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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이야기

[유창우의 쉬운사진] (23) 떠오르는 해 잘 찍으려면

惟石정순삼 2011. 12. 3. 21:37

"형, 일출(日出) 사진은 새벽 몇시쯤 찍어야 해?" 친한 동생이 뜬금없이 묻는 걸 듣고 날짜를 새삼 확인했다. 시를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을 '시심(詩心)'이라고 한다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농담 삼아 '사심(寫心)'이라고 불러도 될까. 희한하게 연말 또는 연초가 되면 사람들의 '사심'이 유난히 강해진다. 그리고 그 사심을 자극하는 건 대개 '태양'이다.

태양 속 '희망' 담고 싶다면 1분1초 방심 마라

 

해는 날마다 뜨고 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맘때가 되면 떠오르는 해를 보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그 '말갛게 씻은 앳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잊고 있던 희망이 다시 생각나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일출 사진을 잘 찍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해서 그런 건 아니다. 정보를 부지런히 모으고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찍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정보란 다름 아닌 해가 뜨는 시간과 해가 뜨는 각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해는 계절마다 뜨고 지는 시각이 다르다. 해 뜨는 각도도 매달 달라진다. 가령 해 뜨는 시각은 보통 6월이 가장 빠르고 12월이 가장 늦다. 6월에 동북쪽에서 해가 뜬다면 12월은 동남쪽에서 뜬다. 이런 정보는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서 제공하는 '해·달 뜨고 지는 시각'에서 볼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동북쪽은 어디고 동남쪽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래서 난 일출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에게 웬만하면 나침반을 하나 살 것을 권한다.
눈치작전도 가끔 필요하다. 요즘엔 전국 어딜 가도 '해 뜨는 명소'에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가 붐빈다. 나침반을 봐도 알쏭달쏭하면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카메라를 두는지 슬쩍 보면 도움이 된다.

정보를 얻었다면 집중해야 할 때. 일출을 제대로 찍으려면 해 뜨는 시간 30분 전엔 미리 가서 대기하는 게 좋다. 해 뜨기 전 주위가 밝아지는 여명(黎明)부터 찍는 게 좋은데, 여명은 해 뜨기 30분 전쯤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 부지런하다면 해 뜨기 1시간 전, 더 욕심을 낸다면 전날 가서 장소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워낙 짧기 때문이다. 해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떠오른다. 잠시만 방심하면 어느덧 두둥실 하늘 한가운데 있다. 해 뜨기 전부터 카메라 앞에 바짝 서 있지 않으면 모처럼 마음먹고 나간 게 헛일이 된다. 여명 사진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다. 일출을 찍고 나면 감격스럽고 즐겁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사진을 다시 보면 대개 촌스러워 보인다.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명 사진은 365일 다 다르다. 구름에 따라 여명은 붉은빛이기도 하고 주홍빛이기도 하고 노란색이기도 하다. 은근한 분위기도 있다. 오래 두고 보기 좋은 사진이다.