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08 03:05

지난달 초 딸아이 유치원 입학식에 갔더니 '할빠·할마' 세상이었다. 할빠·할마는 맞벌이하는 자식 부부를 대신해 손주를 돌봐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아지면서 생긴 신조어다. 말로만 듣던 할빠·할마가 얼마나 많은지 입학식장에서 실감했다. 얼른 둘러봐도 절반은 넘었다.
아이를 낳아도 하나만 낳는 시절이다 보니 '입학식 축하합니다' 플래카드가 걸린 강당에는 할마나 할빠가 손주 한 명 손잡고 들어오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아들·딸로부터 손주 여럿의 양육을 떠맡은 어르신도 간혹 보였다. 할마가 어린아이를 업고, 할빠는 손주 손잡고 입장하느라 부산했다.
내가 유치원 다녔을 땐 어땠나 싶어 30년도 넘은 유치원 앨범을 간만에 뒤적여봤다. 각종 행사 사진들이 주르륵 붙었는데 사진마다 젊은 엄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사진 속에 글도 보이는데 '자모회(姊母會)'라고 쓰여 있었다. 쓰임 자체가 희귀해진 단어다.
지금은 '맞벌이 부부 10쌍 중 6쌍이 조부모, 친·인척에게 양육 도움을 받는'(육아정책연구소) 세상이다. 황혼 육아가 하도 늘어나 신세대 할빠·할마는 장난감·육아용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고, 손주 가르친다며 노인대학에서 영어 배우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많은 조부모가 젊어도 힘들다는 육아 시기를 나이 먹어 다시 겪는다. 나이 들어 하는 육아가 힘에 부쳐 수면 장애는 물론 척추·무릎 관절 이상까지 겪는다고 한다. '손주병'이란 말도 익숙해졌다.

정부가 그간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남성 육아휴직을 확대한다든가 난임 시술 지원 확대, 다자녀 가구에 국민임대주택 우대 등과 같이 대부분 아이를 낳는 엄마·아빠 위주였다. 반면 실제 아이를 키우는 할빠·할마를 위한 황혼 육아 지원책은 부실하다. 우리나라 조부모가 손자녀 길러 주며 자식들로부터 받는 '수고비'는 월평균 57만원쯤으로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친다. 서울 서초구나 광주광역시 정도가 매달 조부모에게 양육 수당을 주는 '손주 돌보미 서비스'를 시행할 뿐이다.
양육을 아이들 조부모에게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면 그런 현실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손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조부모들을 '양육 어드바이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7/20170407032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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