드리는 건 결코 아니랍니다. 하느님."

 

신심 깊은 목사의 간절한 기도가 끝나자, 과연 시커먼 먹구름이 순식간에 몰려드는 게 아닌가.

 

 

"우르릉 쾅쾅..... 번쩍 ...... 쾅."

 

요란한 천둥과 함께 아찔한 벼락이 페어웨이로 떨어졌다.

 

그러나 정작 벼락을 맞고 쓰러진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라 오른쪽에 있던 목사님이었다.

 

 

"아이고 하느님! 벼락을 맞아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옆에 있는 놈인데요...."

 

가엾은 목사가 원망을 하자, 하느님의 힘없는 탄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미안하다, 목자야.

 

요즘은 나도 고질적인 슬라이스를 어쩔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