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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이야기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 좋은 10가지 이유

惟石정순삼 2012. 9. 12. 13:21

 



늘은 아주 기본적이고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제목처럼 "사진을 취미로 하면 좋은 이유"에 대해서인데요. 사진을 찍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니 새삼 사진이란 취미를 갖길 잘 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요즘입니다. 그 이유를 누군가 앞에 두고 이야기하자면 하룻밤은 꼴딱 새고 술 몇 통은 비워야 될 만큼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겁니다.+ㅁ+;;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딱 10가지 정도로만 압축해보았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이미 사진을 취미로 삼고 계시지만, 이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취미로 가지길 권유 드리며, 왜 이렇게 사진예찬을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지금부터 짧고 간결하게 소개해 봅니다.^^




사진이야 빛이 있다면 언제든 찍는 것이지만, 보는 이를 사로잡는 강렬한 사진은 대개 해가 뜨고 질 때의 지극히 짧은 시간에 얻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산이나 바다에서 맞이하는 여명과 일출은 사진이란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물감과 마찬가지지요. 이런 좋은 빛과 순간을 만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수준을 넘어 꼭두새벽에 집을 나서야 한답니다. 사진이란 취미가 안겨주는 첫 번째 미덕! 부지런함입니다.



사진을 찍기 전 일출을 찍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산을 타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사진을 찍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는 사실!




‘길치’야 세상을 살면서 때때로 잠깐만 불편하면 되지만, ‘지리치(지리에 대해 무지한 사람)’는 평생 좁은 울타리 속에 사는 불행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제한된 생활반경에서만 평생을 살면 얼마나 불행한 삶이겠어요. 사진이란 취미는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발을 밖으로 넓혀줍니다. 낯선 세상의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낯선 세상에 대한 용기와 낯선 존재에 대한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프론티어십)도 갖추게 될 거에요.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과 전혀 다른, 이질적인 풍경과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사진가는 그래서 탐험가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




세상을 오래 산 어르신들은 언제 비가 올지 몸으로 느끼신다고 하지요. 적벽대전의 제갈공명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다 보면 기상 현상에 대해 무척 해박해집니다. 사진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크기 때문인데요. 맑을지, 흐릴지, 비가 올지 하루의 기상현상은 물론 주간 날씨, 심지어 구름의 양, 바람의 방향, 시정(시야의 넓이)까지 챙길 정도로 날씨에 관심이 많이 생깁니다. 요즘이야 워낙 인터넷이 좋아 기상청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되지만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러 산야를 누빈 분들은 진정 기상예보관 뺨치는 날씨와 계절에 대한 혜안을 갖고 계시더라구요.



사진 속 '오여사(오메가)'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헛탕질을 쳤던가?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날씨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위의 예처럼 풍경사진만 찍으려 해도 지리와 날씨, 그리고 계절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꽃과 곤충, 동물 같은 살아있는 생명을 찍는 생태사진을 잘 찍으려면 정말 대상에 대한 엄청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라는 명언을 한적이 있는데, 사진이란 취미는 그 존재에 대한 연구를 뛰어넘어 존재가치를 이해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아끼고 사랑하게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생태사진가들이 동시에 환경보호자인 이유가 바로 그 덕분이지요.



사진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를 생태사진으로 꼽는 이유는 테크닉보다 대상에 대한 애정과 달관이 있어야 하기 때문.




소위 ‘일면’이란 게 있습니다. 온라인 사진갤러리에 올린 사진이 대표작으로 뽑히는 것을 이야기하는 은어인데 이 일면에 올랐을 때의 사람들 반응이 참 재미있습니다. 거의 복권에 당첨되었거나, 고시에 붙은 것과 마찬가지의 기쁨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만큼 나의 사진이 남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았을 때 얻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경우 순간 솟는 엔도르핀이 마약 이상의 쾌감을 준다는 믿거나말거나 연구결과도 있습지요^^; 아무튼 이런 쾌감은 사진을 열심히 찍게 해주는 가장 큰 동기부여와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자구요. 학창시절 이후 어른이 되어 과연 칭찬을 받아본 게 몇 번이나 되는지.



