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랗고 투명한 하늘 시린 공기까지 담으려면 태양에 등을 돌려라
- ▲ 렌즈 18㎜:셔터스피드 1/1000초:조리개 f/5.6:감도 ISO 100.
아름다운 하늘은 언제 나타날까. 흔히들 사진 찍는 사람들은 "눈앞을 가리는 불순물이 없을 때 하늘이 파랗고 쨍해진다"고 한다. 비 내린 직후나 눈이 펑펑 쏟아지고 난 뒤가 그렇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난 다음도 마찬가지다. 대기를 채우고 있던 먼지나 수증기가 말끔히 사라져 보다 멀리 훤하게 보인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선명한 겨울 하늘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 덕분이다. 또한 가시거리(可視距離)가 길어져 그만큼 사진 찍기 좋은 순간이 많아진다. 추위 덕분에 오히려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럴 때 기왕이면 산에 올라가길 권한다. 꼭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날씨가 맑고 하늘이 새파랗게 빛나는 만큼 그 아래 펼쳐진 산의 구불구불한 능선과 그 아랫자락에 펼쳐진 마을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 위에서 벗들과 사진을 찍으면 하늘과 겨울 산, 그리고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후배 기자와 산악 가이드와 함께 떠났던 강원도 평창 계방산행도 그래서 내겐 제법 즐거운 기억이다. 하늘은 청명했고 구름도 딱 사진 찍기 알맞게 퍼져 있었다. 정상 부근에서 셔터를 눌렀다. 투명한 하늘, 차가운 겨울의 공기, 발아래 펼쳐진 계방산 자락이 온전히 사각 프레임에 들어왔다.
이렇게 겨울 하늘을 찍을 때 기왕이면 기억해야 할 것 몇 가지를 더 첨언한다. 일단 태양의 위치를 살피자. 기왕이면 태양은 등지고 찍는 게 좋다. 태양을 바라보고 찍으면 그 빛 때문에 파란 하늘이 허옇게만 찍힌다. 보통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는 한낮보다 아침이나 오후 무렵의 하늘이 더 파란 것도 같은 이치다.
기상청을 '비서'로 삼는 것도 잊지 말자. 요즘엔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 접속하면 그날의 가시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시정(視程·visibility)', 구름이 얼마나 하늘을 덮고 있는지 말해주는 '운량(雲量)' 같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시정이 길고 운량이 적은 날이라면 카메라를 들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기왕이면 노출도 확인하자. 사진 찍을 때 노출을 반 스텝에서 한 스텝 정도 줄여주면 더욱 짙고 선명한 하늘빛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