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대정전 후 늘어나는 민간 발전]
동부그룹 당진, STX는 동해 발전소 추진… 삼척에서도 동양그룹·포스코 등 각축
복합화력발전소 빨리 짓고 저렴해 인기, LNG 위주에서 석탄화력발전소로 확대
한전서 원료별 전기값 차별… 원가 낮춰야
너도나도 발전소 지으면 건설 비용 올라
전력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독점 공급·판매하지만 한전에 전력을 발전해 공급해주는 발전소 중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설지만, 국내 전체 전력 설비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가까이 된다.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동발전 등 5대 발전 회사로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가 민간 기업에 발전 사업 투자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들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잇따라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4일 지식경제부로부터 충남 당진에 1000㎿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받았다. 동부그룹은 2조2000억원을 들여 2015년 말까지 발전소를 완공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같은 날 STX그룹이 2016년까지 100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강원도 동해에 짓는 계획도 통과됐다.
강원도 삼척에도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를 허가할 계획이어서 동부와 STX 이외에도 동양그룹과 포스코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기업들은 연이어 삼척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발전 단지 건설에 7조~1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발전 사업 참여를 제한해왔던 정부가 지난해 9·15 대정전 이후 각종 인·허가를 풀어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한전에서 전기를 사주기 때문에 발전 사업에서 손해는 안 날 것이라는 판단으로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발전 비중 10%까지 확대
민간 기업이 발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발표된 1999년이다. 이 계획에 따라 2001년부터 국내 전력 시장은 송·배전과 전력 판매를 한국전력이 담당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분야는 한수원과 5대 발전 회사(☞키워드 참조)가 맡는 구도로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전력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한전이 독점해왔지만, 한전의 역할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들여 소비자에게 파는 것으로 바뀌면서 민간 기업도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한전에 팔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간 발전의 위상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는 저렴한 발전원으로 꼽히는 원자력발전이나 석탄·중유발전보다 비용이 비싸 예전엔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에만 돌리는 보조 발전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가동률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민간 발전사 가운데 가장 발전 단가가 싼 SK E&S의 광양 발전소는 올 1분기 가동률이 89.2%에 이를 정도였다.
- ▲ GS파워가 경기도 안양에서 운영하고 있는 안양복합화력발전소. /GS파워 제공
SK E&S 관계자는 "광양 발전소는 싼값에 계약한 LNG를 직도입하고 있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다른 복합화력발전소보다 가격 경쟁력이 강하다"며 "LNG 직수입에 따른 절감액은 연간 35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LNG에서 석탄으로 확대
현재 민간 발전 업체는 대부분 LNG를 연료로 하는 복합화력발전소다. 복합화력은 LNG로 가스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다시 증기로 스팀터빈을 회전시켜 한 번 더 발전하는 전력 생산 방식이다. 다른 발전소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투자 규모가 석탄 등에 비해선 작은 것이 특징이다. 민간 기업이 진입하기에 용이한 분야인 것이다.
발전소 규모는 복합화력발전소가 1호기당 700~900㎿급이 많고, 석탄화력은 1000㎿나 500㎿급을 많이 짓는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고 각종 인·허가를 받는 데 보통 2~3년이 걸리는데 공사에 들어가면 석탄은 4~5년, 복합은 2년 반~3년이면 완공된다"며 "비용은 석탄화력발전소가 1000㎿에 대략 2조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주로 바닷가 근처에 짓는다. 해외에서 석탄을 들여올 항구 건설이 용이하고 발전기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 가격은 변수
석탄화력발전 확대가 점쳐지면서 삼성을 비롯해 SK와 GS 등 대기업들도 사업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소 건설 계획을 제출한 기업만 10여개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대기업 중 동부와 STX 두 곳만 새로 진입했다"며 "두 회사가 착공에 들어가는 등 민간 발전 확산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한전이 얼마에 전기를 사주느냐다. 한전은 원자력, 석탄, LNG 등 각기 다른 발전원별로 전기 가격을 차별화해 값을 치르고 있다. 같은 가격에 전기를 사주면 원가가 싼 연료를 사용하는 곳은 이익이 과도해지고, 비싼 연료를 이용하는 곳은 적자가 나게 되기 때문이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민간 기업들이 과도한 이익을 얻도록 가격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LNG를 직도입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곳이 아닌 기업으로선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발전 설비 업체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발전소 투자 러시에 대해 또 다른 우려를 했다. 그는 "발전소 운영 경험이 없는 기업은 국산 기자재보다는 GE·지멘스 등 외국산 기자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대거 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면 발전소 건설 비용이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5대 발전 회사
한전의 100%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을 말한다. 2001년 설립됐으며, 석탄과 벙커C유, 등유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전력생산·공급 어떻게 이뤄지나] 수요 예측·생산량 결정, 전력거래소가 총괄… 한전서 송·배전·판매
전력은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사가 생산하고, 이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은 한국전력이 송·배전과 판매를 담당한다. 그리고 발전사와 한전 간의 업무 조정, 즉, 전력을 언제, 어디에서, 얼마만큼 생산하고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을 하는, 전력 거래의 '컨트롤 타워'는 한국전력거래소다.
전력은 생산해놓고 보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 생산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한수원과 5대 발전 회사 및 민간 발전 업체들은 매일 다음 날의 시간대별 발전 가능 용량을 전력거래소에 통보한다. 전력거래소는 다음 날의 시간별 전력 수요를 예측, 발전 비용이 가장 낮은 발전기부터 투입하도록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각각의 발전소에 전력의 생산·공급 시간과 양을 지시하고, 한전에는 송·변전 시설에 대해 조작 지시를 내린다.
전력 생산 비용은 수력·원자력이 가장 싸고, 석탄화력이 그다음, LNG를 사용하는 복합화력발전이 가장 비싸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대부분 계속 가동을 하고, 민간 발전사의 LNG 복합화력발전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차례차례 투입된다. SK E&S가 지난 1분기 높은 가동률을 나타낸 것은 LNG를 직도입함으로써 다른 민간 복합화력발전소보다는 발전 비용이 쌌기 때문이다.
가격은 시간대별로 가장 마지막에 투입된 발전기의 비용을 기준으로 정한다. 연료비와 같은 변동비에 발전소 건설비 등 고정비 등이 반영된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등 생산 비용이 싼 발전기엔 일정 수익만을 지급하도록 계수를 적용, 복합화력발전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
전력거래소는 발전소가 전력을 공급한 날로부터 26일 뒤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계산된 대금을 발전 회사와 판매 회사인 한전 사이에서 정산하도록 한다.
국내 전력 시장 참여자 수는 2001년 13개에서 400여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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