나에게 가장 많은 '일면'의 영광을 안겨준 사진. 사진을 찍는 순간의 기쁨만큼이나 칭찬받는 순간의 영광과 기쁨도 크다.




사진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입니다. 예전 필름 시절엔 필름값이 만만치 않았고, 요즘은 워낙 그 몹쓸 ‘뽐뿌’를 불러일으키고 무서운 ‘지름신’을 소환시키는 쇼핑몰이나 사이트가 많아 사진 찍는 남자는 신랑감으로 빵점이란 이야기도 있는데요. 웬걸요! 사진 찍는 남자만큼 가족과 지인들에게 무료로 봉사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주말마다 결혼식이며 돌잔치에서 지인의 행복한 순간을 담기 위해 무료로 봉사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요. 일상과 여행에서 가족의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사진이란 취미가 주는 엄청난 축복입니다. 특히 아이에게는 사진 찍는 아빠 만나는 것도 큰 행운일 겁니다. 결국 사진 취미는 사람들에게 비록 작더라도 가치 있는 선물을 하게 해줍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아내와 아이. 세월이 흘러 우리 아들 지오에게 "아빠 취미가 사진이라 참 좋아"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요즘 은퇴를 하고 사진을 취미로 가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성공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인생, 그렇게 정신 없이 달려온 자신에게 주는 스스로의 선물로 카메라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 지긋하신 사진동호인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는데요. 아들뻘인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동호 생활을 하고 명소를 찾아 ‘출사’를 떠나는 분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사진 동호회에도 1938년생 어르신 분께서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과 열정으로 항상 함께하는 출사에 나오시곤 하는데 그 분 덕분에 사진이란 취미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혜안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추구할 수 있는 취미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울려 소통한다는 것.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최근까지 사용했던 캐논 EOS 5D을 처음 사던 6년 전, 아내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재미삼아 “사진사업계획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 카메라를 꼭 사야 하는 이유와 기회비용은 얼마이며 손익분기점은 언제 넘기겠다… 등의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적어 결재(?)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만 6년을 넘게 사용한 작년 말 따져보니 본전을 몇 배는 뽑고 남겠더라구요. 뭐든지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금전적 보상이 있지만 사진은 유독 그 기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단 생업으로 삼기에는 또 턱없이 부족한 빈도고 금액이긴 하지만요^^;;



잡지 표지로 쓰이거나 여행사 및 게티이미지 같은 이미지유통사에서 팔린 사진들. 고정적이지는 않아도 가끔 쏠쏠한 수입을 안겨준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해 생업으로 삼기는 무척 힘듭니다. 종종 있다고는 하지만 아주 드문 경우 같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더라도 사진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릴 기회는 무척 많습니다. 사진은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작가가 아니더라도 매체에 자신의 사진을 기고하고, 책을 내고 심지어 전시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작게는 공모전 수상만 해도 삶을 살아가는 커다란 동기부여를 해주지요. 이왕 사진이란 취미를 가졌다면 사진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목표까지 삼아 봅시다.



게이샤를 촬영주제로 잡고 약 1년 넘게 촬영한 후 비로소 작년 11월, 여행잡지 <트래비>에 기획사진기사로 기고를 할 수 있었다.




자, 깨알같이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 좋은 이유에 대해 읊어보았는데요. 이 외에도 몇 가지 이유를 더 댈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은 참 좋은 취미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건강’인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이유로 “사진을 찍으면 부지런해진다”는 이유를 들었었는데 사진을 찍게 되면 무엇보다 무척 많이 걷게 됩니다. 발품을 많이 해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다보면 그만큼 신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겠지요. 사진이란 취미가 주는 가장 큰 미덕, 바로 ‘건강’입니다.^^



 

지난 해 11월 찾았던 돗토리사구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 우쓰라씨. 사진을 찍으려면 건강해야 하고 사진을 찍다보면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