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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bias)의 세상

惟石정순삼 2013. 12. 9. 12:44
편견(bias)의 세상
축구 경기에서 패널티 킥을 하는 선수들은 어느 쪽으로 공을 찰까요?
이스라엘 학자 바 엘리는 패널티 킥 상황을 오랫동안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선수들의 3분의 1은 골의 중앙으로, 3분의 1은 왼쪽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오른쪽으로 찬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골키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예상 외로 골키퍼의 2분의 1은 왼쪽으로, 나머지 2분의 1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공의 3분의 1이 골의 중앙으로 날아온다는 분석 결과가 있는데도 골키퍼들이 중앙에 멈춰 서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멍청이처럼 팔만 벌리고 중앙에 멈춰 서 있는 것보다는, 틀린 방향으로라도 몸을 날리는 편이 더 나아 보이고 심리적으로 덜 괴롭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록 아무 소용없는 헛짓이 되더라도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이유입니다. 이른바 행동 편향(action bias)입니다.

대비되는 개념으로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자신의 개인적 피해보다, 어떤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를 가볍게 생각하는 인간의 특성을 일컫는 말입니다. ‘부작위(不作爲)’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부작위 편향은 어떤 행동을 하든 안 하든 폐해를 불러올 수 있는 경우에 주로 나타납니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안 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 이유는 일을 저질러서 생기는 폐해보다 안하는 편이 왠지 덜 해로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혼자보다 여럿이 같은 일을 할 때 힘의 강도가 떨어지는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세무서에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부작위는 세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작위보다 덜 나쁘게 느껴집니다. 둘 다 결과는 같은데도 말입니다. 다만 행동 편향은 어떤 상황이 불분명하고 모순적이고 불투명할 때 작용하는 반면, 부작위 편향은 대부분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보다 행동을 거부하는 것은 눈에 덜 띄기 때문입니다.

독일 작가이자 지식 경영인 롤프 도벨리(Rolf Dobelli)는 저서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많은 교육을 받고 교양을 쌓은 사람들이 스스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편견 편향 환상 확신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모의 판매원에게 현혹되어 계획하지도 않았던 물건을 사는가 하면(호감 편향: liking bias), 권위 있는 전문가의 말을 과신하고(권위자 편향: authority bias), 성공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의 원인은 남이나 외부 요인으로 돌리며(이기적 편향: self-serving bias), 자기 경험 또는 자주 들어 익숙해진 것들을 가지고 세상사를 재단하는(가용성 편향: availability bias)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부뚜막에 앉았다 혼이 난 고양이가 차가운 부뚜막을 보고도 기겁을 하듯 징크스를 믿거나(연상 편향: association bias), 새로운 정보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론이나 세계관, 그리고 확신하고 있는 정보들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고 걸러내는가 하면(확증 편향: conformation bias), 과정의 질은 도외시한 채 결과만 보고 어떤 사안을 평가하려고 합니다.(결과 편향: outcome bias)

    요즘 ‘척 시리즈’가 나돌아 다녀 쓴 웃음을 짓게 합니다.
    죽은 척-유병언
    살은 척-이건희(문법상 산 척이 맞음)
    푸는 척-최경환
    굶은 척-문재인
    우는 척-박영선
    안한 척-김수창
    힘센 척-김정은
    모른 척-박근혜
    엉터리척-엉터리 전도사
    불신에 바탕을 둔 편향적 조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편견 또는 편향은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편견을 좋게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한 편견을 가진 사람조차도.
-편견은 무지의 자식이다. (해즐릿)
-편견에 의한 세론(世論)은 늘 커다란 폭력으로 버티어진다. (제프레)
-누구나 자신의 시야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간주한다. (쇼펜하우어)
-편견과 인습에 얽매인 인간들이 권력을 잡으면 자기들의 위치를 확보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려고 한다.(고흐)

독설가 버나드 쇼는 어느 날 조각가 로댕의 작품이라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싫어하는 인사 몇 명을 초대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장의 데생을 보여 주며 “최근에 구한 로댕의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손님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다투어 혹평을 했습니다.
쇼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차! 이것은 로댕이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작품이었는데…….”
하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손님들의 표정과 심사는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